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왜소한 아이에게 “영양 수액 맞히라”는 의사… 10만원 들던데, 효과 있을까?
이해림 기자
입력 2025/05/30 08:30
‘영양 수액’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
탈수 때도 영양 아닌 ‘일반’ 수액으로 충분
김모(40)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이 최근 들어 기운이 없어 보여서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데리고 갔다. 혹시라도 아픈 곳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김씨 자녀를 진찰한 의사는 “아이가 나이에 비해 왜소한 편”이라며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서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영양 수액을 투여해보자”고 권했다. 김씨는 아이에게 수액을 투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10만원에 준하는 비용이 든다고 하니 부담스러웠다.
의사와의 1대 1 영양 상담 후,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양소들을 조합한 수액을 투여해주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있다. 수액을 맞으면 어쩐지 자녀가 더 튼튼해질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에겐 수액이 그리 필요치 않다. 가만히 있어도 건강할 나이인 데다가 ‘편식 없는 식사’가 최우선인 시기여서다.
◇식사 잘 하는 아이들은 수액 맞을 필요 없어
‘영양 수액’에는 일반 수액에 들어 있는 전해질과 포도당 이외에도, 단백질·지질·비타민·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간다. 어떤 영양소를 조합해 사용할지는 그때그때 달라지며, 조합에 따라 가격도 변한다. ‘소아 수액 클리닉’을 운영한다고 홍보하는 소아청소년과의원들에 문의한 결과, A모 의원은 “의사가 아이 건강 상태를 보고, 필요한 성분들을 조합해 사용한다”며 “가격은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아픈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과 영양제를 함께 투여하는 곳도 있었다. B모 의원은 “아이 증상에 따라 쓰는 성분이 다르니 가격을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보통은 8만~9만 원 한다”고 했다. 대략적인 가격대조차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C모 의원은 “아이 상태를 의사가 직접 보고 처방해야 해서 가격대를 알려줄 순 없다”고 했다.
가격대가 높으면서 그 마저도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큰 이유는 ‘일반 수액’과 달리 ‘영양 수액’은 건강 보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문제 없이 하는 아이라면 영양 수액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경재 교수는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거나 만성 질환으로 영양소가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면 비타민D 이외의 다른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비타민D는 1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정도 맨살로 햇볕을 쫴야 충분히 합성되므로 선크림을 바르거나 야외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경우 결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조명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비타민D는 음식이나 보충제 등으로 따로 챙겨 주는 게 좋지만, 다른 영양소는 고기·채소·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으면 부족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일반 수액도 마찬가지다. 일반 수액 500cc에 든 포도당의 양은 약 25g이다. 열량으로 환산하면 약 100kcal인데, 밥 한 공기 열량의 3분의 1 정도다. 조명구 전문의는 “스스로 식사가 가능한 아이라면 일반 수액도 맞을 필요 없고, 음식을 먹어서 기력을 보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영양 수액 의존, 오히려 위험
물론, 건강하던 아이도 가끔 수액이 필요할 수 있다. ▲질환으로 인해 탈수 상태가 된 경우 ▲폐렴, 요로 감염 등 급성 감염성 질환이 생긴 경우 ▲고열이 있는 경우 등이다. 장염으로 구토·설사가 이어지거나 수족구병이 심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 탈수 상태가 될 수 있다. 고열이 탈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도 웬만하면 일반 수액으로 해결된다. 조명구 전문의는 “구토·설사가 이어지고, 탈수로 소변량이 줄어들거나 몸이 기력 없이 축 처지는 상태라면 수액 요법이 꼭 필요하다”며 “일반 수액만 투여해도 증상이 빠르게 완화된다”고 말했다. 이경재 교수는 “고열이나 장염 등으로 구토·설사가 이어지거나 식사를 잘 못하는 경우 일반 수액으로 치료하면 며칠 이내에 좋아지므로 영양 수액까지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영양 수액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한정적이다. ▲만성 질환 등으로 인해 영양소 흡수 장애가 있거나 ▲수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중환자이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입으로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경우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라면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경재 교수는 “영양소는 몸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영양 수액의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병원 영양 수액에 아이의 건강을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대용 교수는 “정맥을 통한 수액 투여는 음식에서 섭취하는 영양분이 부족할 때 고려하는 것이다”며 “아이에게 음식을 골고루 먹게 하는 것이 먼저다”고 말했다.
