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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딱딱해지고, 굽어져”… 알고 보니 ‘세 가지’ 질환 동시에 찾아왔다, 무슨 사연?
김예경 기자
입력 2025/05/13 05:00
[해외토픽]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컬시티 킹 사우디 의대 연구진에 따르면 10대 때부터 전신성 경화증을 앓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A(21)씨는 20대에 접어들면서 이유 없이 3개월 만에 체중이 31kg까지 줄었다. 또한 하복부 통증을 겪고 설사를 반복했다. 눈 주위와 뺨에 붉은 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신성 경화증으로 인해 손가락 석회화(신체 조직 내 칼슘염이 쌓이는 현상)가 나타났고 양쪽 새끼손가락이 굽어져 변형된 상태였다. 검사 결과, 전신성 홍반 루푸스와 셀리악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치료를 위해 글루텐 프리 식단을 했다. 히드록시클로로퀸, 마이코페놀레이트, 프레드니솔론 등의 복용했다. 정맥 주사를 통한 영양 공급으로 10일 동안 체중이 2kg 증가했다. 퇴원 1년 후, 얼굴 홍반이 사라졌고 전반적인 건강이 개선됐으며 체중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전신성 경화증, 전신성 홍반 루푸스, 셀리악병 등 자가면역질환이 동시에 나타난 최초의 사례”라며 “한 가지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환자는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약 25%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 동시에 병이 나타난 명확한 원인은 추정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겪은 자가면역질환이란 신체를 지키는 다양한 면역세포와 면역항체가 자신의 건강한 조직을 공격해 발생하는 다양한 손상을 일으켜 나타나는 모든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조직이 손상될 뿐만 아니라 전신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A씨가 동시에 앓은 전신성 경화증, 전신성 홍반 루푸스, 셀리악병은 대표적인 자가 면역질환이다. 전신성 경화증은 피부와 내부 장기의 섬유화가 진행되는 결합 조직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끝 궤양 ▲손톱 주변 모세혈관 이상 ▲삼킴 곤란 ▲속 쓰림 ▲부정맥 ▲신장 기능 저하 ▲폐 섬유화 ▲산소 교환 능력 저하 ▲손발 저림 ▲관절통과 근육 염증 ▲자가항체 양성 등이 있다. 치료에는 주로 메토트렉세이트, 마이코페놀레이트 등 면역억제제가 쓰인다. 최근에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도 활용되며 물리치료, 호흡기와 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약물 치료도 병행된다.
전신성 홍반 루푸스는 가임기 여성을 비롯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루푸스에 걸리면 대부분 피부에서 발진이 나타나는 식으로 시작하다가 이후 전신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심하면 내부 장기까지 침범해 흉막염, 심낭염, 뇌경색을 유발하기도 한다. 루푸스는 아직 완치가 불가능하다. 다만, 병의 증상을 완화해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피부 발진이나 관절염은 약물 치료로 증상을 조절한다. 자외선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셀리악병은 몸속에 이 글루텐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생기는 병으로, 이로 인해 밀가루로 된 음식을 먹었을 때 장에 가스가 차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변비, 설사 등을 겪을 수 있다. 심하면 피부발진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분해되지 못한 글루텐이 소장에 남으면 장 점막의 면역체계를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셀리악병 치료를 위해 글루텐이 들어있는 음식 섭취를 중단하면 2~3주 내에 증상이 완화된다. 평소에는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글루텐 프리’ 식품이나 통곡물 음식을 먹는 게 좋다. 만약 글루텐이 든 음식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장의 염증이 심한 상태라면 스테로이드제 등을 복용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미국 의학 사례보고서(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에 지난 4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