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협진 잘 되는 곳에서 치료를… 베체트병은 장기전, 꾸준한 관리가 중요”

김예경 기자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베체트병’ 명의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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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구강에 궤양이 생기거나 눈에 포도막염이 생겼을 때, 증상을 가볍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희귀질환인 ‘베체트병’일 수 있다. 베체트병은 신체 전반에 생기고 오랜 기간 관리해야 하는 희귀질환이다. 베체트병 명의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를 만나 베체트병에 대해 물었다.

-베체트병은 왜 생기나?
“베체트병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구강, 눈, 피부, 생식기, 장, 신경계 등 다양한 부위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전신 혈관염의 일종이다. 구강 궤양, 생식기 궤양, 피부 병변, 눈의 포도막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병이 생기는 이유는 면역체계 이상과 특정 유전자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외부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체계가 있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면역세포가 불필요한 염증을 일으켜 정상 세포를 공격한다. 이를 자가면역반응, 자가염증반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HLA-B51이라는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에게 발생한다. 다만, 이 유전자형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10% 정도 발견되기에 HLA-B51 유전자형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베체트병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

-베체트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이름의 기원은?
“베체트는 터키 피부과 의사의 이름이다. 이 의사가 1937년 구강과 생식기에 반복적인 궤양이 생기고 눈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2명을 보고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의사의 이름을 따 ‘베체트병’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기준 환자가 약 2만 명 이내인 경우 희귀질환인데, 베체트병이 그렇다. 국내에서 베체트병 진단받은 환자는 2만 명 이내로 파악된다. 또한 아직 명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없어 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주로 20~4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이유는?
“이 나이대가 가장 면역 반응이 왕성하고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의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자 대부분 20~30대에 구강 궤양, 생식기 궤양, 포도막염 등 베체트병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가 40대가 돼서 베체트병 진단을 받는다.”


-진단법은?
“국제베체트병학회 기준과 일본 베체트병연구회 기준을 참고해 진단한다. 국제베체트병 진단기준은 혈관과 신경에 생긴 증상을 비중 있게 다룬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구강, 생식기, 피부에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더 많다. 일본 베체트병연구회 진단기준을 중점적으로 참고한다. 혈액검사, HLA-B51 유전자 검사 등을 시행한다.”

-특정 부위가 아닌 다양한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베체트병의 특징은 혈관에 발생하는 것이다. 혈관들은 눈, 피부, 신경 등에 분포돼 있다. 구강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식사하거나 양치질하면서 찢기고 쓸리는 경우가 많다. 구강 염증이 혈관을 통해서 전신으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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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타성 구강 궤양(왼)과 일반 구강 궤양(오)/사진=김도영 교수 제공
-일반적인 구강 궤양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구강 궤양은 ‘혀나 입천장에 생기는 염증이나 상처’를 통칭한다. 베체트병에서 말하는 구강 궤양은 ‘아프타성 구강 궤양’이다. 일반 구강 궤양은 형태가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아프타성 구강 궤양은 둥근 모양으로 그 경계선이 뚜렷한 게 특징이다.”

-피부에는 어떤 식으로 증상이 생기나?
“대표적인 피부 증상은 결절홍반과 구진농포성 발진이다. 결절홍반은 피부밑 지방층 염증의 한 형태로, 붉은색이다. 주로 정강이 앞쪽에 나타난다. 구진농포성 발진은 피부에 붉은 구진(작은 덩어리)과 농포(곪은 주머니)가 나타나는 발진이다. 얼굴에 나는 여드름과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베체트병으로 인한 구진농포성 발진은 얼굴이 아닌 팔과 몸통에서 발생한다. 여드름보다 더 크고 단단하며 누르지 않아도 통증이 있다.”

