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소아 감염병 확산…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은?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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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세계예방접종주간’이다. 백신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지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을 향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소아 감염병 환자 수가 최근 다시 늘었다. 일부 부모가 '백신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소아 예방접종을 미루거나 생략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WHO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2020~2022년 전 세계 소아 백신 접종률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자료에도 아직 코로나19 이전만큼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표적인 소아 감염병인 수막구균, 로타바이러스, 백일해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백일해 영아 사망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 지난해 백일해 환자 수 '164배' 폭증
백일해는 국내 발생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한 대표적인 소아 감염병이다. 지난 2022년 31명에서 2023년 292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만 7983명으로 전년보다 164배나 증가했다.

백일해는 호흡기 분비물과 비말로 전파되는데, 한 명의 환자가 17명에게 전파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염력이 매우 크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치명적인데, 신생아는 집중 치료를 받더라도 치사율이 4%나 된다. 백일해 관련 사망 중 대다수가 3개월 미만 영아다.

생후 12개월 미만의 신생아나 영아와 밀접하게 접촉한다면 2주 전 'Tdap'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파상풍(Tetanus), 디프테리아(Diphtheria), 백일해(Pertussis)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에디셀과 부스트릭스가 있다. 두 종류 모두 유사한 성분으로 구성됐고, 부스트릭스는 임신 중인 여성에게도 접종이 권장된다. 부스트릭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신 3기 예방접종으로 영아 초기 백일해 수동면역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11~12세 접종 후 면역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10년마다 재접종해야 한다.

◇ B형 수막구균 백신, 국내 접종은 지난해 7월부터 가능
수막구균 감염증 환자도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완화된 2023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명, 2023년 11명, 2024년 17명으로 집계됐다. 1세 미만 영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은 초기 증상 발현 후 빠르게 증상이 악화해, 24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초기 증상은 일반적인 독감과 유사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의식 저하·발작·섬망 등의 중증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항생제 치료를 받더라도 치사율이 10~15%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고, 생존하더라도 학습장애와 같은 발달 장애·신경 손상·청력 손실·사지 절단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위험하다.

다행히 수막구균 감염증도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보고된 수막구균 감염증은 대부분 6가지 혈청군(A, B, C, W, X, Y)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백신은 크게 벡세로, 멘비오, 멘쿼드피가 있다. 벡세로는 혈청군 B형, 멘비오와 멘쿼드피는 혈청군 A, C, W, Y형에 의한 수막구균 감염증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두 유형 중 한 가지씩 모두 맞아야 주요 다섯 가지 혈청군에 의한 수막구균 감염증을 모두 막을 수 있다. 벡세로는 지난해 7월 국내에 출시됐다. 멘비오는 생후 2개월 이상부터, 멘쿼드피는 만 2세부터 만 55세 이하까지 접종이 가능하다. 멘비오가 더 어릴 때부터 접종이 가능하지만, 만 2세 전에 접종 시 최대 4회 접종해야 한다. 두 종류 모두 만 2세 이후 접종 시 1회 접종하면 된다.

◇로타바이러스, 국가에서 예방 접종 제공
전 세계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중한 위장관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로타바이러스'다. 국가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만 5세까지 95%의 소아가 적어도 한 번은 감염된다. 국내 환자도 코로나19 이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15주 차까지 968명이었던 로타바이러스 환자 수가 2025년 15주 차까지 243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로타바이러스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48시간 미만 짧은 잠복기 이후 발열·구토·설사 등이 나타난다. 발열·구토는 이틀이면 호전되지만, 설사는 5~7일간 이어진다. 신생아가 감염되면 심한 탈수와 함께 대사성산혈증, 괴사성장염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어 산후조리원 등에서는 특히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지난 2023년부터 국가필수접종에 포함돼 무료 접종이 가능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이 백신 도입으로 44만 건에서 12만 8515건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알려졌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으로는 로타릭스와 로타텍 두 가지가 있다. ▲로타릭스는 1가 2회 접종 ▲로타텍은 5가 3회 접종 백신이지만, 임상 결과 두 백신 모두 안전성과 유효성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로타릭스는 1가지만 교차 면역반응으로, 로타텍과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 혈청형에 대한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접종하면 된다. 다만, 두 백신 중 한 가지 백신으로 끝까지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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