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KAWOCN), 7월부터 ‘다목적 화장실 찾기 캠페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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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라언덕역 다목적 화장실 표지판(왼쪽)과 대구청라언덕역화장실./사진=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제공
병원 밖에서의 삶이 두려운 환자들이 있다. 장루·요루 수술을 받은 분들이다. 장(요)루는 대장암, 방광암, 염증성 장질환, 외상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배변·배뇨 기능이 어려운 경우, 수술을 통해 장의 일부분을 복벽에 고정시켜 몸 밖으로 배설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장(요)루 보유자는 복부에 착용한 주머니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자주 화장실에 간다.

우리 모두는 내 몸의 상태와 상관없이 어디든 이동하고 화장실에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요)루 보유자에게 거의 모든 화장실은 문턱이 높다. 주머니를 비울 때 높이가 맞지 않아 항상 허리를 구부리거나 불편한 자세에서 주머니를 비워야 해서 밖에 나갈 때는 가급적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장(요)루 보유자들이 많다. 게다가 부득이하게 이용할 경우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빨리 처리해야 한다.

기존 장애인 화장실에는 보행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장치는 설치돼 있으나 주머니를 비우고 세척할 수 있는 다목적 변기는 전국에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23년,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장(요)루 보유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전국에 10개 미만으로 확인됐다. 공공건물에 장(요)루 보유자용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장(요)루 보유자가 일상생활로 돌아가 진정한 재활을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간은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내 몸의 상태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제한된다면 장(요)루 보유자에게 진정한 의미의 재활을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겐 일반 화장실도, 장애인 화장실도 아닌 ‘조금 더 배려된 공간’이 필요하다. ‘다목적 화장실’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국의 자살률이 왜 높은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는 장(요)루 보유자들과도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의 장(요)루 보유자들은 일반인보다 우울증 이환율이 높고, 스스로를 고립하며 단절된 삶을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는 단지 의료 문제를 넘어 심리적, 사회적 고립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지며, 자살률과도 연관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KAWOCN)에서는 7월부터 ‘다목적화장실을 찾아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화장실의 위치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장(요)루 보유자들을 위한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지 사회에 알리고 변화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다목적화장실 설치가 확대되려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요)루 보유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사람들의 시선’과 ‘공공시설의 부재’이다. 다목적 화장실이 늘어난다면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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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환자 중 한 명이 학교에서 장루를 비우게 될까봐 너무 걱정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가슴 한쪽이 미어진 적이 있다. 우리의 부모, 자녀, 친구, 동료일 수 있는 장루, 요루 보유자가 직장에서, 학교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시작은 거창한 법 개정이 아닌 다목적 화장실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다목적 화장실을 찾아라 캠페인’은 관심있는 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이 마중물이 돼 큰 목소리로 우리 사회에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여현정 홍보위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