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권식의 성의학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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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콘돔의 기능은 원하지 않는 임신의 예방만이 아니다. 성병의 전파 차단이라는 매우 중요한 기능도 있는데, 위험한 성관계에서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콘돔에 소극적이다 보니 비복용 여성보다 성병이 50~100% 더 많다. 또 콘돔의 피임 실패율도 양호한 사용자는 약 3%인데 반해 일반 사용자는 13%에 달해 콘돔의 올바른 사용이 요구된다.

우선 콘돔은 성기에 맞는 크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둘레만 결정하면 길이는 정해져 있다. 너무 작으면 착용감이 좋지 않거나 파열이 쉬워 콘돔을 회피하는 이유가 되고, 너무 크면 성행위 중 벗겨지거나, 정액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부적절하다. 일반적으로 음경의 가장 굵은 둘레의 80~90%인 콘돔 둘레가 적절하다. 그래서 중형 콘돔은 음경 둘레 11.3~13.3cm에 적절하다. 대부분 콘돔은 라텍스 제품이어서 탄성과 내구성이 좋지만, 초박형은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서 내구성과 탄성이 좋지 않아 파열의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장기간 보관한 경우 파열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유통 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콘돔도 미리 착용해 보고 크기를 결정해 두고, 착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평소에 연습이 필요하다.

생리 중에는 임신이 안된다는 이유로 콘돔을 안 쓰는 경향이 있지만 틀렸다. 생리 중이라도 서로의 성병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트너에 따라 콘돔을 선별적으로 착용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여성은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50~75%가 되는 성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성병이 없는 것이 아니다.

콘돔은 성관계 중간에 혹은 사정 전쯤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성관계 전부터 착용해야 한다. 또, 남성이 착용할 때 음경이 콘돔의 바깥 면에 접촉되면서 착용하면 임신은 예방할 수 있지만 남성 성병의 전파는 예방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남성이 착용 전에 파트너가 음경을 자극하기 위해, 혹은 여성이 콘돔을 착용할 때 손이 직접 음경에 접촉하는 것은 남성의 성병이 여성에게 전파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착용 시에는 반드시 콘돔 끝의 정액 저장 부위를 쥐어 공기를 뺀 상태에서 착용해야 한다. 공기가 남아 있으면 압력이 증가하여 사정 후 정액이 흘러나오기 쉽고, 파열의 위험성이 커진다.

여성은 생리주기에 따라 질 분비물의 양이 달라질 수 있는데, 성관계 중 질 분비물이 적으면 마찰이 증가해 콘돔이 파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윤활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바셀린이나 마사지 오일과 같은 지용성 윤활제는 라텍스를 약화시켜 파열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용성이나 실리콘계 윤활제를 써야 한다.

사정 후 콘돔을 곧바로 제거하지 않으면 정액이 새어 나올 수 있으므로 즉시 콘돔을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제거할 때는 정액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콘돔 입구를 확실히 쥐면서 제거해야 한다. 콘돔 파열을 막으려 두 개를 착용하는 것은 콘돔 간 마찰을 증가시켜 오히려 파열 기회가 증가한다. 또, 연속으로 성행위를 하더라도 한 개의 콘돔을 재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방법인데 미국에서조차 83%에서 재사용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캐주얼 성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빌런 같은 남성이 있다. 콘돔으로 감각이 둔해진다며 콘돔 착용을 싫어하는 남성이다. 이런 남성은 콘돔을 착용하면 성관계 중에 발기가 소실되는 확률이 정상인 보다 3.2배 더 높다. 그래서 애초부터 콘돔을 거부하거나 성관계 중에 발기 소실로 콘돔이 벗겨지는 경우가 일반인에 비해 약 다섯 배, 사정 전에 동의 없이 콘돔을 제거하는 경우가 2배가 넘는다.

만약 콘돔 사용에 문제가 있어서 임신의 우려가 있다면 사후피임약을 12시간 이내, 최대 36시간 이내에 복용하거나, 병원에서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는 것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성병이 우려되면 인지 즉시 외성기 주변을 물로 세척하고 보건소나 병원에서 성병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만약 이런 사항들을 지키는 것이 귀찮다면, 2세를 위해 내 몸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조차 없으니, 성관계를 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