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의료진·환자·제약업계 "혁신신약 가치 제대로 인정해야" 한목소리
정준엽 기자
입력 2025/05/29 19:06
치료 효과가 높은 '혁신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환자단체·제약업계를 막론하고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혁신신약을 환자들이 장벽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허가뿐만 아니라 급여 적용이 필수이나, 혁신신약의 가치가 잘 인정되지 않아 급여 적용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와 환자단체,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의료진 "환자들, 급여 적용 절실함 크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혁신신약 가치 인정의 명과 암: 환자 사각지대 해소 위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혁신신약이란 기존 치료제와 다른 작용 기전을 가졌거나, 암·자가면역질환처럼 질병 부담이 심각하고 마땅한 치료 선택지가 없던 분야에 첫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약을 말한다.
혁신신약은 치료 효과가 확실한 대신, 개발에 오랜 시간과 비용, 실패 위험 감수 등이 수반되기 때문에 약가가 대체로 높은 가격대에서 형성된다. 특히 치료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자가 비급여로 약제비의 전액을 계속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혁신신약이 허가돼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실제 환자의 사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을 받는 것이 관건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혁신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약가에 반영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정부는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먼저 고려해 약가 협상에서 간극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급여로 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12~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신약의 첫 출시 후 급여 적용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4년(46개월)으로, 각각 11·17개월인 독일·일본 대비 약 4배 긴 편이다.
의료계에서도 혁신신약의 가치 인정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날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는 담도암 환자들이 치료제의 비급여로 인해 겪는 치료에서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전홍재 교수에 따르면, 담도암 환자들은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의 급여 적용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담도암은 한국 유병률·사망률이 각각 전 세계 2·1위일 만큼 한국인의 발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현재 담도암에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이외에 고려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선택지는 임핀지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할 만큼 종양이 큰 환자들은 임핀지와 세포독성항암제 '젬시타빈'을 병용 투여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임핀지는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에서는 2020년 4월부터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반면, 담도암에서는 여전히 비급여다. 최근에 들려 온 소식은 작년 11월 급여 첫 관문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을 통과한 것인데,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지 약 3년이 다 돼 가는 점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임핀지의 약가가 워낙 고가인 것은 맞지만, 환자들에게 첫 치료 옵션을 주는 등 혁신성이 큰 점을 인정해 급여 적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임핀지가 언제 급여 적용되는지'다"라며 "획일적인 급여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신속한 도입이 필요한 약제들에는 좀 더 가중치를 두고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경제적 장벽으로 치료 기회 박탈당하지 말아야"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비급여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영상으로 포럼에 참석한 한 담도암 환자(여, 50대)는 "면역 항암제를 한 번 맞을 때마다 거의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 너무 당황한 적이 있다"며 "항암 치료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힘든 여정인 만큼, 치료 기회가 가정 경제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단 임핀지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비급여로 인해 진료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한국혈액암협회가 한국혈액암협회와 간환우협회 소속 환자·보호자 1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가 비급여로 인해 치료를 고민하거나 결정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모든 응답자가 혁신 신약의 국내 급여 적용 시기를 당기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은 "이번 설문의 표본은 비록 119명이지만, 협회가 현재까지 만나 온 모든 환자와 보호자 역시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환자·보호자들은 급여가 삶의 질은 물론 생존율까지 높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환자들, 급여 적용 절실함 크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혁신신약 가치 인정의 명과 암: 환자 사각지대 해소 위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혁신신약이란 기존 치료제와 다른 작용 기전을 가졌거나, 암·자가면역질환처럼 질병 부담이 심각하고 마땅한 치료 선택지가 없던 분야에 첫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약을 말한다.
혁신신약은 치료 효과가 확실한 대신, 개발에 오랜 시간과 비용, 실패 위험 감수 등이 수반되기 때문에 약가가 대체로 높은 가격대에서 형성된다. 특히 치료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자가 비급여로 약제비의 전액을 계속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혁신신약이 허가돼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실제 환자의 사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을 받는 것이 관건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혁신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약가에 반영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정부는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먼저 고려해 약가 협상에서 간극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급여로 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12~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신약의 첫 출시 후 급여 적용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4년(46개월)으로, 각각 11·17개월인 독일·일본 대비 약 4배 긴 편이다.
