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노보 제친 릴리, 美 비만약 시장 1위 굳히기
정준엽 기자
입력 2025/06/07 17:06
'장기지속형' 주사 개발 나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공급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상황을 틈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릴리는 장기지속형 주사 제형 개발에도 도전을 선언하며 시장 입지를 더 굳게 다지고 있다.
◇노보, 작년 12월 1위 내줘… 공급난·후속 약물·마케팅 등 영향
노보 노디스크는 작년 12월부터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릴리에 내줬다. 최근 공개된 점유율 데이터(3월)에 따르면, 릴리의 점유율은 53.3%,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은 46.1%로, 격차가 7.2%p까지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미국 내 주간 처방량에서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릴리의 점유율 역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공급난에 대한 대처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2년 위고비를 처음 출시할 당시 1일 1회 주사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매출이 높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생산량을 보수적인 수준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위고비는 출시한 지 단 5주만에 삭센다의 5년 누적 처방 건수를 넘어섰다. 위고비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자, 회사는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대신 환자들의 수요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기존 환자들이 고용량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신규 환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복제약의 제조 합법화를 막지 못한 반면, 릴리는 이 틈을 타 자사 약물의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 공급난을 겪는 동안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출시했고, 직접 비교 연구를 통해 젭바운드가 위고비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47% 높다는 결과까지 내놨다.
이후 노보 노디스크는 뒤늦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위탁생산기업 카탈렌트를 인수하는 등 전략을 수정했지만, 폭발적인 비만약 수요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릴리도 노보 노디스크와 마찬가지로 공급난을 겪었지만, 미국 내 추가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등 더 빠르게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약물 개발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릴리는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당뇨병 임상 3상 시험 'ACHIEVE-1'에서 40주 동안 체중을 평균 7.9% 감량했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후속 비만 주사제 '카그리세마'가 예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당초 회사가 예상한 카그리세마의 체중 감량 효과는 25%였지만, 지난 3월 발표한 'REDEFINE-2' 연구에서 나타난 체중 감량 효과는 68주 동안 15.7%였다.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소비자 직접 판매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했고, 대형 원격 의료 회사인 '로'와 할인된 체중 감량 약물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점유율을 확보했다. 노보 노디스크도 위고비를 월 499달러(한화 약 72만원)에 환자 집으로 배송하는 '노보케어 파마시'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릴리보다는 다소 늦었다고 평가받는다.
◇노보, 작년 12월 1위 내줘… 공급난·후속 약물·마케팅 등 영향
노보 노디스크는 작년 12월부터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릴리에 내줬다. 최근 공개된 점유율 데이터(3월)에 따르면, 릴리의 점유율은 53.3%,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은 46.1%로, 격차가 7.2%p까지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미국 내 주간 처방량에서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릴리의 점유율 역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공급난에 대한 대처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2년 위고비를 처음 출시할 당시 1일 1회 주사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매출이 높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생산량을 보수적인 수준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위고비는 출시한 지 단 5주만에 삭센다의 5년 누적 처방 건수를 넘어섰다. 위고비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자, 회사는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대신 환자들의 수요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기존 환자들이 고용량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신규 환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복제약의 제조 합법화를 막지 못한 반면, 릴리는 이 틈을 타 자사 약물의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 공급난을 겪는 동안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출시했고, 직접 비교 연구를 통해 젭바운드가 위고비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47% 높다는 결과까지 내놨다.
이후 노보 노디스크는 뒤늦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위탁생산기업 카탈렌트를 인수하는 등 전략을 수정했지만, 폭발적인 비만약 수요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릴리도 노보 노디스크와 마찬가지로 공급난을 겪었지만, 미국 내 추가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등 더 빠르게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약물 개발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릴리는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당뇨병 임상 3상 시험 'ACHIEVE-1'에서 40주 동안 체중을 평균 7.9% 감량했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후속 비만 주사제 '카그리세마'가 예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당초 회사가 예상한 카그리세마의 체중 감량 효과는 25%였지만, 지난 3월 발표한 'REDEFINE-2' 연구에서 나타난 체중 감량 효과는 68주 동안 15.7%였다.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소비자 직접 판매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했고, 대형 원격 의료 회사인 '로'와 할인된 체중 감량 약물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점유율을 확보했다. 노보 노디스크도 위고비를 월 499달러(한화 약 72만원)에 환자 집으로 배송하는 '노보케어 파마시'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릴리보다는 다소 늦었다고 평가받는다.
◇릴리, 1.2조에 장기지속형 주사 개발권 확보
현재 릴리는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점유율 굳히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릴리는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와 최대 8억7000만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통해 카무루스는 릴리에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기반으로 심장대사 건강을 위한 장기지속형 인크레틴 약물을 연구·제조·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전 세계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다.
계약에는 릴리가 보유한 인크레틴 약물 4개가 포함된다. 여기에는 GIP(위 억제 펩타이드)·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 GIP·글루카곤·GLP-1 수용체 삼중 작용제가 포함되며,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은 사전 충전형 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 또는 자동 주입 펜을 통해 한 번 주사하면 수일부터 수개월까지 장기간동안 치료 효과가 유효한 수준의 약물을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지질 용액이 조직 내 체액과 접촉하면 액체 결정성 겔로 전환돼 유효 성분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캡슐화하고, 액체 결정 기질이 조직 내에서 점차 분해되면서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방식이다. 릴리는 이번 계약으로 젭바운드 등 자사의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에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적용해 기존 주 1회 투여 제형을 월 1회 제형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릴리는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점유율 굳히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릴리는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와 최대 8억7000만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통해 카무루스는 릴리에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기반으로 심장대사 건강을 위한 장기지속형 인크레틴 약물을 연구·제조·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전 세계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다.
계약에는 릴리가 보유한 인크레틴 약물 4개가 포함된다. 여기에는 GIP(위 억제 펩타이드)·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 GIP·글루카곤·GLP-1 수용체 삼중 작용제가 포함되며,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은 사전 충전형 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 또는 자동 주입 펜을 통해 한 번 주사하면 수일부터 수개월까지 장기간동안 치료 효과가 유효한 수준의 약물을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지질 용액이 조직 내 체액과 접촉하면 액체 결정성 겔로 전환돼 유효 성분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캡슐화하고, 액체 결정 기질이 조직 내에서 점차 분해되면서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방식이다. 릴리는 이번 계약으로 젭바운드 등 자사의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에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적용해 기존 주 1회 투여 제형을 월 1회 제형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