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수가 많아야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는 한국인 대상 연구 결과가 국내 최초로 발표됐다. 상실된 치아를 크라운, 부분 틀니 등 인공적인 보철로 대체하면 생존율은 올라갔다.

대한치과보철학회는 '틀니의 날' 제정 10주년을 맞아, 치아가 수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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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아 개수 줄어들 때마다, 사망 위험 올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2023년 평균 기대 수명은 83.5년으로, 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가 중요해졌다. 대한치과보철학회 곽재영 회장은 "건강한 삶을 위해 영양 섭취 등의 문제와 직결되는 구강 건강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틀니의 날을 맞아, 과학적으로 한국인 치아 상실이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보철 치료가 생존율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했다.

대한치과보철학회는 지난 2016년 부토 매년 7월 1일을 '틀니의 날'로 제정하고, 틀니와 같은 보철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틀니는 흔히 생각하는 잇몸을 넣어 끼웠다 뺐다하는 의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분 의치는 물론 크라운, 임플란트 등의 시술로 추가하는 인공 보철물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대한치과보철학회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와 사망원인통계를 연계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아 상실과 보철 치료가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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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치아의 개수를 그룹별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 치아 수가 감소할수록 생존율이 감소했다./사진=대한치과보철학회
만 60세 이상 고령자 1만 4253명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추적해, 잔존 치아 개수와 사망 위험 사이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평균 28개의 자연치가 있고, 나이가 들면서 치아가 빠져 그 수가 줄어든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을 잔존 치아 수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 간 사망 위험비 차이를 확인했다.

그 결과, 60세 이상 한국인에서 잔존 치아 개수가 한 개 감소할 때마다, 사망 위험은 약 1.2%씩 증가했다. 치아가 네 개 상실되면, 사망 위험은 약 5%, 여덟개 상실되면 약 10% 증가하는 셈이다. 대한치과보철학회 김성균 위원장(서울대 치대 교수)은 "치아가 많을수록 저작이 원활해져 저작근의 움직임으로 뇌로 가는 혈류 흐름이 증진되고, 잘게 잘린 음식물로 소화 흡수도가 증가하는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확인하는 향후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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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틀니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치과보철학회 김성균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보철 치료로 방어 가능… "건강보험 확대 위해 노력 중"
학회에서는 사망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잔존치아 개수도 조사했다. 그 결과, 치아가 20개 미만일 때 사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갔다. 20개 미만일 때는 20개 이상인 사람보다 10년 생존율이 약 14.9%, 15년 생존율은 21.5% 낮았다.

제때 보철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은 올라간다. 연구팀은 잔존치아 20개 이하인 그룹에서 다시 보철 치료를 받은 군과 받지 않은 군의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보철 치료를 받은 군은 받지 않은 군보다 사망 위험이 15.5% 낮았다. 김성균 위원장은 "0~20개 적은 치아가 남았을 때 고정성 보철, 부분 틀니, 완전 틀니 등 보철 치료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했다.

특히 '어금니'를 지켜야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 절반 이상이 어금니 여덟개가 없었다. 실제 일반적으로 자연치 28개 중 작은 어금니 8개, 큰 어금니 8개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중 입 가장 안쪽에 위치한 제1·2대구치 상실이 가장 빈번하다. 김성균 위원장은 "어금니는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관리가 어려워 상실이 잦다"며 "가장 큰 상실 원인은 치아 우식(충치)과 치주질환(잇몸병)이다"고 했다. 이어 "학회에서는 수명에 영향을 미칠만큼 중요한 보철치료에 대해 많은 환자가 치료할 수 있도록 보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만 65세 이상에서는 부분·완전 틀니, 임플란트(1인당 2개)를 건강 보험 적용해 본인부담 30%로 치료받을 수 있다.


대한치과보철학회 연구진은 “한국인의 건강한 노화를 위해 노년층 보철 치료의 접근성을 보다 향상시키는 것에 대한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며 "국민들에게는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더불어 치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적극적인 치과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틀니의 날 캠페인과 기념식을 후원해 온 글로벌 컨슈머 헬스케어 전문기업, 헤일리온 코리아 신동우 대표이사 사장은 “헤일리온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포용적 건강’을 추구하고 있어, 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에서 건강의 기초 자산인 구강건강과 틀니의 효용성을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틀니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과 건강한 사용 문화 확산을 위해 대한치과보철학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