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비만약 맞다가 실명? 유럽서 ‘오젬픽’·’위고비’ 부작용 인정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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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 왼쪽부터 오젬픽, 위고비, 리벨서스/사진=노보 노디스크
유럽의약품청(EMA)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당뇨병·비만 치료제 '오젬픽'·'위고비' 등이 심각한 안과 질환과 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MA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맞아”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의약품과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인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NAION)'의 발병 위험 증가 간 상관관계를 검토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로, 당뇨병·비만 주사제 오젬픽·위고비와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의 주성분이다.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은 전 세계에서 녹내장 다음으로 흔하게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실명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오젬픽·위고비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 간의 연관성은 작년 7월 미국 하버드 의대 의료진이 처음 제기했다. 당시 의료진은 일주일 사이에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 환자를 3명이나 발견해 연구에 나섰고, 그 결과 모두 오젬픽 또는 위고비를 사용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규제당국이 이와 관련해 부작용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RAC는 전임상·임상 연구, 시판 후 추적, 의학 문헌 참고 등의 방법을 통해 약물과 질환 간 모든 데이터를 검토한 끝에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이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희귀한 부작용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EMA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는 사람 1만 명 중 최대 1명에서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 발병 위험이 약 2배 증가했다. 이는 1만인년 치료(1만명의 환자가 1년 동안 약물을 투여하는 것) 당 약 1건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과 같다. 임상시험 자료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 발병 위험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MA는 "세마글루타이드 의약품의 제품 정보에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을 새롭게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며 "치료 중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이나 급격한 시력 악화가 발생하는 경우 바로 의사와 상담해야 하고, 확진 즉시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PRAC의 권고는 인체용 의약품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 전달되며, CHMP는 검토 후 이를 공식 의견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규제당국과 협력해 제품 정보를 최신화하겠다”면서도 “임상시험과 출시 후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러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합리적인 가능성이 제시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의료진도 "황반변성 위험 2배 높여"
유럽 규제당국이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증을 위고비·오젬픽의 희귀 부작용으로 공식 인정한 가운데, 최근 해당 약물이 다른 안과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66세 이상 당뇨병 환자 13만9002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가 노년 안과 질환인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nAMD)의 발생 위험을 두 배가량 높인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미국의학협회 안과학회지(JAMA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눈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혈관이 터지면서 황반이 젖어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노화와 흡연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으로 알려졌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약 1억9600만명의 환자가 보고된다.

연구진이 분석한 전체 환자 중 4만6334명은 GLP-1 계열 약물을 6개월 이상 복용했으며, 9만2668명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 이들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약물 투여군 0.2%(92명), 대조군 0.1%(88명)가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 GLP-1 투여군의 발병률이 약 두 배 더 높았는데, 이들 중 97.5%는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빈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GLP-1을 오래 복용한 사람의 경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GLP-1 약물 복용과 nAMD 발병 간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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