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바이오기업 10곳 중 7곳 “자금난으로 연구·개발 차질”
전종보 기자
입력 2025/05/21 19:07
한국바이오협회는 21일 국내 136개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는 현재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다. 자금난 때문에 연구개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있다’는 답변이 75.7%에 달했다. 38.2%는 ‘자금난으로 인해 경영권 매각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매수자가 제안할 경우 회사를 매각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절반 가까운 응답자(47.8%)가 ‘의향이 있다’고 했다. 자금 사정 개선 예상 시점의 경우 과반수 이상인 58.1%가 알 수 없다고 답했고, 19.1%·22.8%는 각각 올해 하반기와 내년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응답자 중 71.3%는 바이오기업을 창업한 것에 대해 ‘창업하기 잘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인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명감과 보람 ▲기술력과 시장성에 대한 확신 ▲미래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 ▲고용 창출 ▲기술 자립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사회적 책임 실현 ▲신약개발과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 도전에서 오는 자부심과 의미 등을 꼽았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자금과 규제 등 외부 환경은 녹록치 않지만, 업계의 회복과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 바이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성 덕분에 후회보다는 희망과 비전을 보고 있으며,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기술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창업을 후회한다고 답한 응답자(28.7%)들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 ▲과도한 규제 ▲비현실적인 제도·평가 기준 ▲장기적 산업 육성 정책 부재 ▲제품 상용화까지 긴 시간 소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책과제가 단기 성과에 치우쳐 실질적인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외부 투자 또한 규제와 낮은 재무지표로 인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창업자들은 개인 재산을 투자하거나 과도한 보증을 감수하면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퇴로조차 없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은 ▲R&D 예산 확대(74.3%) ▲바이오 지원 펀드 결성 확대(68.4%) ▲법차손 등 상장 규제 개선(44.1%) ▲승인 지연 등 식품의약품안전처 관행·제도 개선(36.8%) 등이었다. 이와 함께 바이오산업 발전은 가로막은 걸림돌로는 ▲바이오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장 규정(55.9%) ▲연구개발 초기에 대한 바이오펀드 부족(43.4%) ▲심사·인허가 절차 복잡성과 비효율(36.8%) ▲정권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 부재(36%) 등을 꼽았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이 긴 호흡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며, 바이오 산업이 미래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총괄적 거버넌스 구축과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와 함께 차기정부에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지속적 창업 촉진 프로그램 ‘코리아 바이오 부트 캠프’ 운영 ▲부처 지원확대와 대규모 상업화 펀드로 ‘블록버스터 신약 만들기’ 가동 ▲초기 기업과 신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죽음의 계곡 넘기’ 프로젝트 ▲기술특례 상장 활성화를 위한 ‘바이오 문호 개방’ 프로젝트 ▲현장 수요 맞춤형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바이오산업 아카데미’ 추진 ▲신산업 규제 개혁을 위한 ‘K-바이오 규제 개혁 담당관’ 운영 ▲유망 특허의 사업화 지원 ‘글로벌 진출형 바이오 IP·R&D’ 추진 ▲바이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바이오 수요·공급 협의체’ 활성화 ▲각국 인허가와 통상 대응을 위한 ‘바이오 수출통상지원센터’ 개설 ▲정책 조율과 연속성 확보를 위한 ‘바이오산업 종합 육성법’ 제정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