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평균 기대 수명 83.5세 時代… 10∼20년 후 내다본 척추 수술 필요"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5/05/21 07:00
[전문병원 명의] 최일헌 강북연세병원장
무너진 척추, 방치할수록 치료 어려워
대소변 조절 어렵거나 마비 있을 땐 수술
입원, 통증 걱정… '내시경 수술'로 덜어
수술 20년 후 변화까지 고려해야
허리 수술, 95%는 필요 없으나 5%는 필수
허리 수술은 쉽사리 결정할 일이 아니다. 강북연세병원 척추클리닉 최일헌 병원장은 "허리 통증 환자 95%는 수술이 꼭 필요하진 않다"며 "수술로 디스크를 제거하면 척추의 안정성이 이전보다 떨어질 수 있으니, 환자 본인이 자세 교정을 하고 보존적 치료를 받으며 본연의 척추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리나 발목에 힘이 빠지는 것 역시 응급에 준하는 상태다. 수술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재활 기간이 한 달씩 늘어나므로 최대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6∼12주 했는데도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도 수술이 권장된다. 최일헌 병원장은 "시간을 너무 끌면 손상된 신경이 제대로 안 돌아와, 수술 후에도 하체 힘이 온전히 복구되지 않거나 저릿저릿한 통증이 남을 수 있다"며 "보존적 치료를 12주까지 최대한 해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고려해보라"고 했다.
내시경 수술, 환자 부담 낮춰
대부분 허리 통증 환자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나,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환자는 최대한 빨리 수술받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척추 내시경 수술이 발전해 환자의 수술 부담이 대폭 낮아졌다.
내시경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인 척추 수술은 허리에 큰 절개 창을 내고, 근육을 뼈에서 일일이 떼어낸 다음 바깥으로 당긴 채 이뤄진다.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수술 부위 주변 조직 손상이 심해 환자가 회복하는 데 적어도 6주씩 걸렸다. 척추 한 마디만 수술했을 뿐인데, 하루 이틀은 통증에 몸을 일으키기 어려웠고, 5∼7일은 지나야 퇴원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내시경 수술은 작은 절개 창을 낸 다음 내시경을 넣어 수술 시야를 확보한다. 수술 부위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 해, 수술한 지 6시간 후면 환자 스스로 화장실에 다녀올 정도의 거동이 가능하다.
현재는 초응급 척추 수술을 비롯한 웬만한 허리 수술이 모두 내시경으로 가능하다. 척추에 핀을 박아 배열이 틀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유합술도 1~2마디 정도 핀을 박으면 되는 경우 내시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실제 최일헌 병원장의 30대 남성 환자는 병원에 이송된 당일에 바로 응급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당시 환자는 척추 한가운데 수핵이 터져 나와 신경이 눌린 상태였다. 내시경 수술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수핵 덩어리를 제거하자, 환자는 약간 절뚝거리긴 했지만 스스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최 병원장은 "젊고 건강했던 환자고 증상 발생 당일에 바로 수술했음에도, 자력으로 발목을 까딱거릴 수 있게 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며 "내시경 수술은 회복 부담이 적으니, 이런 증상이 생긴다면 주저 말고 수술받아 재활 기간을 단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10∼20년 후까지 고려한 수술 전략 필요
한국인 기대 수명이 80세 중반까지 길어진 요즘은 척추 건강도 길게 봐야 한다. 당장의 불편함과 통증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한 척추 수술이 10년, 20년 후 척추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척추뼈의 배열 앞쪽이 어긋난 '척추전방위증'으로 내원한 환자는 유합술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척추뼈가 어긋난 곳에 핀을 박아, 배열을 교정한 채 뼈를 고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핀을 박아 척추 마디 일부가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면, 몸을 쓸 때마다 고정한 곳의 위아래 마디가 대신 혹사당한다. 10여 년 후엔 위아래 마디에도 추가로 핀을 박아야 할 수 있다.
최일헌 병원장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60세 중반 환자가 있어, 내시경 수술로 신경을 누른 덩어리만 제거하고 척추가 흔들리는 것은 환자가 자기 근육을 강화해 잡기로 하여 잘 회복했다"며 "유합술 등 다른 척추 수술이 객관적인 정답일지 몰라도, 몸 상태와 기대 수명을 고려했을 때는 내시경 수술이 그 환자에게 주관적 정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 질환은 의사 힘만으로 완치할 수 없다. 환자와 의사가 각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사는 전통적 수술법이든, 최신 내시경 수술법이든 다양한 술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할 줄 아는 수술법이 아닌,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을 추천할 수 있다. 환자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수술한 허리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몸이 어디까지 회복되기를 원하는지, 이를 위해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일헌 병원장은 "못 움직여도 되니 통증만 해결해 달라는 환자도 있고, 아픈 건 참겠는데 스스로 화장실을 못 가는 게 답답해서 찾아오는 환자도 있다"며 "어떤 불편함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보고, 수술받은 이후엔 자세 교정과 운동을 꾸준히 해서 개선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환자의 몫이다"고 했다. 노인 환자는 건강 관리를 잘 했더라도 몸 상태가 시시각각 달라져 수면 마취든 전신 마취든 위험 부담이 따른다. 회복 속도도 젊은 사람들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 의료진은 이 같은 사항을 수술 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환자에 따라서는 수술 부위에 부분 마취만 한 다음 내시경 수술을 집도하기도 한다. 최 병원장은 "내시경 수술 경험상 10명 중 8∼9명은 수술한 당일에 바로 거동이 가능하고, 다음 날부터 잘 걸어다닌다"며 "수술이 무섭다고 차일피일 미루지만 말고, 소통 잘 되는 의사를 찾아 적기에 치료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