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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반복되는 야간뇨·잔뇨감… 전립선비대증에 '아쿠아블레이션'이 효과적인 이유

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 안치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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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 안치현 원장​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배뇨 문제는 생각보다 흔한 증상이다. 처음엔 단순히 소변 줄기가 약해졌다고 느끼는 정도에서 시작되지만, 점차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고, 한밤 중 여러 차례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되면서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많은 환자가 이러한 증상을 단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오해하고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전립선비대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방치 시에는 단순한 배뇨 불편을 넘어 방광 기능 저하, 요로 감염, 심할 경우 신장 기능 악화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전립선은 방광의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요도를 둘러싸는 구조를 하고 있다. 이 조직이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비대해지며 요도를 압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소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배뇨 지연, 잔뇨감, 빈뇨, 절박뇨, 야간뇨 등으로, 여러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배뇨 후에도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지속되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직후에도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식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방광의 수축력 자체가 약화되고, 요의 조절 능력도 점차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전립선비대증의 유병률은 중년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약 130만 명이었던 진료 환자 수는 2023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라는 구조적 배경과 맞물려 있지만, 동시에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이 그만큼 강조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약물치료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어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는 대체로 약물치료부터 시작된다. 약물은 주로 전립선 근육을 이완시켜 소변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알파차단제,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장기간 복용할 경우 어지럼증, 혈압 저하, 성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물의 효과가 감소하거나 부작용으로 복용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오랜 기간 동안 전통적인 수술 방법으로는 TURP(경요도 전립선절제술)이 가장 널리 시행되어 왔다. 이 수술은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한 뒤, 고열을 이용해 전립선 조직을 잘라내는 방식이다. 절제력이 우수하고,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치료다. 하지만 출혈, 요실금, 역행성 사정(사정 시 정액이 방광 쪽으로 역류하는 현상) 같은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하며, 회복 기간이 필요하고 전립선이 큰 환자의 경우 수술이 복잡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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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블레이션/사진=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 제공
전립선 절제, 이제는 AI와 로봇의 시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 바로 아쿠아블레이션(Aquablation)이다. 이 수술은 고압의 물줄기를 이용해 전립선 조직을 정밀하게 절제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열을 이용한 수술과 달리 열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비가열 치료법이다. 열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신경이나 혈관에 가해지는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특히 성기능 보존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쿠아블레이션의 핵심은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 시스템과 실시간 초음파 영상이 결합된 기술적 접근에 있다. 수술 전 단계에서 인공지능은 초음파 영상을 바탕으로 전립선의 크기와 형태를 분석하고, 어떤 부위를 얼마나 절제할지 자동으로 계획을 수립한다. 그 계획을 토대로 집도의가 수술을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 절제 범위를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은 자동화된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이 더해져야만 완성된다.

즉,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과 의료진의 협업을 통해 수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접근이다. 인공지능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절제 범위를 계획하고, 수술 시간 단축과 표준화에 기여하지만, 환자에게 최적화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술 부담은 낮추고, 기능은 보존하고
아쿠아블레이션은 환자 입장에서도 회복이 빠르고 부담이 적은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출혈이 적고, 대부분의 경우 수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기간이 짧다. 전립선 크기가 큰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며, 기존 수술에서 흔히 우려되던 성기능 저하나 사정 기능 변화도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아쿠아블레이션은 단순히 새로운 치료 옵션이라는 것을 넘어, 기능 보존 중심의 치료 철학과 기술 기반의 정밀 수술이라는 두 축이 결합된 방식으로, 향후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환자 중심의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어떤 치료든 단순히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일은 아니다. 전립선의 크기나 증상의 정도, 동반 질환, 약물에 대한 반응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충분한 상담과 설명, 그리고 상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치료 방향은 하나의 정답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며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최종적인 결정은 환자의 몫이지만, 그 선택이 보다 신중하고 편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다.

(*이 칼럼은 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 안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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