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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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고령자들의 질병 부담이 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관련 생물학적 제제의 접근성이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령자 사망 원인의 3위를 차지함에도 질환에 대해 몰라 진단·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많으며,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된 약이 등장했지만 높은 비용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COPD, 환자 계속 증가하는데… 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 많아"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의원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어르신 숨 쉴 권리 보장을 위한 COPD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의료진들은 COPD가 전 세계 고령자 사망 원인의 5%를 차지할 만큼 유병률이 높음에도,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점을 지적했다.

COPD는 기도에 만성 염증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폐 조직이 파괴되고 기도가 좁아지는 질병이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호흡곤란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흡연이나 결핵, 대기오염에의 노출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만 40세 이상의 유병률은 12.7%, 만 65세 이상은 25.6%로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며, 초고령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향후 30년간 환자 수가 23% 증가할 전망이다.

의료진들은 폐가 한 번 손상되면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면서도,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도로 인해 치료받는 환자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0세 이상 COPD 환자 중 2.3%만이 자신의 유병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치료율은 1.2%에 불과했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는 "당뇨병·고혈압·고콜레스테롤증처럼 익숙한 만성질환은 인지율이 60% 이상인 반면, COPD는 100명 중 2.3명만이 질환을 알고 있다"며 "진단된 환자수가 약 10만~20만명이지만, 진단받지 않은 환자 수는 3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또한 COPD의 인지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대한노인회 송재찬 사무총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흡연율과 고령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이 매우 심각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질병의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예방·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듀피젠트, 월 약가 150만원… 간접 의료비 등 여러 비용 고려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또 하나의 쟁점은 COPD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였다. 그동안 환자들은 흡입제 2제 또는 3제 병용요법을 받아 왔으나,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고위험군(1회 이상 중증 악화를 경험한 환자) 중 악화 위험이 가장 큰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cells/uL 이상인 환자들은 흡입기 3제요법을 받아 왔음에도, 약 60%가 질병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용범 교수는 "흡입기는 처방 시 의료진들의 교육이 매우 중요했던 약제"라며 "환자 본인이 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병의 악화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듀피젠트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최초로 허가된 생물학적제제(주사제)로, 임상 연구에서 COPD 악화 사례를 흡입제 대비 유의미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치료 선택지가 부족한 환자들의 질병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연 1조4000억원으로, 1인당 비용은 747만원이다. 이는 당뇨병(137만원)의 약 5.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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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대한노인회 송재찬 사무국장(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정준엽 기자
그럼에도 환자들은 아직 듀피젠트를 쉽게 치료 선택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1회 투여 시 약값인 75만원을 고스란히 직접 부담해야 해서다. 듀피젠트는 2주에 한 번 주사하는 약으로, 월 150만원·연 1800만원을 비급여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환자들은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국내에서 두필루맙의 보험급여 적용이 어려운 것은 여러 사회경제적 부담 중 약 2800억원 규모의 직접의료비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COPD 환자들이 듀피젠트를 비롯한 여러 약들을 급여로 사용할 경우, 직접 의료비뿐만 아니라 간접 의료비도 많이 절감할 수 있어 큰 틀에서 봤을 땐 급여 적용이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반드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 부담 크지만… 높은 우선순위에 동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결정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인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COPD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워낙 노인·환자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재정적인 부분도 고려를 해야 한다"면서도 "COPD는 저위험군이더라도 위중한 질환으로 보고 있어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김연숙 보험약제과장 또한 "작년 급여 의약품으로 인한 약제 비용이 26조원을 돌파했고, 총 진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면서도 "고령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COPD 약제의 급여 또한 여러 의견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