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질환
약 안 듣는 전립선 비대증엔 '아쿠아블레이션'
고영휘 이대비뇨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입력 2025/05/21 09:45
◇절제 방식에 따라 역행성 사정 위험
전립선 비대증 수술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인정받은 표준 치료법은 경요도 절제술이다. 요도 안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전립선 조직을 안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깎아내 막힌 요도를 넓힌다. 출혈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전립선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경우 수술 시간이 길어진다. 이로 인해 사정 시 정액이 요도를 통해 배출되지 않고 방광으로 역류하는 역행성 사정이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수술법인 훌뮴레이저 이용 전립선 절제술은 경요도 절제술과 달리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오렌지 껍질 벗기듯이 제거하는 방식이다. 출혈이 적고, 시술 시간이 짧지만 경요도 절제술과 마찬가지로 역행성 사정이나 요도 손상·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아쿠아블레이션, 성 기능 보존에 유리
2022년 국내에 도입된 워터젯 로봇 전립선 절제술(아쿠아블레이션)은 고압의 물로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는 방식이다. 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 정밀한 로봇 시스템과 초음파 영상 기술을 결합해, 전립선 조직을 설계한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절제한다. 수술 후 전립선 용적이 즉각적으로 감소해 배뇨 증상이 개선된다.
아쿠아블레이션 수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정 기능 보존율이 높다는 점이다. 절제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사정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전립선의 특정 부분을 남길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서 아쿠아블레이션 수술 후 사정 기능이 유지된 환자의 비율은 96.3%였고 이는 기존에 보고된 수술법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성 기능 보존이 필요한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에게 아쿠아블레이션은 유리한 치료 옵션이다. 초음파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미세하게 절제 범위를 조정할 수 있어서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증상 개선이 검증됐고, 최대 요속 등 소변 증상에 대한 객관적 지표들도 수술 후 호전됐다. 이러한 효과는 5년간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