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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해적들이 눈 건강 보호를 위해 안대를 썼을 것으로 추측한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2007)'의 한 장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영화나 드라마 속 해적은 대부분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낀 채 등장한다. 거친 해적 생활 중 발생한 눈 부상 때문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상 외의 또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뒷받침하는 역사적 자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해적들이 눈 건강 보호를 위해 안대를 썼을 것으로 추측한다.

◇해수면에서 반사되는 빛으로부터 눈 보호
첫 번째로, 해수면이나 갑판에서 반사되는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려고 안대를 낀다는 가설이 있다. 아이리움안과 최진영 원장은 “해수면, 하얀색 페인트, 금속 등은 자외선을 강하게 반사한다”며 “이렇게 반사된 빛은 일반적인 빛보다 망막이나 수정체에 더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햇빛은 눈에 화상까지 일으킨다. 최 원장은 “자외선에 의한 화상인 ‘광각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시력이 떨어지거나 눈이 시리고 이물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백내장 위험도 키운다. 최 원장은 “(이 때문에 오늘날) 해양 활동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나 편광 렌즈(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하는 것을 줄여 눈부심을 완화하는 렌즈)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쪽 눈 가리면 빛 변화에 빨리 적응 가능
두 번째 가설은 갑판 위아래를 넘나들며 어두운 환경과 밝은 환경을 자주 오가기 때문에 눈이 환경에 빨리 적응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최진영 원장은 “눈이 빛의 양에 반응하는 과정인 명순응과 암순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 한쪽 눈을 가리고 다닌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밝은 곳으로 이동하면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한다. 이때 발생하는 현상은 명순응 현상이다. 몇 초에서 몇 분이 지나야 시야가 선명해진다. 반대로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현상은 암순응 현상이라 한다. 최 원장은 “망막에 있는 주요 감각세포 중 하나인 ‘간상세포’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제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이때 간상세포에서 ‘로돕신’이라는 시각 색소를 재합성해 시야를 회복한다”고 말했다. 암순응은 20~30분까지 비교적 오래 걸릴 수 있다.

다만, 일반인이 해적처럼 한쪽 눈만 가리고 생활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진영 원장은 “아직 시력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7~8세나 그 이하의 어린이의 경우 치료 목적으로 가리기도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권하지 않는다”며 “약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시란 검사상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시력 발달이 잘 안 돼 안경을 쓰고도 정상 시력이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조기 치료하면 정상 시력을 되찾을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시력 회복이 어렵다. 성인도 한쪽 눈을 가리는 생활은 피해야 한다. 최 원장은 “성인의 경우 단기간엔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한쪽 눈으로만 생활하면 공간감이 없어지거나 시각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