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학칼럼] 척추의 구조적 문제, '척추체간 융합술'로 해결 가능
강서K병원 김문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입력 2025/06/05 15:13
실제로 요추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중 다수는 수술을 마지막 선택지로 미루며 가능한 한 보존적 치료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척추질환이 시술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수술이 반드시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디스크 탈출로 인한 심한 신경 압박과 척추의 불안정성이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술 중에서도 디스크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수술법으로 척추체간 융합술 및 나사 고정술이 있다.
척추체간 융합술은 손상된 디스크 공간을 깨끗하게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인공 구조물을 삽입해 척추뼈 사이의 간격을 회복시키는 수술이다. 이 과정을 통해 디스크 탈출로 인해 눌려 있던 신경을 풀어주고, 동시에 인접 척추 뼈에 나사를 고정해 척추의 불안정성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술로 꼽힌다.
단순히 공간만 확장하는 개념인 후궁성형술, 후궁절제술, 혹은 터진 조각만 제거하는 추간판 제거술 등과는 달리, 디스크 공간 자체를 깨끗이 비워내면서 동시에 인공구조물을 신경을 피해서 조심히 넣고, 나사를 고정해야 하는 수술이다 보니 수술 범위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기존에는 절개를 크게 하고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시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가능해졌다. 척추 내시경을 이용한 융합술은 작은 구멍들을 통해 수술을 진행한다. 내시경과 기구가 들어갈 통로와 그리고 경피적으로 나사를 고정하기 위한 통로를 통해 이루어지며, 절개 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회복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이 적고, 주변 근육이나 조직의 손상이 덜하다는 것이다. 수술 이후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또한 고해상도 내시경 화면을 통해 신경 구조를 선명하게 보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 안전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고령자나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수술이 항상 후방(등 쪽)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나 병변 위치에 따라 전방(복부 쪽) 또는 측방(옆구리)을 통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각 접근법은 장단점이 다르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판단은 경험 있는 척추 전문의가 영상검사와 환자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하게 된다.
척추체간 융합술과 나사 고정술은 '가장 큰 디스크 수술'이라는 표현 때문에 많은 환자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술로는 해결되지 않는 만성 신경압박이나 척추 불안정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특히 최근 내시경 기반 최소침습 수술의 등장으로 수술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수술 후 삶의 질 회복 역시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내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 무엇인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척추체간 융합술은 분명 큰 수술이지만, 때로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질환의 특성과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선택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강서K병원 김문규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