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50년 뒤에는 바나나 못 먹을 수도” 재배지 60% 사라질 위기
한희준 기자 | 유예진 인턴기자
입력 2025/05/14 20:30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기아 퇴치 자선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주요 바나나 재배지 중 약 3분의 2가 2080년까지 재배에 적합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겼다. 이 지역은 전 세계 바나나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 불규칙한 강우, 병해충 확산 등으로 바나나 수확량이 줄고 있다. 특히 토양을 통해 전파되는 곰팡이병 ‘푸사리움 열대 4형’은 상업용 바나나의 대표 품종인 캐번디시 농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 병은 캐번디시 품종에만 감염되며, 한 번 퍼지면 토양에 수십 년간 남아 재배를 어렵게 만든다.
바나나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꼽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바나나를 밀, 쌀, 옥수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중요한 식용 작물로 분류한다. 전 세계 4억 명 이상이 하루 열량의 상당 부분을 바나나에서 얻고 있으며, 특히 열대 지역에서는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B6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바나나 생산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 세계 바나나 수출량의 약 80%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수출된다. 따라서 이 지역의 기후 악화는 세계 바나나 공급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바나나 생산량 감소는 재배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크리스천 에이드의 오사이 오지고 정책국장은 “바나나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과일이자 많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식량”이라며 “기후 변화로 이 작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 위기에 책임이 거의 없는 지역의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다”며 “기후 위기의 책임이 큰 선진국은 저소득 국가의 기후 적응을 위한 재정 지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