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죽음, 누구나 맞이하는 순간… ‘이렇게’ 이별을 준비하세요
이병욱 드림(대암클리닉 원장)
입력 2025/06/12 08:50
<당신께 보내는 편지>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옵니다. 죽음을 탐닉하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보고 사랑해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어쩌면 삶이란 죽음이 빌려준 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선적으로 삶의 종말이 죽음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은 다른 세계로 가는 하나의 좁은 문일 뿐입니다. 축복 속에서 태어나듯 축복 속에서 가는 삶도 아름답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아닙니다.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환자들도 많이 봤습니다. 죽음이 두려운 건, 역설적으로 잘 살지 못하고, 잘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정서상, 죽음에 대해 피하고 외면하려 하지,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의료 행위는 죽음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치료 행위 자체에만 몰두해 있는 경향이 있지요. 무리하게 수술을 시도하거나 약물 치료의 부작용으로 오히려 죽음을 앞당기기도 합니다.
생과 사에 초연할 것 같은 의사들도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 불편함과 함께 심한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그 때문에 보호자나 환자는 죽음이 가까워져 오면 의사가 환자를 피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의사가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환자는 더욱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입니다. ‘아, 내가 드디어 죽을 때가 된 모양이구나… 그래서 날 피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의사는 환자가 이런 오해를 하지 않게끔 어떤 식으로든 대화하며 설명해야 환자를 더 잘 돌볼 수 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저는 후배 의사에게도 더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라고 말합니다.
보호자들 역시 환자를 더 잘 돌보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옛날 같으면 집안에서 가족의 임종을 맞은 경험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에 보호자들도 임종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며 환자의 불안을 가중하기도 합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죽음에 대해 담담해져야 합니다.
“아이고, 어쩌나 이제 죽는다는데… 억울해서 어떡하나”와 같은 비탄이나, “봐라, 그렇게 사니까 이렇게 죽지!”와 같은 저주, “지지리 운도 없지,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못 해서….” 와 같은 병원에 대한 원망은 절대로 환자에게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듯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보호자가 통곡하거나 까무러치는 행동은 절대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설사 그런 소리를 들었다 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환자 앞에서는 티를 내지 말아야 합니다.
보호자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위로하고 투병을 격려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마음으로는 서서히 보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삶에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죽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태도는 운명을 담담하면서도 평온하게 받아들이고,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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