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과학회, 코의 날 기념식 개최
‘Know Your Nose’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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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술은 뚜껑을 열자마자 복숭아 향이 훅 치고 올라오고, 그 사이 벚꽃 잔향이 느껴집니다. 저 술은 가성비 디퓨저입니다. 향이 그만큼 좋아요."

'아무튼, 술'을 쓴 김혼비 작가가 지난 28일 개최된 '코의 날' 기념행사에서 코가 일상에 더하는 즐거움(술)에 대해 강의했다. 일상에서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감각을 꼽으라면 '후각'일 테다. 좋은 향을 맡는 순간 기분이 달라지고, 술이든 차든 향에 따라 같은 모양의 음식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4월이면 후각으로 야기되는 행복이 반감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교차가 크고, 꽃가루가 날리면서 코에서 물이 줄줄 흐르거나, 코가 꽉 막히곤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박수경 교수는 '코의 날'을 맞아, '알레르기 비염'과 이별하는 법을 소개했다.

한편, 대한비과학회는 지난 코 질환이 증가하는 '4월'에 코 건강의 중요성을 짚어보고, 매년 '2'번 정기적인 내원으로 평생('∞')코 건강을 관리하자는 의미에서 4월 28일을 ‘코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는 ‘Know Your Nose’라는 슬로건 아래 '코의 날'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대한비과학회 김동영 회장은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코는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신체기관이지만 많은 분들이 코 건강에는 소홀하다"며 "‘코의 날’을 맞이해 코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 깨달을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알레르기 비염, 감기와 다른 점은?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등 우리 몸에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인 항원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환절기에 증상이 심해지다 보니, 감기와 혼동하는 환자가 많다. 박수경 교수는 "전염되는 감기와 전염되지 않는 알레르기 비염은 둘 다 재채기, 코막힘 등이 나타나는 게 비슷하지만, 증상에 차이가 있다"며 "코감기는 보통 갑자기 증상이 생기고 알레르기 비염은 1년 전부터 좋아졌다가 심해지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코감기는 두통, 인후통, 오한 등이 동반되고 맑고 약간 끈적이는 콧물이 나는데, 알레르기 비염은 가려움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는 환자는 눈이 가렵고, 충혈되고, 눈물이 나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이 나타나는 원인에는 '환경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박수경 교수는 "부모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없을 땐 13% 자녀에게 알레르기 성향이 나타나지만, 두 부모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땐 43%,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땐 75%의 자녀에게 알레르기 성향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며 "유전적 요인이 있을 땐 더 신경 써서 환경적 요인을 생활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데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꽃가루, 애완동물 털이나 비듬 등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비염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 부비동염, 중이염 등 각종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도 커, 관리가 필요하다. 박수경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빠른 치료가 필요한데, 특히 어릴 때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운동, 놀이 활동 등을 못 하게 되면서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집중력 저하로 학업이나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수면 장애 등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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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박수경 교수가 '코의 날'을 맞아, '알레르기 비염' 관리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슬비 기자
◇"치료할 수 있는 질환"
치료법은 크게 네 가지로, ▲항원 회피 ▲약물치료 ▲수술 ▲면역치료 등으로 나뉜다. 항원 회피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박수경 교수는 "집먼지진드기가 생길 수 있는 카펫이나 커튼은 가능한 없애고, 침대 메트리스와 베개 커버를 집먼지진드기 비투과성으로 바꾸고, 침구류를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해 항원을 없애야 한다"며 "실내 습도는 50% 이하로 유지하고, HEPA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침실에는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했다. 이어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이거나 황사가 심한 날엔 외출을 삼가고, 나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항원을 없애려는 노력에도 증상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동반한다. 약물은 먹는 약과 코안에 뿌리는 약으로 나뉘는데, 면역 물질을 줄이는 기전의 약이 주로 활용된다. 박수경 교수는 "간혹 약국에서 혈관을 수축해 코막힘을 없애는 코 스프레이를 자주 사용하는 환자를 본다"며 "이 약은 장기간 투여하게 되면 코막힘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약물 치료로도 증상이 심하면 코의 구조를 변형하는 수술을 하거나, 항원을 몸에 3~5년간 노출시켜 체질을 바꾸는 면역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10~18시 짧게 자주 환기하고, 담배 연기·찬 공기 피해야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도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꽃가루나 미세먼지가 심한 지금 같은 계절엔 외출 전 꽃가루, 미세먼지 지수를 살펴보는 게 좋다. 심하다면 되도록 외출하지 않는 게 좋다. 외출해야 한다면 긴 팔을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피부로도 자극 물질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출 후에는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박수경 교수는 "오전 6~10시에는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이므로 호흡기 점막이 자극될 수 있어 밖에서 운동하지 않는 걸 권장한다"고 했다. 실내 환기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짧게 자주 하는 것이 좋고, 평소 물을 자주 마셔 호흡기 자극을 완화하는 게 좋다. 박수경 교수는 "간접흡연을 포함한 흡연, 찬 공기, 황사, 대기오염, 미세먼지, 스프레이 등은 호흡기를 자극해 비염 증상을 악화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