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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안 한 여성이 덜 늙는다”는 서울대 교수 발언, 의료계도 갑론을박… 사실일까?
이아라 기자 | 구소정 인턴기자
입력 2025/05/09 15:04
지난 3일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의 유튜브 채널 ‘유성호의 데맨톡’에는 “다산부가 일찍 돌아가시는 건 맞아요”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200만 회를 넘었고,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화제를 끌고 있다.
영상에 함께 출연한 서혜진 변호사는 “출산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이 좀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는 거냐”고 묻자, 유 교수는 “맞다, 그건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어 유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인구가 늘지 않는데, 혼자 사시는 분들 많지 않냐”며 “이분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가 “출산 안 한 여성들이 잘 안 늙더라”라고 하자 유 교수는 “잘 안 늙는 것도 확실하다”고 했다.
이 짧은 쇼츠 영상은 지난달 11일에 올라온 전체 영상의 일부를 짜깁기 한 것이다. 기존 전체 영상에서 유 교수는 “생산성과 수명이 반비례한다는 건 진화생물학적으로 오래 얘기되어 왔다”며 “사실 의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근거는 없는데 다산부가 일찍 돌아가시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애 낳으면 몸 엄청 축나는 건 당연한 일”, “임신하면 폭삭 늙는다”, “출산하고 몸 확 망가지는 건 팩트" 라는 댓글과 “내 주변 엄마 중에는 아이 셋 있는 엄마가 가장 동안이다”, “우리 어머니는 8명 낳았는데 90대까지 건강하시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유 교수의 발언이 사회적 문제인 저출생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8년 국제 학술지 ‘Human Reproduction’에 실린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한 여성의 세포 노화가 가속화됐다. 연구진이 약 2000명의 가임기 여성의 DNA를 분석한 결과, 적어도 한 명의 아이를 낳은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보다 텔로미어가 평균 4.2% 짧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약 11년 동안 가속화된 세포 노화와 같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DNA 구조로, 세포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 분열을 멈추고 노화가 진행된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조지 메이슨대 전염병학자 애나 폴락은 “5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여성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텔로미어가 훨씬 짧다”며 “자녀가 1~4명인 여성보다도 상대적으로 짧았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도 출산이 여성의 노화를 가속화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다산 여성인 경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신체적 회복이 지연되고,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적정 수준의 출산은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위험을 낮추는 등 오히려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모유 수유를 하면 회복 효과가 더 좋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이승호 교수는 “출산이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일부 유전적 요인이나 생활 습관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는 여성도 있겠지만 출산이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승호 교수의 입장이다. 이 교수는 “출산이 난소암 예방 효과는 있으나, 반대로 자궁경부암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며 “다만 수명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출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