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관세 영향? 美 제약사들 1분기 매출 줄어든 ‘진짜 이유’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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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리스, 화이자, 오가논, BMS, 리제네론, MSD,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미국에 본사를 둔 제약사들의 1분기 매출이 일제히 하락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압박 등 정치적인 영향도 많이 받았으나, 실제로는 회사마다 각각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미국 의약전문매체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상위 25개 글로벌 제약사 중 7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해당 7개 기업은 각각 비아트리스, 화이자, 오가논, BMS, 리제네론, MSD, 길리어드사이언스다. 매출 감소 폭은 비아트리스가 11%로 제일 컸으며, 화이자 8%, 오가논 7%, BMS 6%, 순으로 높았다. 리제네론·MSD·길리어드 또한 매출 감소 폭이 5% 미만으로 높지 않았으나, 각각 4%·2%·0.3%씩 감소했다.

이 7개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둔 제약사라는 점이다. 이 기업들의 1분기 매출 감소한 이유는 공통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압박과 약가 인하 계획 발표 등 정치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른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아트리스의 2020년 화이자의 '업존' 사업부와 마일란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제약사로, 출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다만, 매출 감소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평가받는다. 2020년말부터 제조 공장 폐쇄·매각이 시작되면서 2021년부터 나타난 매출 하락 추세가 올해도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실적 하락은 엔데믹으로 인해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의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가장 컸다. 팍스로비드의 1분기 매출은 4억9100만달러(한화 약 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0억달러(한화 약 2조7000억원) 대비 76% 하락했다.

정맥혈전색전증 치료제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의 판매량이 4%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화이자에 따르면, 엘리퀴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2026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협상 대상에 포함돼 가격 인하가 예고된 상태다.


코로나19 치료제의 매출 감소는 MSD와 길리어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하락한 1억200만달러(한화 약 1400억원)였으며, 길리어드의 코로나19 주사제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는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3억200만달러(한화 약 4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MSD와 길리어드의 경우 코로나19 치료제보다 다른 의약품의 매출 하락이 더 크게 작용했다. MSD는 지난 7개 분기에서 매출이 지속 증가한 상황과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가다실'이 중국 수요 감소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점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길리어드의 경우 항암제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점,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매출의 성장세가 6%로 둔화한 점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MS의 1분기 매출 감소는 지난해 4개 분기 동안 5~9%씩 매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혈액암 치료제인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와 '포말리스트(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레블리미드의 1분기 매출은 9억3600만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수치다.

리제네론도 지난 3개 분기 동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한 끝에 매출이 4% 감소했다. 특히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공동 개발한 안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매출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로슈의 안질환 치료제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 등 새로운 기전의 경쟁 약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데 따른 결과다.

한편, 일라이 릴리와 암젠, 애브비는 미국에 본사를 뒀음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릴리는 당뇨병·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매출이 급증한 덕분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이는 매출 상위 25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암젠과 애브비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8% 증가했다. 암젠은 신약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를 인수한 이후 가장 유의미한 분기 성장을 달성했고, 애브비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매출 하락을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와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이 잘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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