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최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 126명 참가

이미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있다./사진=뉴스1
지난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는 '2025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라마, 한복, 피에로 분장 등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남녀노소 126명, 총 80개 팀이 참가했다.

2016년부터 개최된 한강 멍 때리기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뒤처지거나 무가치하다는 통념을 깨려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말도 행동도 없이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심박수를 기반으로 한 기술 점수와 현장 시민투표로 매겨지는 예술 점수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올해는 군인, 구급대원, 환경공무원, 사회복지사, 기관사, 교도관, 수영선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5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 사유도 다양했다. “1초라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싶어서”, “회사 생활에 지쳐 멍을 때리러 왔다”, “휴식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고 싶다”는 사연들이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 참가자들도 진지한 자세로 멍을 때렸다. 한 학부모는 “운동하고 공부하느라 바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도 휴대폰에 빠져 있다”며 "잠시나마 틈을 내서 멍을 때리며 자신을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2025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는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남녀노소 126명, 총 80개 팀이 참가했다​./사진=뉴스1
첫 탈락자는 대회 시작 18분 만에 나왔다. 기권을 선언한 라마 분장의 유튜버 '김라마'는 "1시간은 버틴 줄 알았다"고 웃으며 대회장을 벗어났다.

우승은 포크록 밴드 '포고어택'이 차지했다. 멤버 박병진(37) 씨는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공연하느라 멍을 때릴 시간이 없었는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좋았다"고 말했다.




이미지
2025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들의 참가 사유처럼,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시간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휴식일 수 있다.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멍 때릴 때는 심장박동수가 안정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뇌 역시 휴식을 취하게 된다. 평소 끊임없이 정보에 노출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뇌는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하지만 잠시 멍하니 쉬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쉴 때 움직이는 부위인 ‘DMN(Default Mode Network)’이 활성화되며 뇌는 습득한 정보를 처리해 복원력을 높이고, 다시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미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있다./사진=연합뉴스
멍 때리기는 기억력, 학습력, 창의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유명인과 비유명인의 얼굴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준 후 전 단계에서 보았던 사진의 인물과 같은지 맞히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참가자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맞혔다. 또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는 뇌 혈류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아이디어도 신속하게 떠오른다는 일본 도호쿠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멍 때리기를 지나치게 자주 반복하면 오히려 뇌 세포 노화를 촉진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멍 때리는 시간은 하루에 1~2번, 한 번에 15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가만히 앉아 멍 때리기가 어렵다면 가볍게 30분~1시간 정도 산책을 하며 뇌에 휴식을 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