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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뭐하냐”는 질문에 “정신과 간다”는 직장인들 [요즘 사람들]
신소영 기자
입력 2025/05/23 12:00
'건강이 최고'라고들 말하지만, 정작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제대로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설령 챙기려 해도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현대인들의 건강 행태를 돌아보고, 그 속에 감춰진 위험 신호를 짚어봅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강한 방향'을 제시합니다.(편집자주)
구청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 정모(36·서울)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신과에 방문한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민원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쌓이자 불면증과 공황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병원을 찾게 됐다. 처음엔 쉬쉬하며 다녔지만, 이젠 “내 정신 지키는 루틴”이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마케터로 일하는 김모(40·인천)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하루 종일 업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침이면 울렁거려서 출근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고,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며 조금씩 회복 중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직장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2020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직장인 1만2541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위 요인으로 나타났다. 일과 정신건강,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고충을 넘어, 현대 사회 전반에 드리운 우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인의 정신건강, 이대로 괜찮을까.
◇정신과 찾는 직장인 증가세… 가장 큰 원인은 '대인관계'
직장인은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며 과로, 성과 압박, 불안정한 고용, 대인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20~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대의 정신질환 진료 증가율은 2019년에 비해 30.4%에 달했고, 30대 역시 유의미한 증가 폭을 보였다.
특히 감정노동이 많은 공무원과 교사 직군에서 정신과 내원 비율이 높은데, 이는 반복되는 민원, 감정적 소진, 대인 스트레스 등의 업무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는 “직장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도 이유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특히 '대인 관계' 문제로 내원하는 직장인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자주 느끼는 대상으로 ‘직장 내 동료 또는 상사(41.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요 요인으로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음(51.6%) ▲갈등이 반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음(46.4%) ▲상대의 과도한 기대나 요구(31.4%) ▲비교·경쟁으로 인한 불편함(23.1%) 등이 꼽혔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대인관계 문제는 곧 상호작용의 문제이며, 오해와 기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엔 4050 세대가 MZ세대 후배들과의 소통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인관계 문제가 약 80%라면, 나머지 10~20% 요인은 업무 관련 문제다. 과중한 업무, 돌연한 직무 변경, 프로젝트 배제 등은 특히 직장 내 중추적 역할을 하는 30~40대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마케터로 일하는 김모(40·인천)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하루 종일 업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침이면 울렁거려서 출근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고,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며 조금씩 회복 중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직장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2020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직장인 1만2541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위 요인으로 나타났다. 일과 정신건강,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고충을 넘어, 현대 사회 전반에 드리운 우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인의 정신건강, 이대로 괜찮을까.
◇정신과 찾는 직장인 증가세… 가장 큰 원인은 '대인관계'
직장인은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며 과로, 성과 압박, 불안정한 고용, 대인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20~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대의 정신질환 진료 증가율은 2019년에 비해 30.4%에 달했고, 30대 역시 유의미한 증가 폭을 보였다.
특히 감정노동이 많은 공무원과 교사 직군에서 정신과 내원 비율이 높은데, 이는 반복되는 민원, 감정적 소진, 대인 스트레스 등의 업무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는 “직장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도 이유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특히 '대인 관계' 문제로 내원하는 직장인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자주 느끼는 대상으로 ‘직장 내 동료 또는 상사(41.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요 요인으로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음(51.6%) ▲갈등이 반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음(46.4%) ▲상대의 과도한 기대나 요구(31.4%) ▲비교·경쟁으로 인한 불편함(23.1%) 등이 꼽혔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대인관계 문제는 곧 상호작용의 문제이며, 오해와 기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엔 4050 세대가 MZ세대 후배들과의 소통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인관계 문제가 약 80%라면, 나머지 10~20% 요인은 업무 관련 문제다. 과중한 업무, 돌연한 직무 변경, 프로젝트 배제 등은 특히 직장 내 중추적 역할을 하는 30~40대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 신호, 그냥 넘기지 말아야
중요한 건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울한 기분이나 평소 즐기던 일에 대한 흥미 상실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강준 교수는 "체중변화, 수면장애, 피로감, 무가치감, 과도한 죄책감, 집중력 저하, 반복적인 자살사고 등은 우울의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이로 인해 직업적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우울 신호를 혼자 참고 넘기면 위험하다.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일빈 교수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우울·무기력감이 느껴지고 ‘이대로는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이 정도는 내가 버텨야지"라고 혼자 판단하고 참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자기관리다”고 강조했다.
