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ADC 엔허투, 유방암 1차 치료도 정복할까… 생존기간 연장
정준엽 기자
입력 2025/06/09 06:37
◇엔허투 병용요법, 유방암 1차 치료서 사망 위험 44% 감소
9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엔허투를 1차 치료로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DESTINY-Breast09'의 결과를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DESTINY-Breast09는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엔허투·퍼투주맙(제품명 퍼제타) 병용요법과 기존 표준치료인 탁산·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병용요법(THP 요법)을 비교한 연구다. 임상에는 기존에 치료를 받지 않은 HER2 양성 환자 770명이 참여했다.
중간 분석 결과,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은 THP 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낮췄다. 환자가 암의 악화 없이 생존한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에서 40.7개월, THP요법군에서 26.9개월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중 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비율을 나타내는 '객관적 반응률(ORR)' 또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이 85.1%로 THP 요법군(78.6%)보다 높았다. 완전관해(치료 후 검사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확인된 상태) 사례는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 58건, THP요법군에서 33건이 보고됐다.
줄어든 암의 크기가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하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DOR)'은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에서 39.2개월로 3년을 넘겼고, THP 요법군은 26.4개월로 나타났다. 전체생존기간( OS)은 데이터가 충분히 모이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으나,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이 THP 요법 대비 우월한 초기 경향을 보였다.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의 안전성은 각각 약물의 안전성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우려는 나타나지 않았다.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 중 12.1%에서 간질성 폐질환·폐렴이 발생했고, 1~2등급의 경증 사례가 44명(11.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상 핵심 연구자로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며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내장 전이가 동반된 환자, 뇌전이, 또는 PIK3CA 돌연변이가 있는 고위험 환자군에서 엔허투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다만, 향후 전체 생존율 등 장기적 지표에 대한 후속 분석과 함께, 장기간 엔허투 기반 병용요법이 탁산 중단 후 HP 유지요법과 비교해 갖는 안전성에 대한 평가도 추가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허투 단독요법, 위암 2차 치료서 사망 위험 30% 감소
엔허투는 유방암에서 1차 치료로 적응증 확대를 노리는 한편, 위암에서는 2차 치료로 확대 승인을 노리고 있다. 현재 엔허투는 위암에서 3차 이상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이번 ASCO에서 엔허투를 위암 2차 치료제로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DESTINY-Gastric04'의 결과도 발표됐다.
DESTINY-Gastric04는 절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HER2 양성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엔허투 단독요법과 표준 치료인 라무시루맙(제품명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비교한 연구다. 연구에는 494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 엔허투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은 평균 14.7개월로, 표준 치료군(11.4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30% 낮췄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엔허투 투여군이 6.7개월, 표준 치료군이 5.6개월이었고, 종양이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른 비율은 엔허투 투여군이 표준 치료군에 비해 26% 낮았다.
엔허투의 안전성은 기존 위암 관련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유사했고, 새로운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3급 이상의 중증 부작용은 호중구 감소증, 빈혈, 혈소판 감소중, 백혈구 감소증, 피로감이었다. 간질성 폐질환·폐렴은 엔허투 투여군이 13.9%로 표준요법군(1.3%) 대비 높았으나, 중증도는 4급으로 나타난 1명을 제외하면 모두 1~2급으로 보고됐다.
아스트라제네카 크리스티안 마사체치 최고의학책임자는 "지금까지는 1차 약제를 사용했을 때 종양이 악화한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들은 이후 치료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연구에서 3분의 1에 육박하는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은 엔허투의 유익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