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은 소중하다, 그러니 놓아도 괜찮다

한승민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한승민의 인간관계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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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숫자로 가늠하려 애를 쓰고 있다. 월급은 얼마인지, 어느 동네에 있는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무슨 브랜드의 얼마나 비싼 것인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된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에서 보여주는 결과는 우리가 곰곰이 생각할 단서를 준다. 1938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80년 넘게 약 2000명 이상의 삶을 추적해온 세계 최장기 종단 연구이다. 이 연구 결과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가 느끼는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집착하고 비교하는 얼마나 비싼 차를 타는가 하는 숫자가 아니었다. 우리를 가장 오랫동안 행복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인간관계였다. 사회적 관계가 잘 형성된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그리고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간관계의 ‘수’가 아니라 ‘질’이 더 중요했다. 진심으로 나의 사람들에게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정신도 맑게 유지한다. 모든 결론이 단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이다.

그 친구를 만나면 너무 피곤하다니까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만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사람, 만나도 썩 좋지도 나쁘지도 없는 사람, 그리고 만나고 나면 기운이 빠지고, 어쩐지 괜히 내 자신이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이상하리만치 에너지를 채워준다. 한참을 대화하고 시간을 보냈는데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기운을 얻는다. 자신감도 생기고 세상이 따뜻하고 괜찮아 보이기까지 한다. 반대로, 해로운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나를 엄청나게 소모시킨다. 잠깐 만나고 왔음에도 얼른 집에 가서 눕고 싶을 만큼 몸도 마음도 지치기 일수이다. 내가 만난 사람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 해로운 사람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내 마음이 조금 더 밝아졌나, 아니면 무거워졌나?”

해로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깎아내리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작게 만들어야 자신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언제나 중심에 있기에 남을, 그리고 당신을 알게 모르게 비난하고, 조종하고, 하찮게 여긴다. 그런 행동 뒤에는 종종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과 열등감이 숨어 있다. 그들은 남을 낮추어야 겨우 자신의 가치를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의 삶을 허비하면서 이러한 사람들의 상처를 대신 짊어질 필요는 전혀 없다. 또한 이처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내 인생을 갉아먹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의 시간, 나의 에너지, 나의 자존감을 허비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이 가장 용감한 사람이다
때로는 관계를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그래도 오래 알던 사람인데 잘해 봐야지’ 하는 생각들이 우리를 그 지독한 관계에 머무르게 만든다. 하지만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나의 불안이 여기에 숨어 있다. ‘괜히 미움받기 싫으니까…’ 하는 망설임을 끊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야말로 더 어렵고 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를 ‘정리’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관계를 끊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책상이 어지럽고 방이 엉망이 되어 있으면 우리는 매번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부러 지저분한 공간에 머물러 있을 이유는 없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언제든지 그 책상을 정리해도 괜찮고, 어지러운 공간이라면 그곳을 나와도 괜찮다. 누군가를 멀리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를 지키는 용기의 시작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 존중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와의 만남 뒤에 마음이 작아지고 초라해졌다면, 더 이상 그 관계에 머물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계속해서 맞춰주거나, 나를 깎아 내리는 것을 버텨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신을 해치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더 소중히 대하고 나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사람의 용기 있는 선택이다.

삶은 생각보다 짧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웃고, 배우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그런 시간을 해로운 관계에 쏟기에는 우리는 스스로 아껴야 할 만큼 소중한 존재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 곁에 머물고, 그렇지 않은 관계는 책상을 정리하듯이 기분 좋게 툭툭 정리해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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