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클럽에서 만난 사람, 그 사람은 만나지 마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입력 2025/06/16 08:53
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직장에서 힘들고 긴 하루를 보냈다. 이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에 모처럼 클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반짝이는 조명, 알코올의 알딸딸함, 심장을 울리는 음악 소리. 분위기에 취해, 술에 취해 클럽을 즐기고 있었던 그 순간, 난 만나버렸다. 그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맨 나의 이상형을.
하지만 잠깐만. 여기서 넘어가선 위험하다. 심리학과 뇌과학은 경고한다. 지금 그 느낌은 거짓일 수 있음을.
클럽은 너무 자극적인 곳이다. 귀가 멍해질 만큼의 큰 음악 소리, 현란하게 반짝이는 조명. 게다가 격렬한 춤에 숨이 차오른다. 아드레날린이 몰아치고, 생리적 각성은 솟구친다. 어느 정도 높아진 생리적 각성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생리적 각성이 눈에 콩깍지를 씌울 수 있다는 점이다.
‘흔들다리 실험’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들다리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마주친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꼈다는 그 실험. 이는 우리가 몸의 생리적 각성을 잘못 해석해서 생긴 결과다. 우리는 감정이 먼저 생기고 몸의 생리적 반응이 뒤따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해서 저 사람을 보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우리는 먼저 생리적 반응이 발생하고, 그 생리적 반응의 원인을 해석해서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흔들다리를 건널 때 심장이 먼저 빨리 뛰고, 이 원인을 뇌가 해석하는데, 보통은 흔들다리 때문에 생긴 생리적 반응이라고 해석하고 ‘무섭다’는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실수로 심장 박동의 원인을 내 앞의 이성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되면, 그 상대를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생리적 각성의 원인을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에게 돌리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술이 원수다. 술은 나름 스트레스를 풀리게 한다. 하지만 위험하다. ‘비어 고글’이라는 현상이 있다. 이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매력도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이다. 그냥 하는 소리 아니냐고? 아니다.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해 봤더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질수록 낯선 이성 얼굴에 대해서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술은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술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은 알코올이 억제 신경전달물질인 GABA 수용체를 자극해 억제성 신호를 강화하면서 일어난다.(이 때문에 알코올은 대표적인 진정제다) 뇌의 신호 전달이 전반적으로 억제되니, 복잡한 사고를 해야 하는 전두엽의 활약이 약해진다. 그래서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기보다는 눈에 두드러지는 단순하고 강한 자극 정보에 더 집중하는데, 이를 ‘알코올 근시(alcohol myopia)’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클럽에서 만난 그 사람의 인성, 능력, 성격 등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는 건너뛰고, 눈에 도드라지는 외형 정보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어 고글 현상이 있으니, 내 앞 사람의 매력은 평상시보다 과대평가돼 있는 상황. 오호통재라!
술이 문제긴 하지만, 이미 직장에서 받을 만큼 받아버린 스트레스도 문제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루어진 HPA축을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과도한 코르티솔은 가장 높은 수준의 인지 기능에 큰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을 억제한다. 그 결과, 평상시면 경계했을 것 같은 위험한(?) 상황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고, 내 앞의 사람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도 못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일단 클럽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 시간을 즐기는 상황은 말 그대로 도파민이 폭발하는 상황이다. 도파민은 쾌락을 증폭시켜 보상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특히 스트레스로 지친 상태에서 찾아온 보상이기에 그 강도가 더욱 크게 평가될 것이고, 그때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도 일종의 보상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결국 이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클럽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호감도와 지각된 매력도는 평상시에 비해 과도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실제로 클럽에서 만난 사람이 정말로 매력적인 사람일 수 있고, 평상시 꿈꿔왔던 이상형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니 클럽에서 만나 지금 열애 중인 많은 커플들이 서로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클럽이라는 곳의 환경, 그리고 그곳으로 향한 나의 마음 및 신체적 상태는 평상시와는 매우 다른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고 글을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은데….
사회가 어려워지고 덩달아 사회 진입도 어려워지면서 사랑을 뒤로 미루는 청춘들이 많은 오늘날, 차라리 클럽에서 진로, 경제적 여건, 성장의 가능성 등 사랑을 머뭇거리게 하는 다양한 인지적 억제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어, 사랑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20대의 발달 과업(발달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필수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미션)이 연애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최고봉은 타인을 나처럼 사랑할 수 있는 연애가 아니겠는가. 삶에 지친 청춘에겐 사랑도 사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지친 삶을 보듬어 주는 것도 역시 사랑이 아닐까. 독자들의 사랑을 위하여, 치얼스!
