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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아
원두 없는 커피, '대체 커피'가 뜨고 있다. 공급자는 이상 기후로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 맛'이 나는 재료를 찾기 시작했고, 수요자는 건강에 관해 관심이 커지면서 카페인이 없지만 커피 맛은 나는 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대체 커피'는 두 입장을 모두 충족시키는 선택지로, 주목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대체 커피 시장이 늦게 형성된 편이지만, 최근 글로벌 최초 오프라인 카페 '산스(SANS)'가 서울 종로구에 매장을 열면서 관심도가 급증했다. 이때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정말 커피 맛과 비슷할까?'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 커피 6종(카페 2종·온라인쇼핑몰 구매 4종)을 직접 헬스조선 임직원 10명이 먹어보고 평가했다. A씨는 "대체 커피인 걸 모르고 먹었으면, 정말 커피라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 꽤 있었다"고 했다.

◇대체 커피 시장 가능성 '무궁무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커피'가 커피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맛이 비슷하길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원두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상 기후로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에 극심한 가뭄이 돌았고, 2위 생산국인 베트남에 태풍과 폭우가 쏟아지면서 원두 가격이 폭등했다. 미국 뉴욕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지난해 12월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1월과 비교해 91% 상승했다. 2050년까지 커피 재배지가 절반 가까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자연기금(WWF)은 커피를 '5대 멸종위기 작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대체 커피 시장이 그 틈을 타 성장하고 있다. 대체 식품 시장은 오리지널 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 탓에,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편이다. 커피는 다르다. 카페인에 취약하지만 커피향을 좋아하는 사람, 임산부 등 이미 지금도 원두 없이 커피 맛이 나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층이 있다. 덕분에 거리낌 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는 대체 커피 시장 규모가 2022년 27억 달러(약 3조 5000억원)를 달성했고, 2030년까지 53억 달러(약 6조 8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대체 커피가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애토모(Atomo)'는 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해바라기씨, 수박씨, 대추씨, 치커리뿌리 등으로 커피 분자 구조를 재현해 캔 커피를 출시했다. 시나몬, 민들레씨, 강황 등으로 대체 커피를 만든 미국 기업 ‘MUD/WTR’는 이미 3년간 매출이 1만 430% 늘며, '차세대 스타벅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직 국내 대체 커피 시장은 개화하지 않았다. 대체로 보리 100% 대체 커피가 소규모로 판매되고 있다. 일반 카페에서 판매됐다가 사라지는 걸 반복하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 스틱·침출차 형태로 판매하고 있지만 큰 인기를 끄는 정도는 아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국내 대체 커피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맛과 향이 정말 커피와 비슷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두 없는 커피, 어떤 게 제일 맛있었을까?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대체 커피 맛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헬스조선 임직원 10명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체커피 4종 ▲딜리트 ▲단잠가배차 ▲ORZO ▲아임낫커피와 카페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체커피 2종 ▲SANS ▲오베흐트을 맛보였다. 이후 커피 맛과 얼마나 비슷한지 점수화 해 작성하도록 했다. 커피 유사도와 별개로, 가장 맛있었던 커피와 맛 없었던 커피를 고르도록 했다. 딜리트, 아임낫커피는 스틱 형태, 단잠가배차는 침출차 형태였다. ORZO는 이탈리아 커피로, 임산부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아임낫커피는 헤이즐넛 향이 들어간 가향 커피 였다.

조사 결과, 가장 커피 맛과 유사한 것으로 꼽힌 것은 'SANS' 제품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A씨는 "커피와 향이 가장 유사하고, 대체 커피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커피가 아닌 걸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며 "아직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완전히 대체해 마실 정도는 아니지만, 임산부 등에게 추천할 만한 정도"라고 했다. SANS 커피는 다른 제품과 달리 성분이 열두 가지나 들어갔다. 이 탓인지 '진하다'고 평한 사람이 많았다.

선호도 1등은 'ORZO' 커피였다. 10명 중 4명이 가장 맛있다고 꼽았다. B씨는 "산미 없는 커피와 매우 유사했고,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호불호가 갈렸는데 취향에 따라 전혀 커피 맛이 나지 않는다고 꼽은 사람도 있었다.

가장 점수가 낮은 제품은 '단잠가배차'였다. 침출차라서 맛과 색이 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C씨는 "다른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홍차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