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추억을 꺼내어 마주하는 시간, 내가 치유되는 시간

김태은 드림(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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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태은 교수의 그림
한 사람의 인생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모든 순간 우리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살아왔지요. 그래서일까요, 한 사람은 한 권의 책과 같다는 의미에서 ‘사람 책’이라는 표현이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암이라는 큰 병을 진단받는 순간, 많은 환자는 마치 자신이 그 이야기에서 밀려나고, 암이라는 질병이 삶의 주인공이 된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몸이 아프니 마음은 위축되고, 화도 나고, 지나간 날들이 자꾸 후회로 떠오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몸과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암 진단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곁에는 여전히 수많은 추억과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 수많은 추억과 소중한 사람들, 어디에 있을까요?

요즘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그 작은 화면 속에는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웃고 울던 순간들, 무심코 찍은 풍경들이 담겨 있습니다. 휴대전화 사진첩에 담긴 사진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따뜻한 휴식이 됩니다.

이제 그 사진들을 도화지 위에 올려놓고 함께 바라보며 작업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사진을 잘라 붙이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하며,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을 걸고, 오늘의 가족들과 과거의 기억을 연결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미술치료에서 활용하는 콜라주 작업입니다.

꼭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기에, 그림 그리기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쉽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색종이, 사진, 손 글씨 몇 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얼마 전, 폐암으로 힘든 치료를 받던 한 환자분과 함께 작업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분은 가장 힘겨웠던 시절,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대수로 공사에 참여했던 경험을 자주 회상하셨습니다. 목숨을 걸고 사막에서 일했던 그 시절이, 당시에는 정말 고생스럽게 느껴졌지만 요즘 들어서는 가장 자랑스럽고 그리운 시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기억을 함께 시각화해드리고 싶어 인터넷에서 당시 공사 현장의 사진과 관련 기사를 찾아 출력했습니다. 환자분은 통증을 견디며 몸을 세우고는,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치 사막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일하던 한 청년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리비아의 날씨, 현지인들의 차별, 그리고 그 모든 속에서 느꼈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쉼 없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 속에 있는 가족사진을 꺼내어 “이 장면 속에 넣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가족사진을 출력해 사막 공사 현장 한가운데에 배치해드렸습니다. 환자분은 붓 펜을 들어 그 위에 이렇게 써 내려가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여기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너희 아빠 공부를 끝까지 시킬 수 있었어. 힘들었지만 인내하면 성공할 수 있다. 할아버지가 고생했지만, 이곳을 이렇게 보여주는 건, 그 시절의 성실과 인내를 너희에게 전하고 싶어서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사진을 더 넣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시절, 가장 많은 눈물의 편지를 보내셨던 분. 바로 한국에 계셨던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옆에는 또 이렇게 글이 더해졌습니다.

“어머니,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어머니도 한국에서 고생하신 거 알고 있어요. 저 때문에 너무 많이 울지 마세요. 그 시절 고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 아이들이 편히 지냅니다. 저는 후회 없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이 한 장의 그림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살아 있는 가족과 돌아가신 분들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구성했던 모든 존재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처럼 미술치료의 시간은 기억을 재구성하고, 사랑을 다시 꺼내 보는 마법 같은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콜라주 작업은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포함하며, 이는 정서적 통합과 자기 서사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콜라주를 활용한 미술치료는 환자에게 통제감을 회복하게 하고 정서적 환기를 유도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낸다고 합니다.

사진을 자르고 붙이는 단순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삶을 다시 꺼내 보고, 그 속의 사랑과 성실, 인내와 감사의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삶은 여전히 의미 있고, 나는 여전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합니다.

힘들고 아픈 시간을 보내는 오늘, 우리 손안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속 사진들을 꺼내어, 그 사진들로 여러분의 삶을 새롭게 구성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어떤 상황 속에 계시더라도,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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