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 내릴 때 약 1m까지 박테리아 확산돼
공공장소 직수형 변기 사용 시 특히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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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오래 앉아서 휴대폰을 하면 배설물 속 박테리아가 휴대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에서 30분 이상 머무르며 SNS, 게임 등 휴대폰을 사용하는 ‘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화장실에서 무심코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박테리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화장실 내 휴대폰 사용 시간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이로 인한 박테리아 감염 위험을 간과한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며 여유를 즐긴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욕실용품 브랜드 QS Supplies가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화장실 사용습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화장실에서 연간 평균 49시간, 약 이틀을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Z세대는 평균 54시간으로 가장 사용시간이 길었다. 참여자들은 변기에 앉아 각각 소셜 미디어 스크롤(66%), 동영상 시청(40%), 문자 및 DM에 응답(37%), 뉴스 읽기(36%), 이메일 보내기(36%), 게임(29%), 온라인 쇼핑(14%), 업무 관련 작업 완료(9%), 전화 통화(8%)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참여자 중 75%가 화장실에서 휴대폰 사용 후 휴대폰을 닦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배설물 속 박테리아, 휴대폰으로 옮겨가
변기에 오래 앉아서 휴대폰을 하면 배설물 속 박테리아가 휴대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영국 레스터대 임상 미생물학 교수 프림로즈 프리스톤 박사가 영국 데일리메일에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배설물에는 설사·위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 혈액과 폐에 감염을 일으키는 슈도모나스 등 해로운 박테리아가 존재한다. 변기 물을 내리면 박테리아가 들어있는 작은 액체 방울 기둥이 사방으로 퍼지며 박테리아가 멀리까지 확산한다. 실제로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팀 실험 결과, 변기 물내림으로 인한 에어로졸(생물학적 인자들이 기체적 환경에 미세한 입자로 분산된 상태) 현상은 8초 만에 약 1.5m까지 퍼져나갔다. 프리스톤 박사는 “변기에 인접한 구역은 박테리아 노출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비누, 수도꼭지, 세면대, 손잡이, 매트 등 모든 공간에 배설물 박테리아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도 휴대폰이 배설물 속 박테리아에 오염될 수 있으며 화장실을 정기적으로 소독하지 않는 경우에는 박테리아가 몇 시간에서 최대 몇 일간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의해야 할 때는
화장실에서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제한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국민대학교 임산생명공학과 김형진 교수는 “틈틈이 위생 관리를 하고 집안 구성원만 사용하는 가정용 화장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양한 사람이 여러 형태로 사용하는 공중 화장실 등에서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진 교수는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 학교 등에서는 수도관에서 직접 연결돼 물이 내려오는 방식의 직수형 변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물탱크형 변기보다 수압이 강해 박테리아 노출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버튼을 누르는 식이 아닌 바 형태의 레버를 내려 사용하는 변기를 생각하면 된다.


노출되는 위치에 따라서도 위험도가 다르다. 유한킴벌리와 국민대가 진행한 ‘화장실 변기 물 내림에 의한 비산(날아서 흩어지는) 물질의 오염 특성 연구’에 따르면, 변기 커버를 올려둔 상태에서 물을 내렸을 때 직수형 변기에서 흩어지는 입자는 최대 92㎝ 높이까지 상승하고 약 1분간 공중에 머물렀다. 위치별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변기 앞쪽으로 물줄기가 가장 많이 분사됐다. 프리스톤 박사 역시 “배설물 박테리아가 포함된 미세 물방울이 변기 앞쪽과 변기 옆 바닥으로 가장 많이 방출된다”고 말했다.

◇감염 위험 낮추려면
화장실 사용 전후로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를 비롯해 평상시에도 알코올 솜 등으로 휴대폰을 틈틈이 닦는 습관을 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김형진 교수는 “공공장소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변기 표면을 깨끗한 휴지 등으로 한 번 닦고 사용하는 등 감염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테리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형진 교수는 “에어로졸이 분사되지 않는 변기 구조를 밝혀내기 위해 변기 개발 업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화장실 내 여러 위치에 생물 배지를 설치해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지 등의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