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누리호에 3D 프린터 실어 ‘인공 심장’ 만든다”
오상훈 기자
입력 2025/05/13 12:00
‘우주 바이오’ 틈새 시장 공략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미세중력 상태서 암 세포 배양해 항암제 분석 연구도
“한국도 우주의생명공학 분야 투자 서둘러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우주기지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목표는 2030년 수명이 다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대체와 인류의 달 거주다. 그런데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중 하나는 중력이 미세한 우주 환경에서 사람의 몸이 쉽게 고장 난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전세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인공 장기를 우주로 보내 우주 환경에 맞닥뜨린 사람의 장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는 단계다.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오는 11월에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인공 심장과 혈관을 분화할 수 있는 3D 프린터가 탑재된다. 연구를 주도하는 건 공학이나 생물학에 천착한 과학자가 아니라 이비인후과 의사인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박찬흠 교수다. 8일,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국내 우주의생명공학(Space Bio&Medicine)의 개척자인 그를 만났다.
◇“우주에선 심장 빠르게 망가질 것, 인공 심장 먼저 보내봐야”
우주에서 가장 빠르게 망가질 장기는 심장일 가능성이 높다. 중력이 약하면 혈관의 직경이 늘어나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부정맥,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우주에선 사람의 심근세포가 지상에서보다 빠르게 늙는 셈. 박찬흠 교수는 “2035년이면 달에 사람이 거주할 전망”이라며 “장기간 우주에 있는데 심장 질환이 생기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에 대한 치료책, 예방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우주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암 수술이 주요 분야였던 그는 환자에게 인공 고막이나 인공 후두 연골 등을 이식하는 일이 잦았다. 자연스럽게 재생의학이나 조직 공학에 관심을 가졌다. 인공 장기는 3D 프린터와 살아있는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활용해 만든다. 배양 및 분화시킨 세포를 3D 프린터로 층층이 쌓아올려 실제 우리 조직과 유사한 형태와 기능을 갖게 하는 식이다. 박 교수는 프린터 제조사의 바이오잉크만 사용해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직접 3D 프린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는 미세혈관이 많은 심장과 같은 조직도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연골이나 방광처럼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조직은 3D 프린터로 제작하기 용이하지만, 심장이나 간 등 미세 혈관이 많은 조직은 그렇지 않다. 중력 때문에 세포들이 바닥으로 쏠리면서 증식이 잘 안 돼 조직 곳곳이 비고 혈관 분화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중력이 미세한 우주에서는 조금 더 완성적인 조직체가 될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박찬흠 교수는 “국내에서 우주와 비슷한 미세중력 환경 조성이 가능한 시설들을 체크했지만 한 시간을 유지하는 게 최대치였다”며 “인공 심장 세포 배양에 1주일, 조직 형성에 60일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주 연구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보였다”고 말했다.
◇우주 용어 공부부터, 결국 누리호에 연구체 싣기까지
우리나라는 국제우주정거장 사용 권한이 없다. 우주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하려면 완전 자동으로 작동하는 3D 프린터를 제작해 위성 발사용 로켓에 실어야 했다. 박 교수는 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 방문해 연구의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의사가 우주 연구를 왜?’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문을 두드리고 돌아다닌 지 4년째가 되던 2021년, 2025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바이오캐비넷’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우주 용어 공부에만 6개월을 투자하는 등 현실의 장벽에 좌절하지 않은 결과였다.
