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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르기닌이 발기 능력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말에 보충제를 잔뜩 먹는 사람들이 있다. 별 도움은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우려가 있다. 특히 헤르페스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잠잠하던 증상이 아르기닌 과다 섭취 이후에 재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아르기닌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혈관이 몰려있는 성기가 발기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아주 ‘조금의’ 도움일 뿐이다. 노원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준호 교수에 따르면, 국내외 연구에서 아르기닌은 기저 질환 없이 아미노산 결핍 때문에 경증 발기부전이 생긴 환자에게서만 ‘약간의’ 증상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아미노산 결핍보다는 남성호르몬 저하, 기저 질환 등으로 발기부전을 겪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다.

게다가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해 입술에 포진이 생긴 적이 있다면 아르기닌 보충제를 먹지 않는 게 좋다. 증상이 잠잠하다가도 괜히 입술 포진이 올라올 위험이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하다사 의과대학 바이러스학과 연구팀은 “아르기닌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섭취한 아르기닌을 원료 삼아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번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체내 아르기닌과 또 다른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균형이 깨질 때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증상을 발현하기도 하는데, 아르기닌 영양제를 복용하면 체내 아르기닌 농도가 상승해 이 균형이 깨지기 쉽다.


실제로 아르기닌 과다 섭취 후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해 눈에 포진이 생기기를 반복한 39세 환자의 사례가 보고된 적 있다. 환자는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다양한 보충제를 통해 아르기닌을 일일 권장 섭취량인 6g(혈액순환 개선 등을 목적으로 섭취할 경우)보다 많이 섭취했다. 미국 로뷰 레이저&눈 메디컬센터 연구자를 비롯한 미국·일본 합동 연구팀은 “아르기닌 섭취가 헤르페스 바이러스 증상 발현과 관련 있을 수 있으니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환자에게 아르기닌이 든 모든 종류의 보충제 섭취를 줄이기를 권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기닌은 평소 식사로도 섭취하기 쉬운 영양소다. 견과류 한 컵만 먹어도 2g에서 3g의 아르기닌을 보충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르기닌 보충제까지 먹으면 괜히 과다 섭취 부작용만 생길 우려가 있다.

이 밖에 ▲신장 또는 심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 ▲전립선 질환 등으로 소변이 방광에 가득 차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배출되지 않는 ‘요저류’가 있는 사람도 아르기닌 보충제를 먹지 않는 게 좋다. 신장 기능 저하자가 아르기닌을 복용하면 고칼륨혈증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아르기닌 복용 후 요저류 증상이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이다. 심근경색 환자가 아르기닌을 복용할 경우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밖에도 천식이나 알레르기 환자는 아르기닌 복용 후 증상이 나빠지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