의료계에서도 혁신신약의 가치 인정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날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는 담도암 환자들이 치료제의 비급여로 인해 겪는 치료에서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전홍재 교수에 따르면, 담도암 환자들은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의 급여 적용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담도암은 한국 유병률·사망률이 각각 전 세계 2·1위일 만큼 한국인의 발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현재 담도암에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이외에 고려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선택지는 임핀지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할 만큼 종양이 큰 환자들은 임핀지와 세포독성항암제 '젬시타빈'을 병용 투여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임핀지는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에서는 2020년 4월부터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반면, 담도암에서는 여전히 비급여다. 최근에 들려 온 소식은 작년 11월 급여 첫 관문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을 통과한 것인데,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지 약 3년이 다 돼 가는 점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임핀지의 약가가 워낙 고가인 것은 맞지만, 환자들에게 첫 치료 옵션을 주는 등 혁신성이 큰 점을 인정해 급여 적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임핀지가 언제 급여 적용되는지'다"라며 "획일적인 급여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신속한 도입이 필요한 약제들에는 좀 더 가중치를 두고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경제적 장벽으로 치료 기회 박탈당하지 말아야"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비급여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영상으로 포럼에 참석한 한 담도암 환자(여, 50대)는 "면역 항암제를 한 번 맞을 때마다 거의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 너무 당황한 적이 있다"며 "항암 치료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힘든 여정인 만큼, 치료 기회가 가정 경제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단 임핀지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비급여로 인해 진료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한국혈액암협회가 한국혈액암협회와 간환우협회 소속 환자·보호자 1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가 비급여로 인해 치료를 고민하거나 결정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모든 응답자가 혁신 신약의 국내 급여 적용 시기를 당기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은 "이번 설문의 표본은 비록 119명이지만, 협회가 현재까지 만나 온 모든 환자와 보호자 역시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환자·보호자들은 급여가 삶의 질은 물론 생존율까지 높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또한 소외된 암종에 대한 급여 적용이 국내 환자들의 치료 혜택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많은 고려 사항이 있겠지만, 비용효과성만 고려하기보다 그 외의 질병 부담 관련 지표를 함께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선등재 후평가 제도 등 정책 제언도
이후에는 정책 제언이 이뤄졌다. 중앙대 약학대학 서동철 명예교수는 혁신신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증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질병의 위중도가 높은 질환의 치료제에 대해 ICER(점증적-비용 효과성 지표)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선등재-후평가 제도를 통해 먼저 약제를 급여로 사용한 후 치료 성과에 기반해 가격을 조정하며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사용을 위한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이 중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의 경우 작년 8월 평가 기준이 일부 개정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중이다.
서동철 교수는 "정부도 혁신신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 계속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혁신신약에 대해서 탄력적 임계값을 사용한다'는 기준에 그치는 등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이는 약가 협상을 하는 담당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인 만큼 구체적인 규정을 더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또한 혁신신약의 가치 인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 이숙현 부장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치료제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는 상황에서, 개선 방향에 대해 복지부와 함께 고민하며 정책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또한 계속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선등재 후평가 제도 등 정책 제언도
이후에는 정책 제언이 이뤄졌다. 중앙대 약학대학 서동철 명예교수는 혁신신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증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질병의 위중도가 높은 질환의 치료제에 대해 ICER(점증적-비용 효과성 지표)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선등재-후평가 제도를 통해 먼저 약제를 급여로 사용한 후 치료 성과에 기반해 가격을 조정하며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사용을 위한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이 중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의 경우 작년 8월 평가 기준이 일부 개정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중이다.
서동철 교수는 "정부도 혁신신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 계속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혁신신약에 대해서 탄력적 임계값을 사용한다'는 기준에 그치는 등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이는 약가 협상을 하는 담당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인 만큼 구체적인 규정을 더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또한 혁신신약의 가치 인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 이숙현 부장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치료제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는 상황에서, 개선 방향에 대해 복지부와 함께 고민하며 정책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또한 계속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