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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국가필수예방접종, 고령자도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손볼 것”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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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이동우 예방접종관리과장/사진=정준엽 기자
질병관리청이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인구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영유아 위주로만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함을 인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일반 시민의 의사결정 참여 권한을 늘리는 동시에, 접종 데이터를 더 철저히 검토하고 비용 효과성 평가 기준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초고령 사회 진입… NIP 연령 확대 필요성 제기
현재 질병청은 NIP를 통해 21가지의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1종은 정식으로 포함된 백신 19종과 일시적으로 포함된 백신 2종(코로나19, 엠폭스)으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주로 보건소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접종이 이뤄졌지만, 2012년부터 개원가에도 접종 비용 지원이 이뤄지면서 보호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됐다. 그 결과, 영유아 접종률은 매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NIP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영유아에서 접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NIP가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미 NIP에 포함된 백신도 적용 연령·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질병청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NIP 도입·확대 요구가 높아지는 백신은 ▲대상포진 백신 ▲고령자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독감 백신 ▲9가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등 크게 네 가지다.

현재 NIP에 포함된 고령자 폐렴구균 백신은 예방률이 단백접합백신보다 떨어진다고 알려진 23가 다당백신뿐이며, 독감백신의 경우 19~64세까지 접종 대상 확대와 65세 이상 고용량 백신의 신규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HPV 백신은 현재 4가 백신만 NIP에 포함됐지만, 9가 백신을 새로 포함하고 남성도 접종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질병청 또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질병청 이동우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질병청 내부에서도 NIP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제도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 고령자 NIP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해 질병청이 유연하게 대응했는지 의구심이 있었다”며 “빗발치는 요구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할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의견 더 많이 듣고, 실사용례 더 철저히 검증할 것”
질병청은 ▲시민 의사결정 참여 보장 ▲실사용 근거 강화 ▲부담 가능한 수준의 비용 등에 초점을 맞춰 NIP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그동안 현장에서 국민들의 수요가 적절히 반영되지 못한 점을 고려해 국민의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 단체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일반 시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단체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질병청은 NIP 도입을 희망하는 백신을 먼저 파악한 후, 해당 백신의 접종 이력을 등록해 실제 접종 과정과 부작용을 미리 파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백신은 의약품과 달리 증상이 생기기 전에 대량으로 병원체를 투여하는 물질인 만큼,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더 철저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신규 백신의 NIP 도입 과정을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NIP에 도입된 백신은 국가가 접종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이로 인해 대상포진 백신이나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처럼 비용이 높은 백신은 고령자의 질병 부담이 큼에도 NIP에 쉽게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의 비용 효과성을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침이 따로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질병청은 NIP에 도입되는 백신의 비용 효과성 평가 기준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감염 차단 효과만을 기준으로 생각했다면, 앞으론 질병에 감염되더라도 통증과 주요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백신의 접종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NIP 도입 여부를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침도 제정할 예정이다. 이동우 과장은 “비용 효과성 평가 지침도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질병관리청의 향후 계획을 지지했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NIP 도입 시 깊이 고민하고 평가한 우선순위가 실제로 NIP에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실사용 근거를 강화하되,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감염질환·역학 관련 근거가 많이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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