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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치고 밤 지새워야 의사 만난다”… 난임 부부, 왜 한방에 몰리나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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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에게 유명한 한의원 앞에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선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남 일인 줄만 알았죠. 제가 밤새 줄을 서서 한약을 받아올 줄은 몰랐어요."

꿈이 많던 A씨(34)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임신 계획을 조금 늦췄다. 그 결정이 아기와 만날 시간을 억겁의 시간으로 늘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A씨의 난소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10살이나 많았고, 시험관 시술을 5회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중, 주변에서 일명 '삼신할배'가 있다는 한 한의원을 추천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찾았고, 깜짝 놀랐다. 토요일 오후 두 시에 한의원에 도착했는데, 벌써 일요일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텐트 줄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 A씨는 "주변에 텐트를 빌려주는 곳도 있더라"라며 "앞서 10팀 정도가 있었고, 우리 부부도 텐트에서 밤을 지새운 후 일요일에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늘(5월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5월 법정기념일 '부부의 날'이다. 하나가 된 대다수 부부의 그 다음 계획은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부부가 그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새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 수가 약 16% 증가했을 정도. 난임을 고전하는 부부 중 생각보다 '한방'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조사 결과, 치료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은 난임 여성 중 약 40%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었다. 동기는 ‘좋다더라’는 입소문인 경우가 많다. 치료 원리나 처방 약제, 효과 입증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알려진 게 적은데, 한방 난임 치료는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한방 난임 치료도 ‘표준 지침’ 있어
난임 치료를 보는 한의원을 가면, 대다수 비슷한 과정으로 처방을 내린다. 2016년 국가 주도로 근거기반 한의약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 2024년 '여성 난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발간됐기 때문이다. 아직 의료계만큼 대규모 표본으로 확인한 연구는 없지만, 효과도 일부 수백명 규모의 임상 연구로 어느정도 입증됐다. 가천대 한방부인과 권나연 교수는 "한방 치료가 자궁과 난소의 혈류량을 개선하고, 자궁 내막 수용성을 향상해 생식 환경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중국 허베이 중의학대 연구 결과, 부삼주운탕(토사자, 백작약, 산약, 산수유, 시호, 적작약 등)은 자궁내막 미세혈관내피세포에서 효소, 생체 물질 등의 발현을 증가시켜 혈관 신생을 유도해 착상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잠실 김영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환자에게 치료 시도 자체가 긍정적인 환기가 되고 혈류를 원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한방 난임 치료가 보완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방에서도 양방과 마찬가지로 만 35세 미만에서는 약 1년, 이상에서는 6개월간 자연 임신을 시도했는데도 임신하지 못했을 때 '난임'으로 진단한다. 한방에서는 환자를 여섯 가지 징후(변증)로 나눠, 처방을 달리한다. 다음은 간단하게 각 변증을 설명한 내용이다.

▶신허형(신장이 약한 체질)=월경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월경량이 적고 색이 연한 등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월경 주기가 정상이라면 가임력이 떨어지는 35세 이상일 수 있다. 허리의 시큰하고, 피로감이 크다. 세부 유형으로 몸이 차고 변이 무른 신양허와 손발이 화끈거리고 변이 딱딱한 신음허로 나뉜다.

▶기혈허약형(기운과 혈이 부족한 체질)=과로했거나, 질환을 앓아 생긴 허약한 체질형으로, 월경 양이 적거나 묽고 색이 연하다. 얼굴빛이 누렇고 마른 편이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쁘다. 잠이 잘 오지 않고, 자주 깜박하며 피로감이 크다.