바이오캐비넷에는 3D 프린터와 혈관 분화기가 들어간다. 우주에서 자동적으로 인공 심장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사 과정의 충격을 견디는 탑재체 외관과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실링 방법까지 전부 직접 고안해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심장 줄기세포를 통해 만들어진 인공 장기의 박동 및 세포 생존을 관찰하는 게 목표”라며 “연구가 성공하면 우주 환경에서 인공 장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자료를 갖게 되는 건 물론 우주인에게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2027년에 발사 예정인 귀환형 인공위성 플랫폼 연구에도 참여한다. 해당 연구는 우주에서 암세포를 배양하고 항암제 반응성을 분석한 다음 지상으로 귀환시켜 정밀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우주 환경에서의 암세포와 미세중력 및 우주 약물 효용성의 기전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대상은 지구상에서 악성도가 가장 높은 교모세포종이다. 박 교수는 “암세포도 미세중력에서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우주에서 항암제를 투여하면 소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단계”라며 “다만 우리나라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우주에선 심장 빠르게 망가질 것, 인공 심장 먼저 보내봐야”
우주에서 가장 빠르게 망가질 장기는 심장일 가능성이 높다. 중력이 약하면 혈관의 직경이 늘어나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부정맥,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우주에선 사람의 심근세포가 지상에서보다 빠르게 늙는 셈. 박찬흠 교수는 “2035년이면 달에 사람이 거주할 전망”이라며 “장기간 우주에 있는데 심장 질환이 생기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에 대한 치료책, 예방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우주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암 수술이 주요 분야였던 그는 환자에게 인공 고막이나 인공 후두 연골 등을 이식하는 일이 잦았다. 자연스럽게 재생의학이나 조직 공학에 관심을 가졌다. 인공 장기는 3D 프린터와 살아있는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활용해 만든다. 배양 및 분화시킨 세포를 3D 프린터로 층층이 쌓아올려 실제 우리 조직과 유사한 형태와 기능을 갖게 하는 식이다. 박 교수는 프린터 제조사의 바이오잉크만 사용해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직접 3D 프린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는 미세혈관이 많은 심장과 같은 조직도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연골이나 방광처럼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조직은 3D 프린터로 제작하기 용이하지만, 심장이나 간 등 미세 혈관이 많은 조직은 그렇지 않다. 중력 때문에 세포들이 바닥으로 쏠리면서 증식이 잘 안 돼 조직 곳곳이 비고 혈관 분화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중력이 미세한 우주에서는 조금 더 완성적인 조직체가 될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박찬흠 교수는 “국내에서 우주와 비슷한 미세중력 환경 조성이 가능한 시설들을 체크했지만 한 시간을 유지하는 게 최대치였다”며 “인공 심장 세포 배양에 1주일, 조직 형성에 60일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주 연구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보였다”고 말했다.
◇우주 용어 공부부터, 결국 누리호에 연구체 싣기까지
우리나라는 국제우주정거장 사용 권한이 없다. 우주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하려면 완전 자동으로 작동하는 3D 프린터를 제작해 위성 발사용 로켓에 실어야 했다. 박 교수는 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 방문해 연구의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의사가 우주 연구를 왜?’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문을 두드리고 돌아다닌 지 4년째가 되던 2021년, 2025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바이오캐비넷’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우주 용어 공부에만 6개월을 투자하는 등 현실의 장벽에 좌절하지 않은 결과였다.
바이오캐비넷에는 3D 프린터와 혈관 분화기가 들어간다. 우주에서 자동적으로 인공 심장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사 과정의 충격을 견디는 탑재체 외관과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실링 방법까지 전부 직접 고안해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심장 줄기세포를 통해 만들어진 인공 장기의 박동 및 세포 생존을 관찰하는 게 목표”라며 “연구가 성공하면 우주 환경에서 인공 장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자료를 갖게 되는 건 물론 우주인에게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2027년에 발사 예정인 귀환형 인공위성 플랫폼 연구에도 참여한다. 해당 연구는 우주에서 암세포를 배양하고 항암제 반응성을 분석한 다음 지상으로 귀환시켜 정밀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우주 환경에서의 암세포와 미세중력 및 우주 약물 효용성의 기전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대상은 지구상에서 악성도가 가장 높은 교모세포종이다. 박 교수는 “암세포도 미세중력에서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우주에서 항암제를 투여하면 소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단계”라며 “다만 우리나라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미국·중국과 발사체 경쟁 불가, 의생명처럼 틈새 시장 노려야”
우주의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주에 투자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일부를 우주정거장에서 만들고 있다. 항암제는 농도가 일정해야 하는데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그렇지 못해 버려지는 양이 많다. 우주에서는 일정한 농도, 즉 순도 99.9%의 항암제를 제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의생명공학 투자에 서두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중국, 사우디 등 전세계에서 우주에 투자하는 회사는 100여 곳이 넘지만 우리나라에는 하나밖에 없다”라며 “연구 분야도 국내 우주청 인력의 99%가 엔진 개발에 몰리는 등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에 한 번 로켓 쏘는 한국이 1주일에 두세 번씩 쏘는 미국,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며 “차라리 세포, 조직, 장기 등 틈새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의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주에 투자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일부를 우주정거장에서 만들고 있다. 항암제는 농도가 일정해야 하는데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그렇지 못해 버려지는 양이 많다. 우주에서는 일정한 농도, 즉 순도 99.9%의 항암제를 제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의생명공학 투자에 서두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중국, 사우디 등 전세계에서 우주에 투자하는 회사는 100여 곳이 넘지만 우리나라에는 하나밖에 없다”라며 “연구 분야도 국내 우주청 인력의 99%가 엔진 개발에 몰리는 등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에 한 번 로켓 쏘는 한국이 1주일에 두세 번씩 쏘는 미국,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며 “차라리 세포, 조직, 장기 등 틈새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