영양 수액의 구성 성분은 비타민 등 영양소이기 때문에 한두 번 맞는다고 해서 몸에 해롭지는 않다. 다만 오랜 기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이경재 교수는 “영양 수액은 영양소가 고농도로 들어있다”며 “영양 수액은 그 속의 영양분 때문에 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비교적 커서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세균성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간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의 1대 1 영양 상담 후,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양소들을 조합한 수액을 투여해주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있다. 수액을 맞으면 어쩐지 자녀가 더 튼튼해질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에겐 수액이 그리 필요치 않다. 가만히 있어도 건강할 나이인 데다가 ‘편식 없는 식사’가 최우선인 시기여서다.
◇식사 잘 하는 아이들은 수액 맞을 필요 없어
‘영양 수액’에는 일반 수액에 들어 있는 전해질과 포도당 이외에도, 단백질·지질·비타민·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간다. 어떤 영양소를 조합해 사용할지는 그때그때 달라지며, 조합에 따라 가격도 변한다. ‘소아 수액 클리닉’을 운영한다고 홍보하는 소아청소년과의원들에 문의한 결과, A모 의원은 “의사가 아이 건강 상태를 보고, 필요한 성분들을 조합해 사용한다”며 “가격은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아픈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과 영양제를 함께 투여하는 곳도 있었다. B모 의원은 “아이 증상에 따라 쓰는 성분이 다르니 가격을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보통은 8만~9만 원 한다”고 했다. 대략적인 가격대조차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C모 의원은 “아이 상태를 의사가 직접 보고 처방해야 해서 가격대를 알려줄 순 없다”고 했다.
가격대가 높으면서 그 마저도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큰 이유는 ‘일반 수액’과 달리 ‘영양 수액’은 건강 보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문제 없이 하는 아이라면 영양 수액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경재 교수는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거나 만성 질환으로 영양소가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면 비타민D 이외의 다른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비타민D는 1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정도 맨살로 햇볕을 쫴야 충분히 합성되므로 선크림을 바르거나 야외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경우 결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조명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비타민D는 음식이나 보충제 등으로 따로 챙겨 주는 게 좋지만, 다른 영양소는 고기·채소·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으면 부족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일반 수액도 마찬가지다. 일반 수액 500cc에 든 포도당의 양은 약 25g이다. 열량으로 환산하면 약 100kcal인데, 밥 한 공기 열량의 3분의 1 정도다. 조명구 전문의는 “스스로 식사가 가능한 아이라면 일반 수액도 맞을 필요 없고, 음식을 먹어서 기력을 보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영양 수액 의존, 오히려 위험
물론, 건강하던 아이도 가끔 수액이 필요할 수 있다. ▲질환으로 인해 탈수 상태가 된 경우 ▲폐렴, 요로 감염 등 급성 감염성 질환이 생긴 경우 ▲고열이 있는 경우 등이다. 장염으로 구토·설사가 이어지거나 수족구병이 심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 탈수 상태가 될 수 있다. 고열이 탈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도 웬만하면 일반 수액으로 해결된다. 조명구 전문의는 “구토·설사가 이어지고, 탈수로 소변량이 줄어들거나 몸이 기력 없이 축 처지는 상태라면 수액 요법이 꼭 필요하다”며 “일반 수액만 투여해도 증상이 빠르게 완화된다”고 말했다. 이경재 교수는 “고열이나 장염 등으로 구토·설사가 이어지거나 식사를 잘 못하는 경우 일반 수액으로 치료하면 며칠 이내에 좋아지므로 영양 수액까지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영양 수액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한정적이다. ▲만성 질환 등으로 인해 영양소 흡수 장애가 있거나 ▲수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중환자이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입으로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경우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라면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경재 교수는 “영양소는 몸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영양 수액의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병원 영양 수액에 아이의 건강을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대용 교수는 “정맥을 통한 수액 투여는 음식에서 섭취하는 영양분이 부족할 때 고려하는 것이다”며 “아이에게 음식을 골고루 먹게 하는 것이 먼저다”고 말했다.
영양 수액의 구성 성분은 비타민 등 영양소이기 때문에 한두 번 맞는다고 해서 몸에 해롭지는 않다. 다만 오랜 기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이경재 교수는 “영양 수액은 영양소가 고농도로 들어있다”며 “영양 수액은 그 속의 영양분 때문에 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비교적 커서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세균성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간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