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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K병원 이형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축구하고 나면 무릎에서 자꾸 '뚝뚝' 소리가 나고, 어떨 때는 무릎이 갑자기 펴지지 않아요."

최근 16세 남학생이 진료실을 찾았다. 평소 축구를 즐겼는데 몇 달 전부터 무릎 바깥쪽이 아프고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통이나 성장통이라 생각해 방치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것이다. 검사 결과 안타깝게도 '원판형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돼 있었다.

'원판형 반월상 연골판'은 선천적으로 무릎 관절 내 반월상 연골판이 평평하고 두껍게, 원반(디스크) 모양으로 형성된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반월상 연골판은 C자 모양으로 무릎의 충격을 흡수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원판형은 비정상적으로 넓고 두꺼워 무릎 움직임에 따라 마찰이 일어나고 파열될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원래 얇고 탄력 있는 'C자 쿠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두껍고 납작한 '원반'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전체 인구의 약 10~15%가 원판형 반월상 연골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는 평생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다른 이유로 촬영한 무릎 MRI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증상이 생겼을 때다. 외측 반월상 연골판에서 자주 문제가 발생하는데 통증과 함께 '뚝' 하는 소리, 무릎이 갑자기 펴지지 않거나 걸을 때 덜컥거리는 '잠김 현상(locking)', 무릎이 빠질 듯한 불안정감 등이 나타난다. 활동량이 많은 소아·청소년이나 운동선수에게 자주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점프 후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40~50대 이후에는 연골판의 퇴행성 변화와 함께 파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료는 증상과 파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없다면 정기적인 관찰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통증, 잠김 현상, 기능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며, 이러한 치료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대부분 관절내시경을 통해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파열된 부위만 잘라내거나 원판형 연골판을 C자 형태로 다듬는 형태 교정술(partial meniscectomy)이 주로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연골판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연골판 봉합술(meniscal repair)을 병행하는 추세다.

수술 후에는 재활운동과 근력 강화를 통해 무릎 기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 대부분 환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스포츠 활동으로 복귀한다. 다만 수술 시 연골을 과도하게 절제하면 장기적으로 관절염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 연골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원판형 반월상 연골판 파열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무증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증이나 소리, 불안정감이 지속된다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단순한 무릎 통증으로 넘기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칼럼은 강서K병원 이형민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