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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이 버텼던 그때 그 시절의 무더위 생존법으로는 수박화채와 아이스크림 섭취하기, 찬물 세수하기 등이 있었다.​/사진=유튜브 채널 ‘크랩’ 캡처
올여름도 무더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여름 평균 기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 기준 1990년대에 여름 전체 평균 기온은 24.3도, 2020년대 여름 전체 평균 기온은 26.1도로 상승했다. 습도는 1990년대 약 77%, 2020년대 90%로 상승했다. 습도가 높으면 체감 온도가 올라 더 덥게 느껴진다.


이 가운데, 에어컨이 보편화되지 않은 1990년대 무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크랩’에서 공개한 이 영상은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근 누리꾼들은 “나도 90년대에 집에 에어컨 없었는데, 진짜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았지” “저 때가 그립다” “살아남읍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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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인터뷰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크랩’ 캡처
에어컨 없이 버텼던 그때 그 시절의 무더위 생존법,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

◇다 같이 나눠 먹던 ‘수박화채’, 자칫하다간 식중독
과거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수박화채 파티가 자주 열렸다. 수박을 반 잘라서 큰 국그릇이나 대야에 담고 속을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 식이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표 교수는 “수박은 수분이 풍부해 탈수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차갑게 먹으면 더위를 이기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살이 찌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옥선명 교수는 “기본적으로 수박과 같은 과일은 당이 굉장히 높다”며 “당이 많은 만큼 살이 찌기 쉬워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위생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상표 교수는 “화채를 오래 실온에 두면 식중독 위험이 있다”며 “만일 화채를 만들었다면, 빠르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굣길에 먹었던 ‘아이스크림’, 설사의 주범
더위를 식혀주던 아이스크림도 인기 식품이었다. 당시 하굣길에 필수였던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시원해 여름에 특히 인기가 많았다. 다만, 아이스크림은 위를 차갑게 만들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아이스크림은 기본적으로 찬 음식이기 때문에 배탈이 나기 쉽다”며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선명 교수도 “너무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위에 부담이 되면서 소화가 잘 안되고, 장염이 발생하기 쉽다”며 “더위를 달래는 방법으로 아이스크림 섭취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이나 계곡에 ‘입수’, 쇼크 유발할 수도
무더위에 한강이나 계곡에 입수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보다 안전 인식이나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당시 많은 인명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원한 물에 들어가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준비 운동 없이 입수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옥선명 교수는 “갑작스러운 체온 변화는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에 부담을 준다”며 “자율신경에 부담을 주면 신체 균형이 무너지면서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이나 기저질환자가 있는 경우라면 더 위험하다. 이상표 교수는 “갑작스러운 냉수 노출은 냉수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노인이나 기저질환자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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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찬물로 세수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크랩’ 캡처
◇쉬는 시간마다 한 ‘찬물 세수’, 피부에는 독?
에어컨이 없던 시절, 찬물 샤워를 즐겨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찬물로 머리를 식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무더운 여름철에 찬물로 세안이나 샤워를 하면 일시적으로 모세혈관을 수축시키고, 피부 표면 온도를 낮춰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찬물일 경우 오히려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피부온도인 32도보다 더 차가울 경우 피부 장벽이 손상될 수 있다”며 “만졌을 때 너무 찬 온도의 물보다 피부온도보다 조금 낮은 시원한 온도의 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정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서동혜 원장은 “너무 찬물로 세안할 경우 피지, 자외선차단제, 메이크업 등의 유분기가 충분히 제거되기 어렵다”며 “미지근한 물로 1차 세안을 해준 후 찬물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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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물병을 챙겨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크랩’ 캡처
◇엄마가 챙겨주던 ‘얼음 물병’, 저온화상 위험
엄마가 챙겨주는 얼음 물병도 필수템이었다. 얼음 물병을 얼굴에 대서 열을 식히기도 했는데, 피부에는 위험한 행동이다.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동혜 원장은 “얼음 물병이나 얼음팩을 얼굴에 오래 대고 있으면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수건으로 감싼 뒤 얼굴에 닿게 하고, 수건이 없다면 티슈로 감싼 후 얼굴에 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얼굴에서 떼고 나면 피부 수분이 증발하면서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