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당신의 발밑은 안전한가요? 맨홀 안전 실태 [따져봤다]

최지우 기자

'장마철 지뢰' 맨홀 사고, 콘크리트 뚜껑 특히 주의해야
전국적으로 맨홀 뚜껑 교체·추락방지장치 설치 사업 진행 중

이미지

콘크리트 맨홀 뚜껑이 파손된 모습./부속사진=네이버 카페 '창원현동닷컴' 캡처
도심 곳곳에 설치된 맨홀 뚜껑이 예기치 못한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뚜껑이 들리거나 노후된 맨홀이 파손되며 추락 등 안전사고가 잇따른다. 안전을 위해 발밑도 점검해야 할 때다.

◇내구성 약하고 파손 조짐 거의 없는 ‘콘크리트 맨홀’
여름철은 맨홀 추락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다. 장마철에 강우량이 늘어나면 하수관 내부에 빗물이 가득 차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이 솟아오르거나 열리는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도로나 보도가 침수하는 경우에는 발밑을 확인하기 어려워 심각한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호우로 인해 열린 맨홀에 중년 남매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건 콘크리트 소재의 맨홀이다. 콘크리트 맨홀은 약 30년 전 도시 미관을 위해 색을 넣어 만든 종류로 주변 풍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조화(調和) 맨홀’이라고도 불린다. 대부분 중국산 수입 제품으로 철제 맨홀보다 개당 10만~20만 원 저렴해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콘크리트 맨홀은 노후, 스쿠터나 킥보드 등에 의한 외부 충격, 하수도 내부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 등에 취약해 파손이 잦다. 서울시청 물재생계획과 정한영 하수관리팀장은 “모래와 시멘트로 구성된 시멘트 특성상 철, 주석 등의 소재보다 노후화가 빨리 진행돼 내구성이 약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맨홀 겉면이 아닌 안쪽 면이 부식된 경우 겉보기에 파손 정도를 짐작할 수 없어 그 위를 보행하다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콘크리트 맨홀은 대다수가 내부에 철근 등 안전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맨홀 사고가 발생하면 더 치명적이다.

◇맨홀 관리 실태 살펴보니
맨홀 안전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맨홀은 용도와 위치별로 소관 기관이 다르다. 하수도 맨홀은 물 관리국 하수관리팀, 전기 맨홀은 한국전력공사, 통신 맨홀은 민간 통신사가 담당하는 식이다. 이 개별 기관이 1차 관리 주체가 되며 맨홀 위치에 따라 각 자치구에서 포함된 구역 내 전체 맨홀 시설물의 운영·점검·보수를 맡는다. 자치구는 점검 결과나 예산 편성 등을 시에 보고해 종합적인 관리를 담당한다.


맨홀은 등급별 위험도를 구분해 관리되며 A~D(가~라) 등급 중 D(라) 등급이 가장 위험한 단계다. 평가항목은 외부와 내부로 나눠 ▲맨홀뚜껑 외관상태·덜컹거림·표면 마모·부식·경첩 및 잠금부·뚜껑과 틀간의 단차 ▲높이 조정부 파손·충전 불량·균열 ▲주변 포장 손상 및 뚜껑과 주변 포장의 단차 ▲내부 표면 손상·파손·균열·침입수·뿌리침입 등을 평가한다. B(나) 등급으로 평가됐을 때부터 지속 관리대상으로 선정돼 변화 상태를 관리하고 필요 시 정비를 실시한다.

◇안전사고 방지 대책은
맨홀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시설 정비 및 보호 장치 설치가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2022년 12월 하수도 설계 기준을 개정해 맨홀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바 있다. 추락방지장치를 설치하면 맨홀에 사람이 빠지더라도 망 위로 떨어져 심각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으며 맨홀 작업자는 작업 전 철망 분리 작업을 거치면서 맨홀 바닥의 유해가스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 가능하다. 정한영 하수관리팀장은 “서울의 약 28만 개 맨홀 중 추락방지망 설치 대상인 5만3000개 중 현재까지 약 3만2000개가 설치 완료됐고 올해 안에 나머지 2만1000개를 전부 설치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맨홀 교체 작업도 시작됐다. 서울시청 도로관리과 류인종 포장안전팀장은 “과거부터 콘크리트 맨홀 파손 사례가 지속돼 작년부터 정비를 시작했으며 ‘도로상 맨홀 정비 및 관리 지침’에 따라 정기 점검 및 필요한 경우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작년에 서울시에 있는 약 1만5000개의 콘크리트 맨홀 중 8000개를 교체했으며 올해 말까지 나머지 7000개를 전량 교체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외에 다른 시·구에서도 시민 보행 안전을 위한 콘크리트 맨홀 뚜껑 교체 사업에 나서고 있다.

◇보행 시 주의해야
맨홀 추락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평소 주의를 기울이려는 개인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맨홀 뚜껑 위를 무심코 밟고 지나가기보다 가능하면 피해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겉면이 멀쩡해 보여도 내부가 부식돼 있을 위험이 큰 콘크리트 맨홀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맨홀로 인한 사고 위험이 더 증가하기 때문에 집중 강우 지역이나 침수 위험 지역을 가급적 방문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침수된 지역은 물이 혼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재난안전포털 호우 주의보·경보 시 자연재난행동요령에 따르면, 침수된 도로를 보행할 때는 느리고 안정적인 걸음으로 이동하며 도로 중심보다는 건물 외벽을 붙잡고 이동해야 한다. 우산이나 긴 막대기 등을 사용해 맨홀 등 장애물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만약 물이 강하게 흐르거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경우 맨홀 뚜껑이 열려있을 수 있으니 피해서 이동한다. 맨홀 뚜껑에서 기포가 나온다면 뚜껑이 갑자기 열릴 수 있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먼 곳으로 벗어나야 한다.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