▶간울형(스트레스가 많은 체질)=스트레스가 많고 월경전 유방·가슴·복부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생각이 많고, 한숨을 많이 쉰다. 경우에 따라 유즙이 분비되기도 하는데, 이땐 고프로락틴혈증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습담형(체내에 습기와 담이 많은 체질)=비만한 경향이 있다. 월경불순 병력이 있을 수 있고, 얼굴에 윤기가 없다. 식욕이 감소하고, 목에 가래가 많다. 잠이 많고 늘 피곤하다. 대변이 무르다. 여드름·다모증 등이 있으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혈어형(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체질)=월경량이 적은데 오래 나오고 혈덩어리가 있을 수 있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고, 월경통이 심하다. 간혹 월경 중 열이 나기도 한다. 아랫배가 아프고, 누르면 더 아프다. 간혹 종괴가 만져지기도 한다.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샘근육증 등의 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습열형(체내에 습기와 열이 많은 체질)=질 분비물이 많고 색이 탁하거나, 냄새가 날 수 있다. 허리와 아랫배가 자주 아프고, 월경기나 피로가 겹치면 통증이 심해진다. 월경 전에 유방이 아프기도 하다. 질염이나 골반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이 '여성 난임 전향적 다기관 관찰연구'를 진행한 결과, 신허형이 67.7%로 가장 많았다. 이후 ▲기혈허약형(38.5%) ▲간울형(35.4%) ▲혈어형(21.9%) ▲습담형(16.7%) 순이었다. 치료는 변증과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진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소연 홍보이사는 “신허형일 때는 육린주(인삼, 백출, 복령, 백작약, 천궁, 자감초, 숙지황, 토사자, 녹각, 당귀, 두충, 천초), 간울형일 때는 조경종옥탕(숙지황, 향부자, 당귀신, 오수유, 천궁, 백작약, 백복령, 진피, 현호색, 목단피, 건강, 육계, 애엽, 생강), 습담형일 때는 창부도담탕(창출, 향부자, 지각, 진피, 복령, 우담남성, 감초) 등 변증 진단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고 했다.

난임 치료는 한약 처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소연 홍보이사는 "여성 난임은 여성 분비와 관련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구성된 호르몬 조절 축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치료해, 한약 치료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다만, 시기에 맞춰 침, 뜸, 약침, 추나 등의 치료를 병행하는 게 자연 임신율과 생아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침 치료를 권장하고, 한약 치료는 난소 예비력 저하 여성에게 임상적으로 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봤다.

◇유명한 한의원 '따로' 있는 이유는?
다만, 유명한 한의원은 처방이 다를 수 있다. 지침이 생긴지 얼마 안 돼, 각 한의원 만의 방식대로 진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30년 한방 난임 치료로 전국에서 북새통을 이루는 대추밭 백 한의원 5대 백진호 원장은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표준 지침과 별개로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타입을 나눠, 진료하고 있다"며 "부산대 한의학 전문대학원과 그간 처방해 효과 있던 소재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고 했다.

물론 이렇게 유명한 곳 중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잘 쌓아 효과적인 치료를 하는 곳도 있다. 다만 표준화된 지침과 달리, 한의원마다 치료 방식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환자 개개인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곳은 진료 시간이 짧아,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어렵다. 가기 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임상 데이터가 있는지 등 자료를 명확히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양·한방 치료 병행하고 싶다면…
한방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약 35%가 양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6개 대학 부속 한방병원과 42개소 한의원에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조사한 결과다. 치료를 병행해 받아도 괜찮다. 한 연구에서는 체외수정 배아이식 중 차전자, 남과, 인동, 홍화 등으로 구성된 한약 처방이 오히려 배아의 질을 높여 말기포배 비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나연 교수는 "병행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보조생식술이 시작되기 약 2~3개월 전 한방치료를 받는 게 권장된다"며 "배란 유도나 이식 전, 생식 환경을 조절하는 데 도움 된다"고 했다. 시험관 시술이 진행해 약제 투약이 시작된 후에는 병용 치료가 호르몬 변동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담이 필요하다. 김영임 교수는 "난임 시술을 진행할 때 혈류를 개선하는 약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 한방 치료와 병행하는 경우 예기치 못한 과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병행할 땐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고, 주기적으로 초음파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치료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 습관’ 교정이다. 백진호 원장은 기자에게 "20년간 치료를 하다보니 현대에 들어 환자 유형이 많이 바뀐 게 느껴진다"며 "이제 난임은 질환이라기보다 사회의 병인 것 같다"고 했다. 백 원장 뿐만이 아니다. 한·양방 할 것 없이 전문가들은 최근 난임률이 증가한 이유를 늦은 임신, 스트레스 그리고 식습관까지 사회가 유발한 문화 변화로 봤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부간 정서적 소통이 중요하고, 배란일에 강박적으로 맞춰 임신 시도하는 것은 지양한다. 수태 가능 기간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적정 지방량과 근육량을 유지해, 체중을 조절한다. 음식은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가공 공정을 많이 거친 식품은 피하는 게 좋다. 단일불포화지방산 위주로 지방을 섭취하고, 야채 섭취를 권장한다. 동물성 단백질은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음은 자제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취침·기상하는 수면 습관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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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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