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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K병원 김태현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허리 통증은 중장년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고질병이다. 나이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기고 진통제로 버티거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반복되는 허리 통증 뒤에는 단순한 근육통이 아닌 척추 질환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척추전방전위증이다. 척추뼈가 아래쪽 뼈보다 앞으로 밀려 나오는 병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 손상이나 만성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는 뼈와 뼈가 일정한 간격과 배열을 이루며 정렬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렬이 무너지면 척추관 내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노화는 척추전방전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 관절, 인대가 점차 약해지고 느슨해지면서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 전위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연령대라도 선천적으로 척추분리증이 있거나 반복적인 허리 사용으로 척추 마디를 이어주는 연결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 전위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허리를 숙이거나 오래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엉덩이·허벅지·종아리로 퍼지는 방사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위된 정도가 심할 경우 허리 주변과 다리 뒤쪽의 근육이 뻣뻣해져 허리를 구부리기 힘들어진다. 허리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보니 단순 요통으로 오인해 병을 키우는 사례도 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X-ray 촬영으로 척추 정렬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MRI나 CT 검사를 통해 신경 압박 정도와 병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척추전방전위증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될 수 있으며,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신경 마비 증상이 동반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척추가 50% 이상 빠져 있을 경우, 증상과 무관하게 더 이상의 전위를 막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전위가 크지 않고 척추 불안정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척추내시경을 이용해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감압술을 시행할 수 있다. 반면 전위가 크고 척추가 불안정한 경우에는 약해진 척추 마디를 유합술을 통해 고정하고 정렬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에는 유합술에도 척추내시경이 활용되며, 최소침습 수술이 가능해졌다. 척추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피부 절개가 작고 출혈이 적으며, 주변 근육과 연부조직 손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고령 환자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도 수술 부담을 덜 수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한 번 발생하면 전위가 점점 진행되거나 만성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구조를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치료가 중요하다. 노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증상 악화를 늦출 수는 있다. 허리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 무릎 아래 감각 이상 등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통증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길 바란다.

(*이 칼럼은 강서K병원 김태현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