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피부암 도려내면 끝? 피부 재건, 암 제거 못지않게 중요”

전종보 기자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피부암 재건술 명의’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

암 치료의 최종 목표는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피부암도 마찬가지다. 피부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의 경우, 외과적 수술을 통해 암을 절제(切除)함으로써 완치할 수 있다.

문제는 몸속 장기에 생기는 암들과 달리, 피부암은 수술 후 눈에 보이는 흉터가 남는다는 점이다. 특히 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은 발생 부위가 주로 얼굴이라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된다. ‘치료만 하면 됐지 흉터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술 후 얼굴에 큰 흉터가 남아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흉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암을 발견하고도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들도 있다. 피부암을 치료하는 많은 의사들이 암 제거 수술 못지않게 피부 재건 수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한승규 교수를 만나 피부암 치료와 재건 수술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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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피부암은 주로 서양인에게 발생하는 암 아닌가?
“2023년 논문을 통해 보고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부암 환자 수는 1999년 인구 10만명당 2.6명에서 2019년 18.5명까지 증가했다. 20년 사이에 환자 수가 7배 늘어난 거다. 피부암이 있어도 진행되기 전까지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피부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장기간 자외선 노출인데, 한국인 수명이 늘어나고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피부암 환자 또한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피부암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 세 가지다. 통계마다 오차가 있어서 정확한 비율을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피부암의 60% 정도는 기저세포암, 20%는 편평세포암이다. 악성 흑색종이 10% 미만이고, 이외에 여러 암들이 있다. 악성 흑색종의 경우 비율은 낮지만, 기저세포암과 달리 암이 깊이 침투하고 잘 전이돼서 예후가 안 좋다.”

-피부암 고위험군은?
“업무 등으로 인해 햇빛에 잘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고령자, 면역력이 결핍된 사람, 가족 중에 피부암이 있거나 이전에 피부암이 있었던 이들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피부암은 피부 세포가 변형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피부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피부암을 ‘착한 암’이라고들 하는데?
“100%는 아니지만, 악성 흑색종을 제외한 대부분 피부암은 악성도가 낮다. 전이도 잘 안 된다. 바꿔 말하면 치료가 잘 된다는 뜻이다. 노출 부위에 발생해 조기 발견도 쉽다. 악성 흑색종 이외의 피부암을 치료할 때 암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 아닌, 제거 후 피부 재건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체 어느 부위에 주로 발생하나?
“얼굴이다. 노출이 가장 많으니까. 두피에도 잘 생긴다. 물론 노출되지 않은 부위에도 유전적 소인이나 외상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다. 등처럼 스스로 보기 어려운 부위는 아무래도 발견이 쉽지 않다.”

-점과 차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데?
“피부암과 점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ABCDE 룰’이 있다. A는 비대칭성(Asymmetry), B는 불규칙한 경계(Border irregularity), C는 다양한 색깔(Color variegation), D는 지름 6mm 이상(diameter), E는 크기·모양 변화(Evolving)를 뜻한다. 개인적으로 이 중 E를 가장 강력한 인자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점이 커졌거나 상처가 생기고 진물이 나는 등 변화가 생겼다면 피부암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성형외과에서도 피부암을 치료하나?
“피부과에서 조직검사 후 피부암으로 확진되면 피부암 종류에 따라 피부과 의사가 직접 치료하기도 하고, 성형외과에 의뢰하기도 한다. 특히 피부 재건 때문에 성형외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미 피부암 진단을 받았거나 피부암이 많이 진행돼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바로 성형외과를 찾는다.”

-피부암 수술은 어떻게 진행하나?
“우선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한 후 병리과 검사를 통해 방향, 깊이 등을 확인해 보이지 않는 암까지 확인하고 제거한다. 악성 흑색종이 아닌 이상 근육까지 깊게 침투한 경우는 많지 않다.”

-수술 이외의 치료법은 없나?
“초기에는 수술 외에 여러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 치료, 냉동 치료, 레이저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치료들은 수술에 비해 재발률이 높다고 보고된다.”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은?
“피부암의 종류나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다. 기저세포암의 경우 암 제거 방법마다 다르긴 하나, 외과적 절제술과 함께 조직검사를 통해 암 세포 완전 제거가 확인되면 재발률이 1~2%에 불과하다. 반면, 악성 흑색종은 병기상 1기의 경우 10% 내외, 전이가 있는 3기나 4기의 경우는 50% 이상으로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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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피부암 수술 후 피부 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암과 달리 피부암은 암 조직 제거 자체는 대부분 간단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암을 제거한 후 생긴 결손 부위를 어떻게 재건하느냐가 중요하다. 암 발생 부위가 주로 얼굴이고 고령 환자가 많은 만큼, 수술에 따른 부담이 작으면서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재건 치료는 어떤 방법들이 있나?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 결손 크기와 위치,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한다. 기존에는 환자의 조직을 이용하는 방법을 가장 흔히 사용했다. 결손 부위 옆 조직을 이동시키거나, 다른 부위 조직을 떼서 이식하는 식이다. 다만 이 같은 방법들은 고령 환자에게 수술에 따른 부담이 클 수 있고 결손 부위 이외의 다른 곳까지 흉터를 남긴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재생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조직, 즉 인공진피를 사용하기도 한다. 환자의 조직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흉터나 통증이 없고, 수술도 간단하다.”

-인공진피는 부작용이 없나?
“인공진피는 진피조직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세포 성분을 빼내고 기질 성분만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실제 인공진피를 20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데, 물질 자체에 의한 부작용을 경험한 적은 없다. 다만, 세포 성분이 없기 때문에 흉터 부위가 수축되는 현상이 있다. 대부분 큰 문제가 없지만 흉터 위치나 환자의 체질에 따라서는 흉터 수축이 심한 경우도 있다.”

-인공진피의 흉터 수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인공진피에 환자의 세포 성분을 섞는 방법이 있다. 우선 주사기로 환자 복부에서 지방 조직을 소량 추출한 후, 이 지방을 미세분쇄기구를 이용해 미세지방으로 만든다. 이후 미세지방을 인공진피와 혼합해 결손 부위에 이식한다. 간단하면서도 추가적인 흉터가 생기지 않는 인공진피의 장점과 흉터 수축이 적은 자가 조직의 장점을 결합한 방법이다. 미세지방에는 줄기세포 등의 세포 성분과 콜라겐, 성장인자 등이 포함돼서 상처가 빨리 치유되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치료 시간도 20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피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고, 가급적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게 좋다. 나머지는 다른 암과 비슷하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피부 변화를 잘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부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터넷상에 있는 정보들이 전부 틀린 건 아니지만, 조금씩 과장된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면 피부암의 90%가 흑색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80~90%는 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이다. 치료 기술이 발전해 흉터를 덜 남기는 재건 치료법들이 나온 만큼, 혼자 정보를 찾아보고 덜컥 겁부터 먹기보다는 의사와 잘 논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기 바란다.”

한승규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문 진료 분야는 피부암, 피부 양성 종양, 흉터 등 피부병변과 당뇨발이다. 18·19대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장을 지냈으며, 2023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대한당뇨발학회장, 대한창상학회장,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한 교수는 창상(상처), 재생 관련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여러 치료법들을 직접 개발했다. 냉동보관하지 않은 섬유아세포 이식방법이나 혈소판세포 이식법, 지방기질세포 이식법 등의 세포치료를 세계 최초로 시행했으며, 올해 초에는 나노지방(미세지방)을 사용해 피부 재생 속도를 높이고 흉터 수축·변형을 최소화한 방법을 개발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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