◇치료받으며 근무 괜찮아… 일상 마비 땐 쉬어야
그렇다면 정신과 치료와 업무 병행은 괜찮은 걸까? 김일빈 교수는 "이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일상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치료와 일을 병행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돼 일상까지 마비된 상태라면 병가나 휴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는 대개 약물과 심리 상담을 병행한다. 항우울제는 1~2개월 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어 업무 복귀가 중요한 경우 유용하다.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상담치료, 뇌자극 치료 등 대체적 방법도 있다. 김 교수는 "심리치료는 환자가 부정적인 사고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며 "치료자는 '보조 자아'로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사고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힐링법과 감정 공유 중요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욱할 땐 10분 참기 ▲우울할 때 햇볕 쬐기 ▲괴로울 때 명상하기 ▲답답할 때 산책하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가진 것에 만족하기 ▲남과 비교하지 않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 크게 노래 부르기 ▲슬플 때 혼자 울기 ▲하루 30분 운동하기 등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장 스트레스는 비단 나만 겪는 일이 아니므로 가족, 친구, 동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지지를 받는 것도 좋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일과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취미나 여가활동을 통해 적절한 휴식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체 건강도 중요한 기반이다. 한규만 교수는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는 물론, 유산소 운동을 가장 추천한다"며 "달리기나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활성도를 높여 정신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장 내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사내 심리상담 서비스, 명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중요한 건 '연속성'이다. 김일빈 교수는 "단발적인 상담이나 제한된 횟수의 치료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최소 20회 정도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심리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실질적인 정신 건강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울한 기분이나 평소 즐기던 일에 대한 흥미 상실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강준 교수는 "체중변화, 수면장애, 피로감, 무가치감, 과도한 죄책감, 집중력 저하, 반복적인 자살사고 등은 우울의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이로 인해 직업적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우울 신호를 혼자 참고 넘기면 위험하다.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일빈 교수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우울·무기력감이 느껴지고 ‘이대로는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이 정도는 내가 버텨야지"라고 혼자 판단하고 참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자기관리다”고 강조했다.
◇치료받으며 근무 괜찮아… 일상 마비 땐 쉬어야
그렇다면 정신과 치료와 업무 병행은 괜찮은 걸까? 김일빈 교수는 "이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일상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치료와 일을 병행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돼 일상까지 마비된 상태라면 병가나 휴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는 대개 약물과 심리 상담을 병행한다. 항우울제는 1~2개월 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어 업무 복귀가 중요한 경우 유용하다.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상담치료, 뇌자극 치료 등 대체적 방법도 있다. 김 교수는 "심리치료는 환자가 부정적인 사고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며 "치료자는 '보조 자아'로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사고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힐링법과 감정 공유 중요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욱할 땐 10분 참기 ▲우울할 때 햇볕 쬐기 ▲괴로울 때 명상하기 ▲답답할 때 산책하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가진 것에 만족하기 ▲남과 비교하지 않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 크게 노래 부르기 ▲슬플 때 혼자 울기 ▲하루 30분 운동하기 등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장 스트레스는 비단 나만 겪는 일이 아니므로 가족, 친구, 동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지지를 받는 것도 좋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일과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취미나 여가활동을 통해 적절한 휴식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체 건강도 중요한 기반이다. 한규만 교수는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는 물론, 유산소 운동을 가장 추천한다"며 "달리기나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활성도를 높여 정신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장 내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사내 심리상담 서비스, 명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중요한 건 '연속성'이다. 김일빈 교수는 "단발적인 상담이나 제한된 횟수의 치료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최소 20회 정도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심리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실질적인 정신 건강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