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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Z세대 사이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욕실에 머무는 ‘화장실 캠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사진=틱톡 캡처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화장실에 머무는 행위인 ‘화장실 캠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집이나 학교, 회사 등의 화장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화장실 캠핑’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볼일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 것이다. 화장실 캠핑은 욕조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명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도 이뤄진다. 일부는 담요와 인형까지 챙겨 들어가 욕실을 작은 피난처처럼 꾸미기도 한다.

‘화장실 캠핑족’이라는 한 틱톡커는 “무언가로부터 지나치게 자극받을 때 화장실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한다”고 말했다. 20년째 화장실 캠핑을 해왔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틱톡커는 “화장실에서 두어 시간 동안 삶에 대해 생각한다”며 “멘털 디톡스에 효과적이니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된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사회 불안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 화장실 캠핑족은 “밤에 공황 발작이 심하게 왔을 때 화장실이 내가 안전하다고 느낀 유일한 방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부모님이 싸우고 아버지가 술에 취했을 때마다 욕실에 숨었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실제로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2022년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은 감정의 진정과 정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잠시 혼자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사회적 자극을 줄이고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며 “특히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의 고립은 회복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대로 이런 행동이 정신 건강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캐나다 임상심리학자 베브 월폴 박사는 미국 매체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욕실은 즉각적인 안식처가 될 수 있지만,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회피 수단이 된다면 이는 집 안에 진정한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일상 속 감정 조절보다 많아진다면, 오히려 우울이나 사회 불안, PTSD 같은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미디어 심리학자 신시아 비니도 칼럼을 통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경우에 따라 샤워실에 오랜 시간 머문다”며 “이런 행동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방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장실은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을 정리하기에 적절한 공간이지만, 오랜 시간 머무는 습관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해소하는 능력이 점차 약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화장실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공원이나 방, 조용한 카페처럼 자신에게 편안한 다른 공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