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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약 '레켐비', 유럽서 승인… 거부 의견 뒤집어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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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사진=에자이 제공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레카네맙 성분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의 판매를 허가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레켐비는 유럽에서 최초로 허가된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데, 아밀로이드 베타 중에서도 독성이 강한 가용성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와 불용성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에 결합해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줄인다.

이번 승인으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치매를 진단받은 성인 환자 중 아밀로이드 병리 존재가 확인되면서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를 보유하지 않았거나, 이형접합(유전자 사본을 1개만 보유한 경우)을 보유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포지단백 E ε4 동형접합(유전자 사본이 2개인 경우)을 가진 환자는 이번 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서 레켐비의 가장 큰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 발생률이 비보유자·이형접합 보유자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은 MRI 스캔을 했을 때 뇌에 부종 또는 출혈이 확인되는 부작용을 말한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자문위원회(CHMP)는 작년 7월 레켐비의 승인을 거부하는 의견을 냈으나, 재심의 끝에 아포지단백 E ε4 비보유자와 이형접합 보유자에서는 레켐비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해 같은 해 11월 승인 거부 의견을 뒤집었다.

이번 승인은 임상 3상 시험 'Clarity AD'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레켐비는 아포지단백 E ε4 비보유자 또는 이형접합 보유자에서 투여 18개월차에 CDR-SB(임상 치매 척도)를 위약 대비 31% 감소시켰다. 레켐비의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주입 관련 반응, 두통, ARIA-E(부종), ARIA-H(출혈)였다.

에자이 나이토 하루오 CEO는 "이번 승인으로 레켐비는 유럽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최초의 치료 선택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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