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운동복 입고, 물 한 잔 마시고… ‘마음의 준비’됐다면 이제는 운동할 때!
최수정 인천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입력 2025/04/23 08:50
<두려워말암>
“저렇게 배가 많이 나와서 대체 어쩔 거야?”
80대 중반의 남편이 70대 중반인 아내에게 퉁명스럽게 타박을 합니다. 이내 얼굴이 금세 빨개진 아내는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자꾸 배가 나와요, 선생님. 여자들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거죠?”라고 물어봅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50년이 넘는 그들의 결혼생활이 보입니다. “70대에 저 정도 배 유지하는 여자는 드물어요. 오히려 칭찬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복부비만과 고지혈증은 사실 지금 남편분이 더 문제에요”라며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나갑니다. 그제야 남편의 타박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의 목소리도 작게 바뀝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건강 문제 중, 대사증후군은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질환입니다. 대표적인 게 복부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저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혈증입니다. 이는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심장질환·뇌졸중·당뇨병·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1)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24.9%, 30세 이상에서는 29.6%, 65세 이상에서는 무려 47.0%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2024년 국가건강검진 결과에서는 70대 수검자 중 절반 가까이가 해당 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대사증후군을 쉽게 피해갈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죠.
대사증후군이란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지표들 중 세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 진단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사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이 1.78배 높고, 젊은 성인의 대장암 위험 역시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사증후군이 암 생존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사증후군은 암 생존자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대사증후군은 암 재발 및 2차 암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호르몬 불균형 등은 암세포의 성장과 재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이러한 위험이 더 큽니다.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증가시킵니다. 항암·방사선·호르몬치료는 그 자체로도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요. 여기에 대사증후군이 더해지면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성 심부전 등의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대사증후군은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인지 기능 저하 및 우울감과 관련이 있으며, 기억력, 주의력, 실행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체중 증가, 근감소증, 관절 통증, 수면 장애 등을 유발해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대사증후군은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로 충분히 예방 및 개선이 가능합니다. 건강한 식사, 꾸준한 운동, 스트레스 조절 및 체중관리 등…. 말하자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인데요. 저 역시 진료실에서 수없이 반복해 온 말이지만, 정작 그 원칙을 잘 지키지 못 합니다. ‘실행’은 언제나 말보다 어려운 영역이죠.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한 언덕의 경사도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무거운 배낭을 멘 사람은 맨몸의 사람보다 언덕을 더 가파르게 느꼈고, 에너지 음료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가파르게 느꼈습니다. 또한 신나는 음악을 들은 사람은 슬픈 음악을 들은 사람보다 덜 힘들게 느꼈습니다. 특히 여자 축구 대표 선수들은 그 언덕을 거의 평지처럼 인식했는데, 그들에게는 그 정도 경사쯤은 일상의 일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와 경험, 감정, 기대치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원리를 우리의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물 한 잔을 마시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약간의 언덕을 걸어보는 것. 이런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운동이 덜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암 생존자들은 이미 삶의 가장 혹독한 시간을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그 누구보다 강인한 마음을 가졌기에, 운동과 식습관, 체중 관리라는 과제 역시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 돌아온 암 생존자 여러분들은, 이미 더 넓은 세상을 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은 막연히 두려워할 질환이 아니라 생활습관의 작은 변화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오늘부터 조금씩 실천해보세요. 한 끼 식단을 바꾸고, 음악과 함께 걸어보고,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 작고 단단한 실천들이 쌓여, 당신의 두 번째 삶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80대 중반의 남편이 70대 중반인 아내에게 퉁명스럽게 타박을 합니다. 이내 얼굴이 금세 빨개진 아내는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자꾸 배가 나와요, 선생님. 여자들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거죠?”라고 물어봅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50년이 넘는 그들의 결혼생활이 보입니다. “70대에 저 정도 배 유지하는 여자는 드물어요. 오히려 칭찬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복부비만과 고지혈증은 사실 지금 남편분이 더 문제에요”라며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나갑니다. 그제야 남편의 타박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의 목소리도 작게 바뀝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건강 문제 중, 대사증후군은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질환입니다. 대표적인 게 복부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저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혈증입니다. 이는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심장질환·뇌졸중·당뇨병·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1)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24.9%, 30세 이상에서는 29.6%, 65세 이상에서는 무려 47.0%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2024년 국가건강검진 결과에서는 70대 수검자 중 절반 가까이가 해당 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대사증후군을 쉽게 피해갈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죠.
대사증후군이란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지표들 중 세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 진단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사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이 1.78배 높고, 젊은 성인의 대장암 위험 역시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사증후군이 암 생존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사증후군은 암 생존자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대사증후군은 암 재발 및 2차 암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호르몬 불균형 등은 암세포의 성장과 재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이러한 위험이 더 큽니다.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증가시킵니다. 항암·방사선·호르몬치료는 그 자체로도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요. 여기에 대사증후군이 더해지면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성 심부전 등의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대사증후군은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인지 기능 저하 및 우울감과 관련이 있으며, 기억력, 주의력, 실행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체중 증가, 근감소증, 관절 통증, 수면 장애 등을 유발해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대사증후군은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로 충분히 예방 및 개선이 가능합니다. 건강한 식사, 꾸준한 운동, 스트레스 조절 및 체중관리 등…. 말하자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인데요. 저 역시 진료실에서 수없이 반복해 온 말이지만, 정작 그 원칙을 잘 지키지 못 합니다. ‘실행’은 언제나 말보다 어려운 영역이죠.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한 언덕의 경사도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무거운 배낭을 멘 사람은 맨몸의 사람보다 언덕을 더 가파르게 느꼈고, 에너지 음료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가파르게 느꼈습니다. 또한 신나는 음악을 들은 사람은 슬픈 음악을 들은 사람보다 덜 힘들게 느꼈습니다. 특히 여자 축구 대표 선수들은 그 언덕을 거의 평지처럼 인식했는데, 그들에게는 그 정도 경사쯤은 일상의 일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와 경험, 감정, 기대치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원리를 우리의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물 한 잔을 마시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약간의 언덕을 걸어보는 것. 이런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운동이 덜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암 생존자들은 이미 삶의 가장 혹독한 시간을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그 누구보다 강인한 마음을 가졌기에, 운동과 식습관, 체중 관리라는 과제 역시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 돌아온 암 생존자 여러분들은, 이미 더 넓은 세상을 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은 막연히 두려워할 질환이 아니라 생활습관의 작은 변화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오늘부터 조금씩 실천해보세요. 한 끼 식단을 바꾸고, 음악과 함께 걸어보고,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 작고 단단한 실천들이 쌓여, 당신의 두 번째 삶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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