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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2028 대전환’ 선언… “세상에 없던 병원 만들 것”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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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이 26일 고려대 의과대학 제1의학관에서 ‘미래혁신 2028 대전환’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고려대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간담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고려대 의료원 제공
고려대 의료원이 2028년 이후 난치·중증 질환을 초정밀 미래의학으로 치료하겠다는 '2028 대전환'을 선언하는 기자 간담회를 26일 진행했다.

이 선언이 터무니없다고 들리지 않는 건, 지난 2년간 고려대 의료원이 보인 행보 덕분이다. 지난 2023년 고려대 의료원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취임하며, 고려대 의대 100주년인 2028년 세계 30위권에 드는 병원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후 '연구'할 '사람'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구 역량 강화에 성공했다. 의정 갈등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사람'에 투자한 덕분에, 고려대 의료원은 연구 인력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최근에는 고려대 안암병원, 구로병원에 이어 안산병원까지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획득하면서, 단일기관 중 가장 많은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한 곳이 됐다.


윤을식 원장은 "2028년까지 중증난치성질환 중심 의료기관으로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이후엔 스마트 초정밀의학 적용으로 위중한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집중해 제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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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행사장 전경./사진=고려대 의료원
◇"중증 희귀·난치 질환, '치료 종결'하는 병원 될 것"
고려대 의료원의 최종 목표는 아직 의료계에서 정복하지 못해 환자를 어렵고 고통스럽게 하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 종결 기관'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 구로, 안산병원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에 전격 참여를 결정했다.

먼저 '연구중심병원' 답게 산하에 있는 세 병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안암병원은 ‘의생명공학’, ‘정밀의학’,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데이터’를 4대 중점 연구 분야로 설정해 산하 11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로병원은 개방형 실험실,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사업 운영으로 산·학·연의 개방형 융합연구 인프라를 구축했다. 안산병원은 연구 공간을 새롭게 증축해 동물실험과 세포실험 시설을 대폭 확대해 현재 30개 이상의 첨단 공동연구 장비(Core Lab)를 운영 중이다. 기업부설 연구소 승인도 획득해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고개인화, 초정밀 의료를 위해 고대의료원에서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으로 '의료정보시스템'을 적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아시아 암유전체 프로파일링을 주도해 암 환자 1만 546명, 암 유전체 1만 158건의 정보를 수립했다. 데이터 안심 활용센터, 개인정보 라이프사이클 관리, 모바일 EMR 시스템 등으로 의료 환경을 고도화할 계획이며, 최신 ICT 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결합해 난치성 질환 치료의 해결책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또 곧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암환자 중심 정밀 치료 체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소립자인 양성자를 가속시켜 빔을 발생해 암 조직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핵심은 의사 과학자… 내부에서 키우고 외부에서 데려와
고려대 의료원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교육과 국제 교류를 활성화해 연구 인재를 확보할 예정이다. 먼저 고려대 의대는 내부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졸업예정자에게 예일의대 PhD 프로그램 Investigative Medicine Program(임상 의사과학자 프로그램)과 Biological & Biomedical Sciences(기초 의과학자 프로그램) 과정의 박사 진학 기회를 제공한다. 향후 학부부터 박사까지 예일대에서 학위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학생 협정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학생 교류 협정도 체결해, 고려대 의대 학생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와도 의료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협약을 체결해 의생명 데이터사이언스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고성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 더 나은 교육을 의대 내에서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수련 체계도 마련했다. 미국 전공의·전임의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수련병원 인증기관인 ACGME으로 부터 아시아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국제허브로도 지정됐다. 동시에 외부에서도 우수 연구자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미국 의대를 방문하고, 풀을 구축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최상위 후보 5명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렇게 확보한 인력이 더 나은 공간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인프라도 구축했다. 첨단연구 허브로서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를 2021년 개원했다. 현재 셀랩메드 GMP 제조시설이 입주해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의 임상데이터와 건강보험 빅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한 융복합연구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의료기술지주 공유오피스’를 마련해 유망한 의료기술 창업기업들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연구자들이 다양한 유형의 신종병원체를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거대한 규모의 중앙실험실과 IVIS 광학영상시스템, 이미징 기반 초고속 세포 분석 장비, G3 로봇 워크스테이션 등 고가의 첨단 장비가 마련돼 있다. 임상시험검체 분석에 대한 정부의 공식인증을 의미하는 GCLP 시설도 구축된다. 센터는 이미 미국 모더나와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안산병원에도 미래의학관이 증축됐고, 고대의대 제1의학관도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이런 노력 결과, 지난 3년간 고대의료원은 5000억 원 규모의 외부 연구 과제를 수주했고, 같은 기간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는 1200건에 달한다. 계약한 정액기술료도 627억 원이다.



◇'동탄'에 미래 병원 설립 예정
안암, 구로, 안산 병원에 이어 '미래 병원'으로 이뤄질, 고려대 의료원 4차 병원도 유치한다. '화성시 동탄'이 유력한 후보지다. 이번에 설립될 미래 병원은 중증난치성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의 결과물이 들어가, 신의료기술과 경계를 넘나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윤을식 병원장은 "최신 의료기술과 스마트시스템이 탑재되고, 최상의 감염관리와 워크플로우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환자경험 중심의 미래의학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세상에 없던 병원을 창조해 새로운 의료의 산실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품격'까지 더한다… ESG 활동 활발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ESG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3년째 발간해 관련 지표를 웹공시하고 있다. 산하 캠퍼스와 병원의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신재생 에너지(태양광·지열) 비율을 높이는 ‘탄소배출 감축 시나리오’를 시행하고 있다. 또 코오롱과의 협업으로 원내 폐유니폼을 고품질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재생해 새 유니폼을 제작하고 있다.


해외 저개발국가 환자들을 위한‘글로벌 호의 생명사랑 프로젝트 / 펠로우십’도 활발하다. 경제적 어려움과 의료서비스 접근 제약으로 질병에 시달리는 세계 곳곳의 환자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는 2028년까지 해외환자 100명 치료와 의료진 100명 연수가 목표다. 또 병원계 최초로 수어통역사를 정식 채용해 진료 예약부터 약국동행 방문까지 의료서비스 전 전 과정에 수어통역을 지원하는 수어통역서비스를 2023년부터 정식 도입해 농인들이 어려움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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