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특발성 폐섬유증 藥 40여개 개발 중… 부작용 힘들어도 중단 말아야”
전종보 기자
입력 2025/04/21 08:37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특발성 폐섬유증 명의’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송진우 교수
“폐포 사이 공간인 간질(間質)이 과도하게 섬유화되거나 염증이 생겨 산소 투과가 안 되는 병을 통틀어서 간질성 폐질환이라고 한다. 이 중 원인 없이 생기는 종류를 특발성으로 분류하는데, 특발성 폐섬유증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특발성 폐섬유증은 5년 생존율이 약 2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가장 나쁘다. 약을 써도 계속 진행된다.”
-전체 폐섬유증에서 특발성 폐섬유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종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선진국에서는 전체 폐섬유증 환자 중 약 20%를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추정한다. 나머지 80%는 류마티스 질환에 의한 폐섬유증, 환경에 의한 폐섬유증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이 아닌 경우엔 5년 생존율이 70~80%에 이르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는 진단 당시 특발성 폐섬유증이 아니었던 환자들도 3분의 1 정도가 특발성 폐섬유증처럼 약이 들지 않고 병이 계속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진행성 폐섬유증으로 분류한다.”
-위험 요인이 있을까?
“특발성 폐섬유증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에게 잘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통 진단 연령이 65세 이상이고, 특히 남성 환자가 많다. 남성 환자가 많아서인지, 환자 중 70~80%가 흡연자기도 하다.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약 10%에서 가족력도 확인된다.”
-환자 수는 얼마나 되나?
“전체 인구로 따지면 10만명 당 10~40명으로 보고된다. 특발성 폐섬유증이 많이 발생하는 60대 이상으로 국한하면 500~1500명당 1명 수준이다.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흡연, 미세먼지, 비만도 환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검진량이 많다보니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연관된 질환이 있을까?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3~5년 추적 관찰해보면 10~30%는 폐암이 생긴다. 환자에 따라서는 폐고혈압이나 다른 대사질환들이 동반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발성 폐섬유증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이 나오고 환자 생존 기간이 연장되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이 아닌 동반 질환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폐암 치료를 위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을 받다가 해당 치료의 합병증으로 인해 급성 악화가 발생해 사망하기도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급성 악화를 겪을 가능성은?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것을 급성 악화라고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치료하다보면 3분의 1 정도가 급성 악화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치료 중 원인 미상의 폐렴이 생기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는데, 이 중 3분의 1이 사망하고, 퇴원하더라도 향후 1년 안에 사망할 위험이 높다. 폐암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 합병증으로 인해 급성 악화가 생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으면 암이 진행돼 위험해질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폐암이 동반되면 대부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특발성 폐섬유증 의심 증상이 있을까?
“초기 단계에는 증상이 없고, 어느 정도 진행돼야 증상을 느낀다. 가장 흔한 증상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이다. 호흡 곤란의 경우, 보통 움직일 때 숨이 찬다. 이외에 전신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질환과 혼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과 증상이 유사하다보니 증상만으론 구분이 쉽지 않다. 다만 천식의 경우 특발성 폐섬유증과 달리 치료를 받으면 호흡곤란 증상이 조절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침에 가래까지 동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서 설명한 특발성 폐섬유증 의심 증상이 3개월 이상 만성화됐거나 계속 심해진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의심 증상이 있거나 건강 검진 시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왔다고 하면 CT 검사를 진행한다. CT 검사에서는 전형적인 섬유화 양상이 보이는지 확인한다. ‘통상형 간질성 폐렴’이라고 하는 CT상의 특징적인 모양이 있으면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하고, 이런 모양이 보이지 않을 땐 폐 조직 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복용 중인 약, 종사하는 직업, 류마티스와 같은 병력 등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 같은 요인들을 다 배제했음에도 CT·조직검사에서 통상형 간질성 폐렴의 특징적 모양이 확인되면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한다.”
-진단 과정이 복잡한데?
“그렇다. 암은 조직 검사를 통해 암 세포가 나오면 진단할 수 있는데, 특발성 폐섬유증은 조직의 모양을 보고 해석해야 한다. 때문에 조직형(形)을 보는 병리학과 의사나 영상의학과 의사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진단할 때 임상의사와 병리의사, 영상의사가 모여서 토론을 통해 진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에 두 가지 약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서 공식적인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이다. 두 약 모두 임상 시험을 통해 폐 기능 저하 속도를 절반 정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폐 기능이 10배가량 빨리 떨어지는데, 두 약을 1년 동안 사용했더니 그 속도가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피르페니돈은 하루 세 번 세 알씩, 닌테다닙은 하루 두 번 한 알씩 복용한다. 한 번 먹으면 평생 복용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약을 써도 섬유화를 멈출 수는 없는 건가?
