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질환
인간관계 폭 넓히면 좋은 이유… “노년기가 달라진다”
이해림 기자
입력 2025/06/04 09:04
미국 일리노이대와 시카고대 연구팀은 1592명의 성인을 10여 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을 타인과 관계 맺는 유형에 따라 풍요로운 관계, 집중적 관계, 한정적 관계의 세 집단으로 나눴다.
풍요로운 관계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인간관계 폭이 넓고, 혼인율이 높고, 타인과 활발하게 교류했으며, 외로움이 적은 경향이 있었다. 집중적 관계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소수의 사람과 자주 소통하며 깊은 관계를 맺었고, 혼인율은 중간 정도였으며, 역시 외로움이 적은 편이었다. 제한적 관계 집단 사람들은 가족 이외의 지인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으며, 혼인율이 낮았고, 외로움 수준이 비교적 큰 것으로 관찰됐다.
분석 결과, 참여자들이 스스로 평가한 자신의 건강 상태는 풍요로운 관계 집단에서 가장 좋았다. 그 뒤를 집중적 관계와 제한적 관계 집단 사람들이 이었다.
그러나 제한적 관계에 속한 사람들은 그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 초반에 집중적 관계에 속하던 사람들의 43%는 나이 들며 풍요로운 관계로, 22%는 제한적 관계로 바뀌었다. 반대로, 처음부터 제한적 관계에 속하던 사람의 85%는 나이 들어서도 제한적 관계에 머물렀다.
집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풍요로운 관계로 넘어가야 할 필요성 역시 관찰됐다. 연구를 시행한 초기에는 제한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유독 뒤떨어졌다. 그러나 집중적 관계를 맺은 사람 역시 나이 들며 풍요로운 관계를 맺은 사람들보다 스스로 평가한 건강 상태가 크게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리세트 피에드라 사회복지학 교수는 “나이 들면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가난과 차별에 허덕이며 사회적 울타리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노년기를 별 탈 없이 보내려면 풍부한 사회적 관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노화 혁신(Innovation in Aging)’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