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특진실_부평세림병원
환자 상태 급격히 악화하는 중환자실
의료인력 부족해 부담도 커지는 중
AI로 입원 환자 상태 악화 파악
패혈증·심정지는 물론 사망까지 예방

의료인력 부족한 한국… 중환자실은 '살얼음판'
중환자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다. 혈압이나 산소 포화도와 같은 수치가 갑자기 떨어진다면 사망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중환자실 의료진은 매일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 옵션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제한된 인력으로 여러 환자를 동시에 모니터링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각종 수치나 환자 상태를 해석해서 중증도를 판단하고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의료진의 부담감도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진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다른 OECD 회원 국가보다 많아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부평세림병원 황준하 과장(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은 "어떤 징후를 놓치게 되면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 하나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긴장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중환자 상태 악화 예측
중환자실 의료진을 보조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도구들이 개발돼왔다. 중환자실 사망률 평가 도구인 '아파치 스코어'나 조기 경고 점수 'NEWS', 'MEWS'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아파치 스코어는 환자가 입원할 때 한 번만 확인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 호전이나 악화되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조기경고점수 역시 수치만 반영하는 구조다 보니, 알람 누락이나 잘못 경고를 주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도구들을 AI가 빠르게 대체해가고 있다. AI 솔루션이 환자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체온, 호흡수 등 EMR(전자의무기록) 기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이를 본 의료진은 즉각 조치에 나서 패혈증, 갑작스러운 중환자실 전실, 심정지, 사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황준하 원장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치료에 대한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보조해주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 역할 대부분은 AI가 맡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응급 상황 업무 효율 높여
254병상의 부평세림병원도 최근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AITRICSVC)를 도입했다. 바이탈케어는 생체신호, 혈액검사 등 총 19가지 항목을 종합 분석해서 환자의 악화 가능성을 예측해 준다. ▲일반 병동에서 6시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는 사망, 중환자실 전실, 심정지 ▲일반 병동에서 4시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는 패혈증 ▲중환자실에서 6시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는 사망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엔 대형병원뿐만이 아니라 중소병원들도 AI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황 과장은 "중환자실 전담의로서 특히 사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준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고했다.
바이탈케어 도입을 두고 병원 내 의료진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으나, 도입 후에는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 과장은 "환자의 상태를 기계가 판단한다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고 의료진의 직관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토로가 많았다"며 "그러나 실제 사용해본 뒤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야간이나 응급 상황이다. 기존에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시간에 여러 환자를 동시에 관리하다 보면 미세한 변화에 즉각 반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이탈케어가 보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환자를 빠르게 선별해 대응할 수 있다. 황 과장은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해주는 도구" 라며 "곧 AI로 관리되는 병원이 환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받는 시대가 올 것" 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