“두 약은 환자의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춰주는 약이다. 아예 멈출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순 있다. 다만, 폐 기능 감소가 지연된다는 것은 생존 기간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에 두 약이 도입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생존기간이 1.5~2배 길어졌다. 진료 현장에서도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평생 쓰는 약이라면 약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피르페니돈의 경우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이미 사용했고, 2017년 쯤 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닌테다닙도 이르면 올해 보험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닌테다닙은 환자들이 월 300만원 정도 약값을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다. 피르페니돈이 그랬듯 보험이 적용되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부작용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두 약 모두 부작용 문제가 있다. 실제 특발성 폐섬유증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환자의 경우 질환보다 약 부작용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 크다. 두 약이 효과는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약값이 비슷해진다면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나?
“우선 피르페니돈의 경우 광과민성으로 인해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쉽게 탄다. 뜨거운 햇빛에 10분만 노출돼도 보통 사람이 1시간 노출됐을 때처럼 피부가 타면서 따갑거나 가렵고 벗겨진다. 이로 인해 외출이 매우 제한된다. 피르페니돈을 복용하는 환자 중 20~30%는 식욕 감소도 경험한다. 심하면 체중도 많이 빠진다. 이외에 어지럼증과 같은 신경 증상도 생길 수 있다. 다행히 6개월 정도 지나면 약에 적응해 부작용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계속 복용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 3상 연구를 보면, 전체 환자 중 25% 정도는 부작용 때문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약 복용을 중단했다. 닌테다닙의 경우 피부 문제는 없지만, 10명 중 6명 정도가 설사 증상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10~20%는 입맛이 떨어지고, 또 10% 정도는 간(肝)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약이 혈관 형성을 억제하다보니,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복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닌테다닙 역시 25% 정도는 1년 안에 약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치료제를 같이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광과민성 문제 때문에 선크림이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증상 조절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약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 등을 통해 환자가 최대한 약을 끊지 않도록 돕고 있다.”
-새로 개발 중인 약이 있나?
“특발성 폐섬유증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임상 2~3상 단계에 있는 약이 40개 정도 될 만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현재 일부 치료제의 경우 3상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돼 FDA 심의 중이며,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약도 20개에 달한다. 최근 개발하는 약들은 현재 사용하는 두 약보다 부작용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약이 개발된다면 환자들이 보다 편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약으로 섬유화를 멈추긴 어려울 것 같고, 효과가 좋으면서 안전한 약이 나온다면 두세 가지 약을 함께 쓰는 방법이 대세가 될 수 있다.”
-환자 수가 적은 질환임에도 임상이 활발한데?
“현재까지 개발된 두 약은 섬유화를 완전히 멈추거나 역전시킬 수 없다. 때문에 여전히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 다른 질환과 비교하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또한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도 제약사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폐 이식 수술은 안 되나?
“특발성 폐섬유증은 대부분 고령 환자인데, 국내에서는 65세 미만 환자에게만 폐 이식 수술을 시행한다. 고령자에게 폐를 이식하면 수술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드물지만 유전성 등으로 이른 나이에 특발성 폐섬유증이 생겨 50대임에도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엔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생존 기간이 짧은데?
“특발성 폐섬유증은 한 번 생기면 특별한 원인이 없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 섬유화되면서 폐 용적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폐의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압력이 늘어나 병도 더 악화된다. 환자가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찾을 때까지 2년 정도 걸리고, 진단 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존 기간이 3~5년이다. 다만 치료제가 나온 후로는 생존 기간이 늘었다. 현재로선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지만, 향후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더 나은 치료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끝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약을 먹으면 힘든 것은 맞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 힘들어도 6개월 정도 복용하다보면 적응될 수 있다. 정 힘들면 복용량을 줄여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 약 복용를 통해 폐 기능 감소 속도를 줄이면 생존 기간이 늘어난다. 더 오래 살 수 있게 해주는 약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증상 악화를 늦추려면 약을 복용하면서 호흡 재활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송진우 교수는
중앙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울산대학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진료분야는 간질성폐질환(폐섬유증), 희귀폐질환, 폐 이식 등이다. 대부분 희귀질환이 그렇듯, 특발성 폐섬유증 또한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 이는 그가 더욱 책임감·사명감을 느끼는 이유기도 하다. 송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가 전무하던 시절부터 해당 질환을 연구·진료해왔으며, 현재도 부작용을 줄이면서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치료법들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치명률이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치료와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