하지만 잠깐만. 여기서 넘어가선 위험하다. 심리학과 뇌과학은 경고한다. 지금 그 느낌은 거짓일 수 있음을.
클럽은 너무 자극적인 곳이다. 귀가 멍해질 만큼의 큰 음악 소리, 현란하게 반짝이는 조명. 게다가 격렬한 춤에 숨이 차오른다. 아드레날린이 몰아치고, 생리적 각성은 솟구친다. 어느 정도 높아진 생리적 각성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생리적 각성이 눈에 콩깍지를 씌울 수 있다는 점이다.
‘흔들다리 실험’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들다리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마주친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꼈다는 그 실험. 이는 우리가 몸의 생리적 각성을 잘못 해석해서 생긴 결과다. 우리는 감정이 먼저 생기고 몸의 생리적 반응이 뒤따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해서 저 사람을 보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우리는 먼저 생리적 반응이 발생하고, 그 생리적 반응의 원인을 해석해서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흔들다리를 건널 때 심장이 먼저 빨리 뛰고, 이 원인을 뇌가 해석하는데, 보통은 흔들다리 때문에 생긴 생리적 반응이라고 해석하고 ‘무섭다’는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실수로 심장 박동의 원인을 내 앞의 이성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되면, 그 상대를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생리적 각성의 원인을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에게 돌리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술이 원수다. 술은 나름 스트레스를 풀리게 한다. 하지만 위험하다. ‘비어 고글’이라는 현상이 있다. 이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매력도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이다. 그냥 하는 소리 아니냐고? 아니다.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해 봤더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질수록 낯선 이성 얼굴에 대해서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술은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술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은 알코올이 억제 신경전달물질인 GABA 수용체를 자극해 억제성 신호를 강화하면서 일어난다.(이 때문에 알코올은 대표적인 진정제다) 뇌의 신호 전달이 전반적으로 억제되니, 복잡한 사고를 해야 하는 전두엽의 활약이 약해진다. 그래서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기보다는 눈에 두드러지는 단순하고 강한 자극 정보에 더 집중하는데, 이를 ‘알코올 근시(alcohol myopia)’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클럽에서 만난 그 사람의 인성, 능력, 성격 등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는 건너뛰고, 눈에 도드라지는 외형 정보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어 고글 현상이 있으니, 내 앞 사람의 매력은 평상시보다 과대평가돼 있는 상황. 오호통재라!
술이 문제긴 하지만, 이미 직장에서 받을 만큼 받아버린 스트레스도 문제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루어진 HPA축을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과도한 코르티솔은 가장 높은 수준의 인지 기능에 큰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을 억제한다. 그 결과, 평상시면 경계했을 것 같은 위험한(?) 상황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고, 내 앞의 사람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도 못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일단 클럽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 시간을 즐기는 상황은 말 그대로 도파민이 폭발하는 상황이다. 도파민은 쾌락을 증폭시켜 보상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특히 스트레스로 지친 상태에서 찾아온 보상이기에 그 강도가 더욱 크게 평가될 것이고, 그때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도 일종의 보상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결국 이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클럽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호감도와 지각된 매력도는 평상시에 비해 과도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실제로 클럽에서 만난 사람이 정말로 매력적인 사람일 수 있고, 평상시 꿈꿔왔던 이상형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니 클럽에서 만나 지금 열애 중인 많은 커플들이 서로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클럽이라는 곳의 환경, 그리고 그곳으로 향한 나의 마음 및 신체적 상태는 평상시와는 매우 다른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고 글을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은데….
사회가 어려워지고 덩달아 사회 진입도 어려워지면서 사랑을 뒤로 미루는 청춘들이 많은 오늘날, 차라리 클럽에서 진로, 경제적 여건, 성장의 가능성 등 사랑을 머뭇거리게 하는 다양한 인지적 억제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어, 사랑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20대의 발달 과업(발달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필수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미션)이 연애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최고봉은 타인을 나처럼 사랑할 수 있는 연애가 아니겠는가. 삶에 지친 청춘에겐 사랑도 사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지친 삶을 보듬어 주는 것도 역시 사랑이 아닐까. 독자들의 사랑을 위하여,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