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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병 없는 고령자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면 폐색전증일 가능성이 높다. 다리에서 생긴 혈전이 폐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폐색전증은 겉으로는 감기나 단순한 피로처럼 보이지만, 방치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최근 건강검진과 응급실 방문자 중 폐색전증 진단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호흡곤란, 폐질환·심부전 없다면 폐색전증 의심
폐색전증은 혈액이 탁하거나 끈적해져 응고된 ‘혈전(피떡)’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폐혈관을 막는 질환이다.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는 폐포에서 폐혈관으로 옮겨가 적혈구를 타고 각 신체 기관에 전달되는데, 폐혈관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끊겨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흉통이 발생한다.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황헌규 교수는 “숨이 차는 흔한 원인은 천식의 악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급성 악화, 폐렴, 기흉, 심부전의 악화 등이 있다”라며 “이러한 원인이 없다면, 호흡곤란의 감별진단에서 꼭 기억해야 할 질환이 바로 폐색전증”이라고 말했다.

폐색전증은 고령자, 암 환자, 오랜 침상 안정이 필요한 부동 상태의 환자, 정맥혈전 병력이 있는 환자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령의 임신부 등이 고위험군이다. 특히 다리 골절 등으로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으면 혈액 흐름이 느려져 끈적한 혈전이 생기기 쉽다.

서구에서는 1000명 중 1명꼴로, 국내에서는 2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그러나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발병률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내 정맥혈전 환자(폐색전증과 심부정맥혈전증)의 70%가 60세 이상이다.


황 교수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앞으로 폐색전증을 포함한 정맥혈전 질환의 발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약물로 치료, 숨 차는 증상 간과 말아야
폐색전증 진단은 정맥 초음파, CT 폐혈관조영술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지며, 폐색전증이 확인되면 혈전 형성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한다. 기존에 사용되던 약제 와파린은 특정 음식이나 다른 약물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고, 주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적정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직접 경구 항응고제(DOAC, 도악)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 다비가트란 등이 주로 쓰인다.

직접 경구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더라도, 다른 질환으로 인한 수술은 대부분 가능하다. 출혈 위험이 낮거나 중간 수준인 수술은 수술 전날과 당일 약을 중단(총 2일)하고, 수술 다음 날 다시 복용을 시작하면 된다. 출혈 위험이 매우 낮은 스케일링이나 발치 등은 약을 끊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다.

황 교수는 “고령에서는 암이나 골절이 흔하고, 복용하는 약물도 다양해 언제라도 갑작스럽게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고령층은 숨찬 증상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