-눈에 발병하는 경우, 시력 저하나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나?
“그렇다. 눈동맥에 염증이 생기면 망막이 손상돼 시력 저하나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베체트병은 과거에 치료법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우리나라 주요 실명 원인이었다. 치료받는다고 해서 떨어진 시력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는다. 악화하는 것을 막을 뿐이다. 초기에 빨리 염증을 줄여 망막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생기는 곳이 다양해 어떤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겠다.
“베체트병 증상은 대부분 구강과, 피부→생식기→눈→관절→소화기 순으로 나타난다. 처음에 피부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피부과에서 1차로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진료과에 협진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관절에 추가 증상이 생겼다면 류마티스내과에, 안구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안과에 요청하는 식이다. 그래서 일단 베체트병이 의심된다면 협진 체계가 잘 갖춰진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합병증은? 
“생식기에 생기면 음순의 날개가 없어지고 구강에 궤양이 생기면 목젖이 소실될 수 있다. 장 궤양으로 인한 장천공, 동맥류 파열, 실명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동맥에 염증이 생기면 대동맥이 꽈리처럼 퍼지는 대동맥류가 생긴다.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정상적인 직경보다 1.5배 이상으로 부풀어 올라 늘어난 상태다. 갑작스럽게 파열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로 사이클로스포린과 콜키신 등의 면역 억제제를 사용한다. 피부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르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경증 포도막염은 점안액으로 조절되지만, 시력 저하를 동반하는 중증 급성 포도막염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나 항TNF제와 같은 강력한 염증 억제제를 사용한다. 장에 증상이 나타나면 메살라진이라는 염증성 장 치료제를 사용한다. 신경계나 큰 혈관을 침범하는 증상이 발생하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한다.”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는?
“장에 생긴 궤양이 너무 오래됐거나 장천공으로 이어질 것 같으면 궤양이 생긴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한다. 혈전이 심해서 하지에 문제가 생기면 혈전 제거 수술을 한다.”

-구강에 증상이 나타나면 오라메디나 알보칠을 발라도 되나?
“오라메디는 사용해도 된다. 알보칠은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등에서 피부를 괴사시켜 재생을 돕는 약인데 실제 구강에서의 의학적 근거는 미약하다. 이전에 알보칠을 사용했다가 상태가 호전된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알보칠을 바르라고 한다. 반면 알보칠 사용 경험이 없거나 사용했는데 증상이 안 좋아진 환자에게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완치 가능한가?
“완치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면역 활동이 왕성한 20~40대에 위험시기를 거치다가 60~70대에 면역 반응이 떨어지면서 질환의 활성도가 감소한다. 공식적으로는 치료제를 투약하지 않고 무증상 기간이 5년 정도 되면 완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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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가 베체트병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예경 기자
-베체트병 관리법은?
“구강에 자극을 주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면역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로 등으로 피곤하면 증세가 심해진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운동, 충분한 수면, 영양가 높은 음식과 비타민 섭취 등으로 병을 관리할 수 있다. 항염 기능이 있는 아연을 먹는 것도 좋다. 아연을 고용량으로 먹었을 때 베체트병으로 인한 염증이 줄었다는 임상 연구도 있다.”

-대한베체트병학회도 있던데.
“대한베체트병학회는 1999년 창립됐다. 학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베체트병을 전문으로 한 의료진들이 똘똘 뭉쳐 연구하고 있다. 류마티스내과, 피부과, 소화기 내과, 안과 의사분 60~70명이 구성원이다. 한국베체트병환우협회와 함께한다. 환우협회에서 환자분들의 고충을 듣고, 교류를 돕는다. 환자들끼리 만나며 지치지 않고 병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베체트병 환자들에게 한 마디.
“베체트병은 장기전인 만큼 꾸준하게 치료받으면 증상이 호전되는 질환이다. 베체트병 환자라고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료진을 믿고 따르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진료과의 협진 체계가 잘 돼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베체트병 특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부과를 비롯한 안과, 류마티스내과, 소화기내과 등과의 다학제 진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희망을 잃지 마시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 주셨으면 한다.”

김도영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임상조교수를 지내고 현재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진료 분야는 베체트병, 구강점막질환, 탈모, 약물발진 등이다.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피부연구학회 상임이사, 대한베체트병학회 상임이사, 대한모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지내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동아학술상을 수여한 바가 있다. 김도영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료 철학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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