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유럽은 “요오드 과잉”이라며 김 퇴짜 놨는데… 섭취 기준 없는 한국, 괜찮을까?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5/30 13:18
한국인, 요오드 효과적으로 배출 가능성 有
가공법 개발 등 ‘수출용 제품’ 필요
실은 불안한 승승가도다. 유럽에서는 지속해서 '안전성' 문제로 국산 김 수입이 반려되고 있다. '요오드 함량'이 너무 높아서다. 요오드는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만들 때 재료로 활용되는데, 많이 먹으면 갑상선 기능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산업은 차치하고서라도, 매일 김을 섭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도 걱정될 테다. 사실 유럽에서는 같은 이유로 10년 전에도 김 수입을 거절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금까지 별다른 요오드 섭취 규제를 만들지 않았다.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을 취재해 본 결과, 식약처의 무반응 결정은 일리가 있었다.
◇독일은 해조류 요오드 규제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2013년 독일은 우리나라 해조류에 요오드가 너무 많다며 회수하고, 판매를 금지했다. 10년이 지난 지난해 12월에도 어김없이 우리나라 김은 독일에서 요오드 다량으로 시장 철수 당했다. 해조류 요오드 기준이 다르다. 특히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편인데, 건중량 20mg/kg이고 유럽 식품·사료신속경보시스템(RASFF)에서는 20µg/kg을 기준으로 초과치를 측정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구운 김에서는 요오드가 472µg/kg 검출됐다. 독일 외에 호주와 프랑스에서도 각각 건중량 1000mg/kg, 2000mg/kg으로 기준을 두고 있고, 최근 미국과 국제기구에서는 요오드 섭취에 대한 규제나 권고 기준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요오드를 많이 먹기도 한다. 김은 사실 해조류 중 요오드 함량이 많은 편도 아니다. 미역에는 김보다 5배, 다시마에는 60배가량 요오드가 더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은 물론 미역도 다시마도 즐겨 먹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한국인 하루 평균 요오드 섭취량을 조사했더니, 권장섭취량(150㎍)의 2.8배에 달했고 일부에서는 상한 섭취량보다도 평소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요오드에 관대한 걸까?
관대해도 너무 관대한 것만 같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과는 식생활 차이가 있다"며 "유럽에서는 해조류를 그간 많이 먹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랜 시간 해조류를 통해 다량의 요오드를 섭취해 왔다"고 했다. 이어 "요오드 노출에 위험한 산모를 대상으로 요오드 섭취 안전성 실태를 조사한 연구에서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아직 향후 규제를 만들 계획은 없다"이라고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안전가공과 이윤미 연구사도 "국가 간 식습관 차이로 기인한 문제라고 본다"며 "해조류는 인위적인 첨가 없이 식단으로 요오드를 보충할 수 있도록 돕는 성분으로, 요오드 기준 규격을 설정하는 것보다 상한 섭취량 기준을 조절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식약처에서 언급한 연구를 진행했고,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2025 요오드 분과장을 맡고 있는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이해정 교수에게 물어봤다. 이해정 교수는 "전국 산모 10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946㎍ 일부는 5000㎍ 이상으로 다량 요오드를 섭취하고 있었다"며 "해당 연구 후 3년 뒤에도 갑상선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684명의 여성을 추적했는데, 요오드 섭취량과 갑상선 질환 발생률 사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 관계가 없었다”고 했다. 해당 연구에서 요오드를 많이 섭취한 산모가 수유한 태아도 성장 발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경우 과잉 섭취한 요오드를 체내에서 잘 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울프-차이코프 효과라고 1948년 확인된 갑상선 자율 조절 매커니즘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요오드가 다량 몸에 들어오면 갑상선은 일시적으로 요오드 흡수와 호르몬 합성을 억제한다. 또 갑상선 세포는 알아서 요오드가 과도하면 'NIS 단백질' 발현을 억제해 요오드가 갑상선에 들어오는 것을 줄인다.
요오드를 섭취하는 주요 식품이 해조류인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해조류에는 후코이단, 알긴산, 파이토케미컬 등 건강에 유익한 다양한 성분이 있다"며 "같은 양의 요오드를 정제염으로 먹는 것과 해조류로 섭취할 때 건강에 미치는 영양 효과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수출 업체들만 발 동동… 대처법 찾아야
다만, 수출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수출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서 해당 국가 기준으로 요오드 함량이 초과됐다고 하면, 대응할 수 있는 논리가 없다"며 "차라리 국내 기준을 설정해 우리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주체적으로 기준을 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용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립부경대 수산과학대학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장호근 교수는 "김의 요오드 함량에 대한 통일된 기준 없이 수입국이 제시하는 상이한 기준에 따라 수출 통관 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특성을 반영한 김 요오드 함량 기준을 마련해 국제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단계적인 통상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제품화된 상품은 일본처럼 원초, 가공김 품질 등에 대한 등급제를 도입해 생산 단계부터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가공법을 개발하거나, 품종을 개량해 수출용 제품을 따로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윤미 연구사는 "김 자체에 기준규격이 마련되면 요오드가 미량 영양소가 아닌 유해물질로 인식될 우려도 있다"며 "다양한 조리법이나 가공기술로 수출 대상국에 맞는 상품 개발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장호근 교수는 "근본적인 함량 조절은 화학적인 가공이나 새로운 품종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요오드 함량을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 장 교수는 "소비자 알권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통상분쟁의 빌미 제공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 특정 화학물질 포함 경고문구 게시 불이행으로 관련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 김 업체가 소송을 당한 사례 등도 적극적인 함량 표시와 경고를 통해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수출업체는 요오드가 과량 들어갔다는 표기만 넣어도 통관 중 문제가 생기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어, 해조류 물에 여러 번 씻어야
규제할 만큼 요오드가 위험하진 않지만, 소비자도 요오드 섭취를 줄이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김광원 교수는 "요오드 섭취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멈추든 촉진시키든 명확히 영향을 미친다"며 "용량에 따라 갑상선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므로, 얼마나 먹었을 때 안 좋은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미 질환이 있을 때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은 악화될 수 있다. 요오드는 우리 몸의 대사, 성장, 발달에 꼭 필요한 호르몬의 주 성분이므로, 결핍되지 않게 적당량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한국방송통신대 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 전공 김동우 교수는 "다시마, 미역, 김 등은 데치기 조리 방법으로 요오드 이용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국물로 용출되는 양이 많으므로 조리 후엔 국물과 건더기를 모두 다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해조류 속 요오드는 표면이나 세포 외부에 있는 무기 요오드 형태가 많아, 물에 쉽게 용출된다. 세척과정에서 30~50% 이상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