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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 전경./사진=울산대병원 제공
울산 유일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하는 울산대학교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폐쇄한 이후, 혈액암 등 말기암 환자들이 고난도 완화의료를 받기 위해 타지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울산대병원이 호스피스병동을 갑작스럽게 폐쇄하면서 지역의 말기암 환자들이 의료공백의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2013년 지역 최초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권역별 호스피스센터에 선정, 울산·경남 권역 호스피스 의료 분야를 책임져왔다.

그러나 병원은 지난달 보건복지부에 호스피스 등록기관 폐업 신고를 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중증 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울산 지역 호스피스 병상은 총 62개에서 52개로 줄어든다. 요양병원 하나, 독립형 호스피스기관 하나가 전부다.

‘말기 환자’라 하더라도 임상적으로 다양한 중증도를 가지며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학회는 “안정적인 상태의 말기환자는 재택이나 요양병원, 1차 의료기관에서 돌봄이 가능하지만, 중증의 말기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의 세심한 조절, 심한 구토, 출혈, 경련 등 복합증상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고난이도 증상조절은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인력과 장비, 경험을 기반으로 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혈액암 환자들은 호스피스 돌봄 중에도 반복적인 수혈을 받아야 삶의 질 유지가 가능하다. 혈액암 환자 수혈은 고난도의 시술로 작은 의료기관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폐쇄한 후 울산지역에서 말기 돌봄과 수혈을 함께 받으려면 부산이나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김대균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현재 울산에서 완화적 고난도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학회는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설계하며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 말기암환자는 중증환자에서 제외했다”라며 “이는 곧 호스피스 병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말기암환자 조차 ‘중증이 아니다’라며 상급종합병원 밖으로 밀어내는 결정은,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정부에 ▲수익성을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이 폐쇄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 중증환자의 기준을 재정비할 것▲ 전국적인 호스피스 인프라를 확충하고 병원 간 접근성을 평등하게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대균 센터장은 “호스피스 제도의 정착과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이루려면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 기준에서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예외로 둬야 한다”라며 “그러지 않으면 지역암센터거나 종교기반의 대학병원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운영해왔던 호스피스 병동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