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용의 藥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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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가 80%를 넘나드는 이즈음이 되면 사람들의 불쾌지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쾌지수를 넘어 실제로 장마철에 증상이 심해지는 질환들이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관절 통증이다. 대기차로 인해 관절에 분포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악화될 뿐 아니라, 잦은 비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도 굳어지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습(濕)이 쌓이는 대표적인 기관을 비장(脾臟-소화기계)으로 보았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 즉 팔·다리를 소화기계가 관장한다고 보았고, 비장에 습이 쌓이는 여름 장마철이 되면 팔다리가 무거워지거나 관절 통증이 더욱 심해져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런 관절 통증에 한의사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약재가 바로 우슬(牛膝)이다. 우슬의 이름을 풀이하면 소의 무릎이라는 뜻인데 우슬의 마디 형상이 소의 무릎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하지의 습(濕)을 제거하는 작용이 뛰어나 허리나 다리의 통증에는 빠짐없이 처방되곤 한다.

연구에서도 우슬의 관절 통증 치료 효과는 확인할 수 있는데 항염증, 항관절염, 진통, 항골다공증 작용까지 관절에는 특효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방풍탕이나 소경활혈탕 등 관절 통증에 자주 쓰이는 처방에는 어김없이 이 우슬이 반드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예로부터 왕들도 우슬이 들어간 약이나 차를 많이 마셨는데 가장 대표적인 왕이 바로 장수의 상징과도 같은 영조 임금이다. 영조는 오래 산 만큼 관절이 좋지 않았는데 관절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주로 섭취한 것이 우슬이 듬뿍 들어간 송절차였다. 조선왕조실록 영조편 43년 1월 15일 기록을 보면 영조가 관절이 좋지 않아 거동을 못하다가 ‘송절차를 섭취한 후 걸어다닐 수 있으니 선대의 영혼께서 내려주신 바’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송절차의 주 원료가 우슬, 오가피, 밤, 소나무 뿌리다.

이 외에도 홍화, 당귀와 함께 배합하면 부인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 월경 부조, 무월경, 희발월경 등에 사용되기도 했으며, 1970년대 중국에서는 출산 및 유산의 유도에 널리 이용되기도 했다. 많이 사용되는 것에 비해 독성 및 부작용에 대한 임상 보고가 거의 없는 만큼 차로 만들어 먹기 좋은데, 다만 자궁수축 등의 효과가 있어 앞서 언급한 바와같이 출산이나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임산부는 아무리 관절이 좋지 않아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차로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우슬은 뿌리 약재로 흙과 같은 불순물이 많으므로 깨끗이 세척하여 준비한다. 물 1.5.리터에 우슬 20~40g 넣고 30분 정도 끓이는데 약한 불에서 끓이는 것이 더욱 좋다.. 약간 쓰기 때문에 꿀이나 레몬을 첨가하여 복용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